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직장폐쇄 사태가 사흘째 접어든 가운데, 회사가 관리자들을 동원해 공장안에서 농성중인 조합원들과 충돌을 야기하고 있어 공권력 투입의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회사는 20일 오전 10시 관리자 1백 여 명을 동원에 회사 정문진입을 시도했다. 이에 농성 중인 조합원들과 회사 정문 앞에서 30여 분 동안 몸싸움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뒤 회사 관리자들은 정문 앞에서 철수했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지회와 충남지부 소속 조합원 1천 여 명이 공장 안 집회를 펼치던 낮 4시 회사는 관리자들과 용역들 1백 여 명을 앞세워 현장 침탈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때에도 이들은 집회참석자들과 회사 앞 정문에서 30분 간 대치한 뒤 물러났다. 이 같은 회사 쪽 대응에 대해 지회는 “공권력 투입을 위한 명분쌓기 아니냐”는 반응이다. 지회에 따르면 실제 회사는 아산경찰서에 시설보호요청을 해둔 상태이며 지속적으로 공권력 투입을 경찰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충남지부와 충남지역 사회단체들은 20일 낮 1시 아산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적 직장폐쇄를 자행하고, 합법적인 파업현장에 용역깡패를 불러들여 살인폭력을 유발한 유성기업 사측을 처벌하라”고 경찰에 촉구하고 있다. 충남=이강래

특히 유성기업 생산제품인 엔진부품의 현대기아차 독점 납품으로 인해 유성기업 생산중단이 곧바로 현대기아차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도 변수다. 벌써부터 현대차 전주공장 생산 중형트럭라인은 오는 23일부터 부분적인 차질을 빚고 대형트럭은 전면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유성기업 가동중단은 현대기아차 전체 엔진조립 라인 가동에도 치명적이다. 때문에 현대기아차 그룹차원에서 유성기업 사태 조기수습 압력 차원의 공권력 투입 요청을 경찰 쪽에 넣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유성기업 아산공장 현장은 주말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에 지난 19일부터 시작한 지회 조합원 5백 여 명 외에도, 충남지부와 대전충북지부 간부 2백 여 명은 주말 내내 현장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아산과 영동의 두 지회는 19일 낮 1시 비상간부회의를 열어 “회사가 아산공장 직장폐쇄를 철회할 때까지 아산과 영동의 전체 조합원이 아산공장 사수 농성을 진행”키로 결의해 둔 상태다. 충남지부도 같은 날 낮 2시 비상운영위원회에서 “회사측과 공권력이 현장을 침탈한다면 즉각적인 지부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결의해뒀다.

▲ 충남지부는 19일 낮 3시 유성기업 공장 안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 집회에 조합원 6백여 명은 일제히 ‘공장과 민주노조 사수’를 외쳤다. 20일에도 현장농성 조합원 7백여명은 낮 2시 집회를 펼쳤다. 충남=이강래

한편 20일 낮 1시 20분 경 유성기업의 아산과 영동공장의 두 공장장과 아산경찰서 정보과장이 회사 정문을 통해 현장에 들어와 노조 쪽에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두 공장장은 면담에 응한 김선엽 부지회장에게 “노조가 불법파업과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김 부지회장은 “회사가 용역깡패를 동원해 살인미수까지 저지르면서 불법 운운할 자격있냐”면서 “결국 공권력 투입을 위한 시나리오 짜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어 김 부지회장은 “노조는 대화를 환영한다”면서도 “얘기할 것 있으면 공식적으로 문서를 통해 대화요청을 하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짧은 면담 뒤 이들은 곧바로 현장 밖으로 철수했다.

같은 날 충남지부와 충남지역 사회단체들은 낮 1시 아산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적 직장폐쇄를 자행하고, 합법적인 파업현장에 용역깡패를 불러들여 살인폭력을 유발한 유성기업 사측을 처벌하라”고 경찰에 촉구했다. 이어 이들은 “이미 합의한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 합의를 불이행하고 살인적인 폭력과 공격적인 직장폐쇄를 단행한 유성기업 사측은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도의적이고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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