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주 발레오만도 해고노동자다. 버림받고 내팽겨지고, 끈 떨어진 해고자로 산지도 1년이 훌쩍 넘었다. 어느 때고 해고노동자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왜 하필 이명박 정권에서 해고를 맞았을까. 반드시 복직될 것이라 믿고 있지만, 현 정부에서 복직투쟁이란 결코 쉽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이 땅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지도 않고, 희망을 갖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노동자는 국민이 아닌가.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자격도 없나. 언젠가부터 희망이 옅어지고, 두려워졌다. 

그러던 중 민주노총 경북본부가 준비한 경북도보순회투쟁에 참여하게 됐다. 민주노총 경북본부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4월 마지막 주에 도보순회투쟁을 하는데 올 도보순회는 지난 4월 25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다. 포항을 시작으로 5박 6일간 경주, 대구, 경산, 안동, 구미 순으로 돌며 시민들을 만나고 장기투쟁사업장에 찾아갔다. 여러분이 사는 이곳에 억울한 일을 당해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얘기, 왜 노동법을 재개정해야하고 왜 최저임금인상이 필요한지 등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무상급식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했다.

▲ 4월28일 경북도보순회투쟁단이 경산경상병원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경북본부

그리고 도보순회의 가장 큰 목적!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을 만나 힘을 실어줬다.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부당함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대한민국 어느 곳이 반노동자적인 이명박 정부로부터 자유롭겠냐만 특히 내가 사는 경북지역에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4대강 공사장에서 4대강과 함께 죽어가고 있는 안동의 건설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와 낙하산반대를 외치고 있는 공무원노동자, 무능한 경영으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경산 경상병원 노동자, 엄연한 노동자이나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화물노동자. 또 포항 진방스틸, 구미 KEC, 경주 발레오만도 등 이명박 정부에게 가장 많이 물어뜯긴 대구경북 금속노동자들.

정부와 기업에 뒤질세라 노동자 탄압에 열 올리고 있는 근로복지공단, 노동청, 경북지방노동위원회를 찾아가 규탄집회를 하며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노동자들 할 일도 많아지고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었다. 보수언론들은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을 욕심 많은 고집불통집단처럼 얘기하지만, 우리 노동자들은 소소한 일상 속에 그저 열심히 일해 왔다.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 했고 모자란 생활이지만 만족하며 살아온 우리들에게 큰 고난과 위기를 안겨준 이명박 정부야 말로 진짜 고집불통 아닐까.

▲ 마지막 날인 4월 30일 도보투쟁단이 구미시내로 들어오고 있다. 민주노총 경북본부

모두 녹녹치 않은 상황이고 비바람이 불어 닥치는 등 5박 6일 내내 고르지 못한 날씨였지만 ‘함께’여서 가능했을까. 노래패 좋은친구들이 만든 도보순회투쟁주제곡 ‘정면돌파’를 목청 높여 부르고 율동도 익혀가며 즐겁게 걸었다. 말로만 입으로만 말하지 마라 가슴으로 온몸으로 투쟁을 말하라 세상을 뒤엎을 투쟁의 시작 정.면.돌.파.

지노위와 중노위는 어이없게도 회사 손을 들어주고, 노조의 예언대로 발레오만도 사측은 공장일부와 사원아파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악화되고 끝을 알 수 없이 투쟁은 길어지고 있다. 간혹 발레오만도 해고자들만 남겨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도보순회를 통해 우리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많은 이들이 민주노조 깃발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고 확인했다. 응원하고 연대하는 이들은 더 많았다.

도보투쟁단이 함께 내딛은 걸음걸음에서 투쟁의 기운이 만들어졌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드시 이기고 싶어졌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살 자격이 없는 사람은 이명박 당신이라고, 거부당한 것은 우리 노동자가 아닌 이명박 정부라고 당당히 외치겠다. 5박 6일간 동지애를 팍팍 느끼게 해준 2011년 경북도보순회투쟁단 사람들, 항상 함께 해주는 금속노조 동지들 고맙다. 경주 발레오만도 승리의 소식, 빨리, 꼭 전하겠다.

추재덕 / 경주지부 발레오만도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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