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아래 사용자협의회)와의 중앙교섭에서 공식적으로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14일 낮 2시 15분 동대구역 주변 제이스호텔에서 8차 중앙교섭을 열어 사용자협의회에 이같이 밝혔다. 노조는 오는 17일 노사 의견불일치에 따른 쟁의조정을 노동위원회에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노조는 오는 22일부터 사흘간 중앙교섭 참석 사업장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찬반투표를 펼친다. 노조는 사측이 진전된 안을 제시할 경우에 한해 교섭재개를 열어놓는다는 방침이다.

▲ 6월14일 대구에서 열린 8차 중앙교섭에서 박유기 노조 위원장이 교섭결렬 선언을 하고 있다. 신동준

이날 교섭 때 사용자협의회는 금속산업최저임금과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관련 노조 요구안에 대해서는 이전 교섭 때와 다소 진전된 제시안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정규직화 △발암물질 금지 및 예방과 배상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 변경 등 나머지 노조 요구안에 대해서는 한 달 전인 지난 달 17일 4차 교섭 때의 제시안 때 내용에서 전혀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이날 사용자협의회가 제시한 금속산업최저임금액은 통상시급 4,450원이다. 올 금속산업최저임금액인 4,400원에서 50원 인상시켜주겠다는 내용이다. 고작 1.1% 인상률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시안은 노조 요구안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내용이다. 노조는 올 금속산업최저임금액 통상임금 1,015,000원에서 156,110원 인상을 적용한 통상임금 1,171,110원과 통상시급 5,577원 중 높은 금액을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교섭 때까지 ‘동결’을 주장해왔다.

“최저임금 1.1% 인상”…고작 50원

이와 관련해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최근 생필품이 10% 이상 올랐고 하반기에 전기요금이 7.2%, 도시가스는 4.8%, 대중교통은 10~15% 수준으로 오른다는 이야기도 있는 마당에 1.1% 인상액 제시로 타결하자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박 위원장은 “금속산업최저임금 인상률은 사업장마다 진행하고 있는 임금인상률에 미치는 영향도 큰데 최저임금 1.1% 인상률 제시로 봤을 때 올 전체 교섭이 어려울 것임이 예상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6월14일 대구에서 열린 8차 중앙교섭에서 오상룡 경남지부장이 사용자협의회의 최저임금 제시안을 비판하고 있다. 신동준

특히 오상룡 경남지부장은 “사측 제시안에는 통상시급 대목만 있지 통상임금은 얼마로 하겠다는 내용이 없다”며 “통상임금 수준을 제시해주지 않으면 사업장별 소정근로시간 적용 편차에 따라 오히려 최저임금 수준이 저하될 수 있는 제시안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신쌍식 사용자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그래도 현행 법정최저임금 4,320원과 비교하면 3% 인상에 해당되는 금액”이라면서 “최근 법정최저임금 공방에서 경영계가 동결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진전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신 직무대행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물가상승률 대목은 우리도 충분히 인식한다”면서도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한계기업은 없는지도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법정최저임금 기준 3% 인상” 말장난

이에 김창근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심하게 말해 한 달 일해 1백 만 원 남짓밖에 못준다고 엄살 부릴 것이라면 굳이 회사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생각마저 들 정도”라며 “최저임금 인상할 여력 여부를 떠나 법정최저임금 공방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이렇게 제시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 6월14일 대구에서 2011년 8차 중앙교섭이 열리고 있다. 신동준

이날 사용자협의회는 노조의 복수노조 대응 관련 요구와 관련해 “사용자협의회와 회사는 조합이 소속 사업장의 조합원을 대표하여 임금, 노동조건, 조합활동 권리와 기타 사항에 관하여 교섭하는 노동단체임을 인정한다”는 제시안을 내기도 했다. 지난 교섭 때까지 사용자협의회는 노조 요구안 수용불가를 반복해왔었다.

이 제시안에 대해 신쌍식 직무대행은 “복수노조 시대에 대비해 노조는 자율교섭을 보장해달라고 하면서도 사업장별로 유일교섭단체 조항도 유지해달라는 것은 서로 상충된다”면서 “어떤 방식이든 관련 조항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직무대행은 “이번 제시안에는 주어가 세 개가 담겨 있으며 ‘회사’도 들어있다”며 “사용자협의회 회원사에도 적용되는 문구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복수노조 관련 요구 ‘수용불가’ 거둬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오상룡 경남지부장은 “유일교섭단체 단협조항에는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강제돼 있다”며 “그 조항에서 ‘유일한’을 삭제하려면 노조의 교섭에 사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야 하는데 현 제시안에는 그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 6월14일 8차 중앙교섭이 끝난 뒤 대구지부 각 지회 교섭위원들과 노조 교섭위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신동준

한편 사용자협의회는 이날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안에 대해 “회사는 2년 이상 사용한 비정규직이 있는 부서에서 인원충원이 필요한 경우 결격사유가 없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한다”는 지난 달 17일 4차 교섭 때 제시안과 동일한 내용을 그대로 냈다. △발암물질 금지 및 예방과 배상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 변경 노조요구안에 대해서도 사용자협의회는 “노사협의회에서 실천방안을 마련한다”라든가 “노사공동위원회 실노동시간단축 소위원회 결정에 따른다” 식으로 4차 교섭 때 제시안을 진전시키지 않았다.

김창근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제시안에 있는 ‘결격사유가 없는 한’이라는 대목은 회사가 노동자를 고르겠다는 말로 들리는 데 누가 긍정적으로 보겠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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