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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들은 모른다[경계를 넘어] 중국 폭스콘 노동자들의 연쇄자살 사건
최재훈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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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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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그가 돌아왔다. 애플 최고경영자로 세계 IT업계의 황제로 군림해오다가 희귀 병으로 한동안 사람들 시야에서 사라졌었던 그. 인터넷을 통해 가상의 PC업무를 제공하는 아이클라우드라는 서비스를 들고 화려하게 복귀신고를 함으로써 업계에 또다시 회오리바람을 몰고 올 것 이란다.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 첨단기기에 관해서만큼은 올해 일흔이 된 아버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나는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고도 저게 뭔 소린가 할 따름이다.

오히려 연관 검색어를 따라가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토막 기사 하나에 더 눈길이 갔다. 지난 5월 26일, 중국 내륙에 위치한 청두라는 도시의 폭스콘 공장에서 올해 스무 살 된 청년 노동자 한 명이 자살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공장에서는 불과 일주일 전에 폭발사고가 일어나 세 명의 노동자가 숨졌다는 어느 홍콩언론에 실린 기사였다.

폭스콘.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긴 하다. 작년 이맘 때, 노동자들의 잇딴 투신자살로 국내 언론에도 꽤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했던 중국의 그 회사가 바로 폭스콘이다. 이 회사의 ‘마치 대학 캠퍼스 같은 공장’ 기숙사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열여덟 살에서 스물다섯 살 사이의 꽃 같은 청춘들이 무려 열다섯 명이나 아스팔트 바닥 위에 피를 뿌리며 스러져갔다.

   
▲ 폭스콘 노동자들의 죽음과 관련한 홍콩에서의 추모 행사와 거리 행진.
대만의 홍해정밀공업이라는 세계 최대 전자부품 회사를 모기업으로 하는 폭스콘은 중국 곳곳에 공장을 두고 무려 100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거대한 회사다. 특히 고 덩샤오핑 주석의 개혁개방 경제의 최초 실험장이었던 선전경제특구의 폭스콘 공장에서는 지금도 40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애플과 노키아, 소니의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델과 HP의 컴퓨터 등에 들어갈 핵심 부품들을 열심히 찍어내고 있다.

잇딴 투신자살 악명 폭스콘

이 회사가 노동자들의 연쇄 자살로 일약 세계적인 악덕기업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되자, 회사 경영진과 핵심 고객인 애플은 부랴부랴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부산을 떨어야했다. 애플 감사팀이 직접 본사에서 날아와 전면조사를 벌였고, 사측은 30% 임금 인상에다 잔업시간 단축, 24시간 상담센터 설치, 심지어는 노동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스님까지 초빙해왔다. 그러면서도 폭스콘의 테리 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자살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로 인한 것일 뿐, 작업환경이나 근무조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회사는 법이 정한 규정을 그대로 따랐으며, 중국의 여타 제조업체들보다 여건이 나으면 나았지 전혀 나쁘지 않았다고 항번하기도 했다.

사실 이는 완전히 꾸며낸 거짓말은 아니다. 자살이 주로 집중됐던 공장을 직접 조사한 홍콩의 노동인권단체들이나 기자들은 공장단지가 비교적 깔끔하게 잘 정돈돼 있고, 8명이 한 방을 쓰는 기숙사에는 최신형 HD 텔레비전이 비치된 휴게실과 인터넷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아직도 자신이 일하는 생산라인 기계 밑에 대충 이불을 깔고 그대로 잠을 청해야 하는 여타 공장의 노동자들에 비해서는 분명 나은 환경인 것이다. 또한 대부분 시골 내륙지방 출신인 농민공 2세대 노동자들은, ‘떡진’ 머리와 누렇게 때에 전 러닝셔츠가 맨 먼저 연상되던 1세대들과는 달리 한 손엔 신형 아이폰을 들고 청바지와 티셔츠로 한껏 멋을 낸 또래 젊은이들의 모습 그대로였다고 한다. 월급 역시도 다른 공장들에 비해서는 조금 더 받는 편이고 말이다.

“자살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

그렇다면 자살한 노동자 열일곱 명은 회사 주장대로 “집에서 오냐오냐 곱게 자란 극소수 나약한 젊은이들”일 뿐인가? 아니다. 폭스콘 노동자들이 일반적으로 받는 한 달 임금은 우리 돈으로 약 40만 원이다. 연쇄 자살 뒤 회사가 임금을 올린 게 그 정도다. 이 중 기본급은 절반 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잔업에 휴일특근을 꽉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수당이다. 기본급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 돼, 노동자들은 한 사람 예외도 없이 법정 최대 잔업시간인 월 36시간을 넘겨 일하겠다는 ‘자발적 오버타임 신청서’를 작성한다.

   
▲ 폭스콘 노동자들
그 결과, 이제 갓 십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 젊은 노동자들은 일주일에 엿새 동안 적게는 하루 12시간, 많게는 16시간을 꼬박 기계 앞에서 단순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옆의 동료와 터놓고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전국 곳곳에서 온 동료들은 말도 잘 안 통할뿐더러 그럴만한 시간적, 정신적 여유도 별로 없다. 게다가 회사는 임금이 20% 가량 더 싼 서부 내륙으로 공장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하니, 몇 년 뒤를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러니 다들 입사 뒤 몇 달이 지나면 자연스레 육체적, 정신적인 질환으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게 됐고, 연쇄 자살사건은 그 구체적인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노동의 소외와 비인간화

폭스콘 사례는 저임금 수출중심의 중국식 성장 모델이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직접적인 경고음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작년 5월 광동의 혼다 공장 파업에서 드러났듯이, 정부와 사용자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해온 어용노조인 중국 총공회 체제에 대한 중국 노동자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전조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독특한 상황을 벗어나 보면, 노동을 하면 할수록 노동자들은 점점 인간다운 삶에서 더 멀어져만 가는 ‘노동의 소외와 비인간화’라는 전 세계적 현상의 한 단면을 보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단적인 예로, 비교적 임금도 높고 노조도 잘 조직되어 있는 프랑스에서도 프랑스 텔레콤 한 회사에서만 불과 2년 반 사이에 60명이 넘게 자살 노동자가 속출하지 않았는가. 바로 그런 점에서, 연봉 7천만 원(사실도 아니지만)을 받는 노동자들이 요구한 삶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천박한 노동인식이 더욱 더 한심해 부아가 치밀어 오를 뿐이다.

최재훈 / 국제연대단체 <경계를 넘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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