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의 우유가 ‘포르말린 우유’라는 이유로 마트에서 추방당하는 일이 있었다. 포르말린으로 처리한 사료를 먹인 소젖을 매일유업에서 사용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후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우유 내 포름알데히드 농도를 조사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고, 매일유업에서는 포름알데히드 처리 사료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매일유업에서 포르말린 사료를 사용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은 4월 28일 오전이었다. 그리고 대형마트들이 문제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시킨 것은 그날 오후였다. 놀랄 만큼 강력하고 신속한 대응력을 보여주었다. 그날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각 대형마트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품의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소비자의 안전이 먼저라는 원칙에 따라 문제가 된 앱솔루트W의 판매를 일단 중단키로 했다(이마트)
안전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롯데마트)
매일유업에서는 해당 제품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이지만 고객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해당 전제품(베이비, 어린이)을 123개 전매장에서 즉각 철수했다(홈플러스)

‘포르말린 우유’ 사건

표현은 달랐지만, 대형마트의 입장은 동일했다. ‘제품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의 안전을 해치는 것’이라는 원칙이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 대형마트들이 보여준 태도는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는 최종 보루로서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이번 기회에 대형마트들은 ‘위험한 제품이 생산되더라도 마트에서는 판매하지 않으며, 검증된 안전한 제품들만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 환경호르몬이 기준 초과된 어린이용 완구류 예(기술표준원 자료). 모두 중국산이며 환경호르몬인 DEHP가 왼쪽에서부터 12.09%(기준의 120배), 7.062%(기준의 70배), 15.95%(기준의 150배) 검출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같은 날인 4월 28일 저녁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백화점과 대형 할인마트 등에서 팔고 있는 867개 어린이 용품의 안전성을 점검한 결과 기준치를 초과한 가소제가 검출된 39개 제품 등 ‘부적합’ 판정이 난 200개 제품의 판매를 중지시켰다”고 한다. 대형마트에 버젓이 전시된 어린이 제품을 수거하였는데, 그 속에서 납이나 환경호르몬이 기준을 초과한 제품들이 대량 발견된 것이다. 어린이들이 옷의 단추나 장난감을 빨거나 핥으면서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지식경제부에서는 판매중지 명령을 내리게 되었다.

포르말린 우유 사건에서처럼 대형마트들이 이번에도 신속한 대응을 하였을까? 천만에! 대형마트들은 전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대책 또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사실, 대형마트의 제품들이 유해물질 기준을 초과한다는 것은 매년 확인되고 있었고, 이제는 이러한 뉴스보도가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느낌마저 든다. ‘제품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의 안전을 해치는 것’이라는 대형마트의 원칙은 왜 어린이 완구나 의류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일까? 대형마트는 소비자들에게 보이는 이중적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어린이용품 네 개 중 하나 ‘안전부적합’

대형마트를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대형마트를 감시하고, 대형마트들이 진정한 안전망으로 기능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해외 여러나라의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은 대형마트에 이미 주목하고 있다. 미국 월마트는 소비자들의 압력 때문에 브롬계난연제가 사용된 제품을 판매중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브롬계난연제는 다이옥신과 유사한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미국정부는 금지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 왼쪽 베트남산 여아 원피스, 큐빅에서 납 138ppm 검출(기준의 1.5배). 중간 중국산 남아 사파리 점퍼, 가죽스트링팁에서 납 1011ppm 검출(기준의 11배). 오른쪽 중국산 여아 상의, 단추에서 납 1566ppm%(기준의 16배)검출. 기술표준원 자료
월마트의 브롬계난연제 제품 판매중단은 정부 규제보다 앞선 조치를 취함으로써 ‘안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판매할 수 없다’는 원칙이 지켜진 사례로 높이 평가받는다. 영국의 노동조합들은 테스코와 투쟁한다. 테스코가 육류의 저가판매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육류생산과정의 저임금과 노동착취를 강요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대형마트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중요한 주체이며 감시대상이다.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유해물질을 못쓰게 하는 것이 중요한 대책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위험한 제품을 요구하는 시장, 위험한 제품을 걸러내지 못하는 시장에 대한 개입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시장이 요구하는 이상 제품은 몰래 생산되거나 수입될 것이다. 포르말린 우유에 대해 대형마트들이 보여준 태도를 잊지 말자. ‘안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판매할 수 없다’는 원칙이 말뿐이 아닌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

김신범 /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