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포기하면 하청 여성노동자는 관리자가 몸 달라고 하면 줘야한다는 걸 인정하는 것 밖에 안된다. 우리도 인간이다. 성희롱 당하고 해고되고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 5월31일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 해고 여성노동자가 현대차 본사 앞 집회의 자유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서초경찰서 앞에서 농성에 들어가자 노동,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피해자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정주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성희롱 당하고 해고까지 당한 사내하청 여성노동자가 상경 투쟁에 나섰다. 14년을 현대차에서 일한 피해자가 하청업체 소장과 조장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그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해고된 지 9개월 만이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억울한 마음을 토로할 곳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피해자는 현대차 본사가 있는 서울로 올라왔다.

▲ 5월31일 서초경찰서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 해고자를 지지하는 선전물을 들고 있다. 강정주

하지만 성희롱 피해노동자는 서초경찰서 앞에서 농성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가 고용한 용역이 이미 양재동 본사 정문 앞 뿐 아니라 건물 주변 사거리까지 모두 집회신고를 내놓아서 본사 앞에 가지 못했기 때문.

현재 서초경찰서 민원봉사실 앞에는 현대차가 고용한 것으로 보이는 용역 20여 명이 집회신고를 하겠다고 진을 치고 있다. 이들은 하루에 한 명씩 집회신고를 하고 다시 뒤에 가서 줄을 서서 1년 내내 집회신고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령 노동자가 그 뒤에 줄을 서더라도 20일을 꼬박 기다려 하루치 집회신고를 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위장집회신고를 계속 받아주고 노동자 집회 자유를 막는 경찰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등 여성단체와 금속노조는 아산공장 성희롱 피해자 농성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서초경찰서에 피해 여성노동자가 현대차 앞에서 정당한 요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현대차의 집회신고를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노조와 피해자 측의 항의에도 “줄을 서서 집회신고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답변 뿐, 현대차의 허위 집회신고를 제지하지 않고 있다. 이전에도 동희오토, 현대차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 본사 앞 집회를 시도할 때마다 현대차는 독점적으로 집회신고를 하고 경찰 측은 이를 묵인하는 듯한 행동을 해왔다. 

피해자는 “아줌마가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현대땅에서 나가라”는 현대차 용역들의 욕설과 수모도 겪어야 했다. 이러다보니 서울행을 결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슨 일을 당할지, 낯선 사람들이 오가고 자동차만 쌩쌩 지나가는 서울 한복판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 걱정이 앞섰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고 농성에 들어가는 심경을 밝혔다.

권수정 피해자 대리인은 “언제까지 있을거냐고 많이들 묻는다. 올라오면서도 결코 이 싸움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피해자와 서울오면서 집회신고 하고 현대차 앞에서 농성하면서 문제 해결될 때까지 적어도 여름 지나고 겨울까지는 있어야 되지 않겠냐고 얘기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 5월31일 서초경찰서 앞에 현대차에서 고용한 것으로 추측되는 남성들이 집회신고 순서를 선점한 채 서있다. 강정주

피해자와 대리인은 31일부터 24시간 서초경찰서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매일 저녁 7시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유림 노조 여성부장은 “지지방문과 문화제 참석 등 서초경찰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피해자에게 힘을 달라”고 연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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