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산업에서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출범한지 벌써 10년째다. 공장 울타리에 갇혀있어서는 노동자의 권리를 찾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으로 모였다. 거의 매년 금속노동자들의 문제와 노동자 삶과 직결된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며 총파업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요새 ‘총파업’이란 말은 들으면 정부나 사용자들이 위기감을 느낄까? 또 공갈에 불과한 ‘뻥파업’이라고 비웃고 있진 않을까? 아니, 우리 노동자들은 과연 이 말은 듣고 마음이 설레고 있을까?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질문. 산별노조 건설 이후 우리는 정말 공장 울타리를 뛰어넘는 싸움을 벌이고 있을까?

경기지역 노동자들이 올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제안으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가 2011년 지역 총파업, 2012년 지역 총궐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지역 총파업은 10%에 불과한 조직된 노동자들만을 위한 파업이 아니다. 더불어 이들이 말하는 지역 총궐기는 지역의 몇몇 시민사회단체 모아 놓고 한두 번 집회하고 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공장 밖에 있는 90% 노동자 민중과 함께하는 ‘진짜’ 지역 총파업 총궐기가 이들의 목표다.

20일 이기만 금속노조 경기지부장을 만나 지역 총궐기의 의미와 계획은 무엇인지, 현재 어느 정도 준비 단계에 있는지를 들어봤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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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산별노조의 체계 문제에만 집중해, 정작 산별노조의 핵심 정신인 연대를 실현하는 것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연대의 출발은 노동자 삶의 터전인 지역이다. 그래서 경기 지역에서부터 연대를 실현하는 싸움, 지역 총파업과 총궐기를 해 보자는 것이다." 신동준

지역 총궐기를 준비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

그간 노조운동에서 산별노조가 무척 강조돼 왔다. 공장 담벼락을 넘어서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깨질 수밖에 없단 판단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금속산업에서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만들어지면서 재정과 인력이 집중되고 중앙교섭도 벌여왔다. 체계로 봤을 때는 일정정도 완성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의 의식이 공장 밖으로 확대되고 있는지를 돌아보면 평가는 달라진다. 그나마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이 탄압을 받으면 주변 지역이나 전국에서 몰려가 연대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실질적인 연대라기보다 형식적인 집회에 동원되는 수준이 많다. 같은 지역이라도 다른 산별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가? 아예 무관심한 경우가 많지 않은가? 더 크게 뭉치자고 산별노조를 강조했음에도, 오히려 같은 지역 이웃의 문제조차 외면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산별노조의 체계 문제에만 집중해, 정작 산별노조의 핵심 정신인 연대를 실현하는 것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연대의 출발은 노동자 삶의 터전인 지역이다. 그래서 경기 지역에서부터 연대를 실현하는 싸움, 지역 총파업과 총궐기를 해 보자는 것이다.

지역 총파업과 총궐기의 구체적인 목표와 상은 무엇인가?

우리 내부에서도 많이 듣는 질문이다. 올해 지역 노동자 총파업, 내년 지역 총궐기라는 큰 그림은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까지 그려 놓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보통 일정과 슬로건을 미리 정해 놓고 조합원들을 동원하는 식으로 사업을 해 왔다. 그런 관성적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총파업 총궐기 불가능하다.

우리는 오히려 총파업 총궐기를 준비하는 과정에 집중하고자 한다. 출발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돌아보는 것이다. 최근 개별 사업장 노동조합의 힘이 세거나 노사관계가 수년간 안정적이었던 곳임에도 순식간에 민주노조가 무너지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이는 노조에 대한 공격이 더 이상 사업장 안에 국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 그룹, 외국투자자본이 연루될 경우 개별 사업장 노조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게다가 치솟는 물가, 복지 축소, 노조법 개악 등 외부적 요인들까지 감안하면 지금의 고용과 임금수준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설사 우리의 고용이 안정되고 높은 임금을 보장받는다고 치더라도 우리 자녀들은 불안정한 삶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모두 공장 울타리 안에 갇혀서는 해결이 힘든 문제들이다. 그래서 공장을 넘어서는 우리의 요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조합원들의 요구와 의지를 모아 실질적인 총파업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총파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연대를 더 확장해 내년엔 90%의 미조직 노동자 및 경기도민들과 함께 총궐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역동성에 따라 시기는 당겨질 수도 늦어질 수 있다.

