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어긴 회사가 급기야 직장폐쇄까지 단행하고 그 과정에서 용역까지 투입해 이에 반발하는 조합원들을 향해 차량으로 돌진하는 대형참사까지 일으켰다.

충남 아산의 유성기업은 지난 18일 오후 5시 기습적으로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용역깡패’와 회사관리자 2백 여 명을 공장 안과 회사정문 앞에 배치했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유성기업지회(지회장 김성태)와 금속노조 충남지부(지부장 장인호) 소속 조합원과 노조간부 3백 여 명은 저녁 8시 회사 정문 앞에 모였다.

▲ 충남 아산의 유성기업이 18일 오후 5시를 기해 기습적으로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충남=이강래
이들은 밤 10시 경 공장 주변과 그 안의 관리자들 및 용역깡패를 몰아내고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 이들은 19일 새벽 0시 30분 경 회사 주변에 서성이던 ‘용역깡패’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용역깡패’ 한 명이 승용차로 회사 정문 앞 인도를 덮치고 뺑소니쳤다. 이 과정에서 충남지부 조합원 열 세 명이 다쳤고 여덟 명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기까지 했다. 이 중 세 명은 현재 경추 골절 등으로 중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밤 11시부터 유성기업 조합원과 충남지부 간부 등 3백 여 명은 회사 안에 진입해 만약에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19일 오전 10시 현재 충북 영동의 유성기업 조합원과 충남지부 소속 조합원들도 이번 투쟁에 동참하기 위해 속속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충남지부는 19일 낮 2시 유성기업에서 비상운영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부는 이날 3시 지부 주최 대규모 결의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 18일 밤 11시 경 용역깡패 한명이 승용차로 조합원들을 덮쳐 열 세명이 다쳤다. 이 용역은 곧바로 뺑소니쳤다. 충남=이강래
유성기업 노사는 지난 2009년 임단협 때 “2011년 1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로 전환한다”고 합의했다. 그 뒤 지회는 지난해 3월부터 교대제도 전환을 위한 노사준비위원회를 가동하자고 회사쪽에 촉구해왔다. 하지만 회사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합의사항 이행을 미뤄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제도개선 시행일을 앞둔 지난 해 12월 지회는 회사쪽에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본격적인 교섭을 요청했고 이 교섭은 지난 5월 12일까지 열 한차례나 진행돼 왔다. 이에 앞서 지회는 지난 3일 대전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고 지노위는 지난 13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그 뒤 지회는 지난 17일부터 이틀 간 충북 영동과 충남 아산의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파업찬반투표를 펼쳤고 78.2%의 가결로 파업권을 획득해 둔 상황이다. 그리고 지회는 회사가 기습적으로 직장폐쇄 단행한 18일 주간조 출근 조합원들을 퇴근 전에 2시간 동안 모아 파업찬반투표 결과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성기업은 자동차 엔진부품을 생산해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자동차 완성차 네 곳에 납품하는 회사로 충남아산, 유성영동, 대구, 인천, 경주 등지에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금속노조 조합원은 충남아산에 3백 50명, 충북영동에 2백 10여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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