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전북지부 타타대우상용차지회(지회장 정동훈)가 ‘백혈병과 폐암 걱정 없는 회사를 만들자’며 어느 곳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지회는 발암물질 현장조사를 마쳤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체 조합원 교육도 끝냈다. 그리고 회사에 문제 해결도 요구했고, 지난 16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공동으로 ‘발암성 물질, 고위험물질 추방을 위한 유해화학물질 관리체계 선진화사업’을 진행하겠다는 합의를 회사로부터 받아냈다.

▲ 김량수 타타대우상용차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조사단이 현장 처음 들어가자마자 ‘이건 발암물질이다, 저건 잘못된 거다’ 이렇게 지적하니까 조합원들도 많이 놀랐다. 조사 끝난 뒤에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제품 문제 있는지 많이 물어보고 관심이 많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신동준

“발암물질 현장조사 결과를 통해 문제가 있는 걸 알게 된 이상 최대한 빠르게 개선할 수 있도록 사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김량수 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의 설명이다. 지회가 발암물질 근절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게 된 이유는 조사결과 현장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기 때문. 지회는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 현장조사를 벌였다. 김 부장은 “처음에는 설마 했다. 회사도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잘 완비해놨다고 자부해왔기 때문에 결과가 이정도일 줄 몰랐다”고 털어놓는다.

5월16일 발암물질 추방사업 노사합의

하지만 조사결과 1~2급 발암물질이 5%, 고독성물질은 55%나 발견됐다. 백혈병을 일으키는 벤젠이 함유된 제품도 있었고, 일부 부서 공기 중 백혈병이나 폐암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가 확인되기도 했다. 회사가 자부했던 MSDS도 엉망이었다. 2004년 이후로 수정하지 않은 그 자료는 형식상으로 비치돼 있는 것에 불과했다. 현장에서 쓰지 않는 제품이 포함돼있거나, 정작 사용하는 제품은 빠져있고 고위험물질인데도 경고 표시가 없는 것도 많았다.

현장조사 당시부터 현장 조합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김 부장은 “조사단이 현장 처음 들어가자마자 ‘이건 발암물질이다, 저건 잘못된 거다’ 이렇게 지적하니까 조합원들도 많이 놀랐다. 조사 끝난 뒤에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제품 문제 있는지 많이 물어보고 관심이 많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결과를 확인한 조합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개선 필요성을 적극 제기했다.

김 부장은 “결과 나왔다고 당장 현장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뭐가 발암물질인지, 위험한지 여부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며 “사실 모르고 병에 걸릴 수도 있는데 이제는 조합원들이 일을 하면서 보호구를 챙기는 등 작은 것부터 바뀌기 시작했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조합원도 “심정적으로 안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과 수치로 직접 보니까 확실히 다르다. 최대한 사용하는 빈도도 줄이고 몸 가까이에 두고 안 쓰려고 한다”면서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 노조가 꼭 나서서 해야 할 사업”이라고 말한다.

▲ 5월16일 지회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회사가 '발암성 고위험물질 추방을 위한 유해화학물질 관리체계 선진화사업' 시작을 합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회 제공

“이런 사업 노조가 꼭 해야 할 사업”

이와 관련해 정동훈 지회장은 “암은 일상생활, 개인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다 걸린 것”이라고 강조한다. “노조가 없던 당시 현장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나면 마스크가 새까매졌었다. 지금이야 좀 나아졌지만 이번 조사 결과가 아직도 우리 현장은 암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에 지회는 지난 달 28일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던 지회 조합원 한 명을 직업성 암 인정을 위한 산재신청 명단에 포함시켰다.

▲ 정동훈 타타대우상용차지회장은 “암은 일상생활, 개인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다 걸린 것”이라고 강조한다. “노조가 없던 당시 현장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나면 마스크가 새까매졌었다. 지금이야 좀 나아졌지만 이번 조사 결과가 아직도 우리 현장은 암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말도 덧붙인다. 신동준

사실 조합원들도 암은 개인적인 질병이라고 생각하고 산재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발암물질, 독성물질이 가득한 현장에서 수 십 년 일한 노동자들이 암에 걸리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게 정 지회장의 설명이다. 정 지회장은 “임기가 끝나면 나도 현장에 돌아가 용접을 해야 한다. 지금도 조합원들이 다 일하고 있다. 퇴직할 때까지 평생 여기서 일해야 하는데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원하는 건 모두의 마음 아니겠냐”고 강조한다. 김 부장도 발암물질 근절 뿐 아니라 안전한 일터, 다치고 아프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드는 노동안전보건 사업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속노조 방침에 맞게 발암물질 추방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했던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 김량수 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이 조합원들에게 설명한 '타타대우상용차 발암물질진단사업 결과보서'를 놓고 그동안 지회가 진행한 사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신동준

노동안전보건부장을 맡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김 부장은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고 현장에 복귀한 한 조합원을 만났다. 그 조합원은 10년 동안 해온 일이지만 사고 후유증이 남아 예전 업무를 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회사에 가서 항의하고 적절한 업무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회사 관리자가 한 답변은 “솔직히 그런 사람은 집에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폐암말기 조합원 산재신청까지

“울화가 치밀더라. 지금까지 회사를 위해 일한 사람인데 병이 들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회사에서 사고 나거나 병 걸리는 것 보면 개인 과실이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 부장은 위험한 현장, 발암물질이 있는 현장을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속노조 방침대로 발암물질 근절 사업을 시작한 지회의 목표는 분명하다. 확인된 발암물질을 비(非)발암물질로 바꾸고 백혈병과 폐암 등 직업성 암이 발생하지 않는 사업장으로 만드는 것. 대체물질이 없다면 사용을 최소화하고 화학물질 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협력업체를 통해 들어오는 물품도 문제다. 김 부장은 “무조건 협력업체에 대체물질로 바꾸라고만 하는 게 아니라 회사도 일정부분 부담해야 한다. 이런 부분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 김량수 부장은 “결과 나왔다고 당장 현장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뭐가 발암물질인지, 위험한지 여부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며 “사실 모르고 병에 걸릴 수도 있는데 이제는 조합원들이 일을 하면서 보호구를 챙기는 등 작은 것부터 바뀌기 시작했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조합원도 “심정적으로 안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과 수치로 직접 보니까 확실히 다르다. 최대한 사용하는 빈도도 줄이고 몸 가까이에 두고 안 쓰려고 한다”면서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 노조가 꼭 나서서 해야 할 사업”이라고 말한다. 신동준

“현장이 짧은 시간에 바뀌는 건 쉽지 않지만 시작하고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조합원들이 인식하고 현장에서 요구할 때 지회도 힘을 가지고 해결에 나설 수 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정 지회장 얘기처럼 앞으로 회사가 약속한 사업을 이행하도록 감시하고 실제 현장이 바뀔 수 있도록 지회가 해야 할 역할이 많다.

“입사할 때 멀쩡했던 몸이 암 걸렸으면 회사 탓이죠. 건강한 현장 만드는 게 노조 역할 아니겠습니까.” “곧 다시 찾아오세요. 현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드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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