취지는 좋지만 실제로 가능하냐는 의구심을 가질 법도 한데.

실제로 초반엔 지부 운영위원들도 “올해 선거도 있고 사업장엔 임금협상밖에 없는 데 가능한 얘기냐”는 분위기가 많았다. 하지만 토론해 보니 다들 이대로 타성에 젖으면 노동운동 전망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10%의 조직된 노동자들이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키는 싸움만 해서는 가진 것도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걸 이미 느끼고 있었다.

▲ 실제로 초반엔 지부 운영위원들도 “올해 선거도 있고 사업장엔 임금협상밖에 없는 데 가능한 얘기냐”는 분위기가 많았다. 하지만 토론해 보니 다들 이대로 타성에 젖으면 노동운동 전망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10%의 조직된 노동자들이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키는 싸움만 해서는 가진 것도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걸 이미 느끼고 있었다. 5월12일 경기도청 앞에서 열린 경기지부 임단투 출정식에서 이기만 경기지부장이 투쟁사를 하고 있다. 김상민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에 제안했을 때도 처음엔 마찬가지 분위기였다. 심지어 ‘정치적으로 뭐 노리는 게 있는 거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래서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실천으로 보여줬다. 매주 화요일마다 투쟁사업장 조합원들과 지부지회 교섭위원들이 모여 시민 대상 선전전을 벌인다. 단순히 우리 억울하니 관심 가져달라는 내용이 아니다.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제기한다. 경기도본부 차원에서도 금속노조 경기지부가 말로만 총궐기, 총파업 떠드는 게 아니라는 것 인정받고 있다.

현재 지역 총궐기 준비는 어디까지 와 있나? 또한 준비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눈에 보이는 성과는 있는가?

지난해 말부터 3개월간 지부 운영위에서 토론을 벌였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확대간부 수련회와 간담회를 통해 간부들의 의지를 모았다. 지역 내 현장조직들까지 모아 내부 토론회를 벌이기도 했다. 4월말까지 지부 소속 전 사업장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궐기 관련 교육을 마친 상태다. 또한 경기도본부 차원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도록 추진 중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들 분명히 있다. 자기 사업장, 자기 조직 중심으로 활동하던 관성이 깨졌다. 어떻게 하면 지역 총파업, 총궐기를 성사시킬 수 있을 지 의미 있는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파편화 됐던 힘이 다시 금속노조 경기지부로 집중돼 지도력과 집행력이 세워지고 있다.

지부집단교섭에서도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경기지부는 임금협상을 지부집단교섭에서 다루기로 의지를 모았다. 또한 사용자가 지부집단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곳들의 노측 교섭위원들까지 모두 지부집단교섭에 참가해 힘을 보태고 있다. 그렇다 보니 예년에 고압적이던 사용자들의 태도가 변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조합원 분위기다. 지난 12일 지부 총회와 경기도본부 집회를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집회 주제가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였음에도 1천여명의 조합원들이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다들 자부심을 가진 표정이었다. 스스로 왜 집회에 참가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형식적으로 진행되던 집회 평가도 달라졌다. 남 일에 동원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의지를 갖고 참가한 것이기 때문에 투쟁에 대한 평가도 적극적일 수 있는 것이다.

▲ "삶의 터전인 지역에서 연대의식이 확산되지 않으면 산별노조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지역운동을 강화하는 것은 산별노조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신동준

산별노조 운동과 지역 운동은 어떤 관계라고 보는지.

우리가 지역 총궐기를 준비한다고 하자 일각에선 산별을 부정하는 것이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지역과 산별은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산별운동도 사업장을 넘어 연대하자는 것이고 지역연대 역시 마찬가지다.

이 둘의 관계는 씨줄과 날줄이다. 산별노조가 산업적 차원의 노동조건과 임금을 둘러싸고 생산을 거부할 힘으로 교섭력을 가진다면, 지역은 삶의 문제를 둘러싸고 지역의 연합적인 힘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자체와 국가를 대상으로 투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지역이다. 또한 삶의 터전인 지역에서 연대의식이 확산되지 않으면 산별노조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지역운동을 강화하는 것은 산별노조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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