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12월 14일 한미 간에 합의된 전략적 동맹을 거론하면서 주한미군의 해외 배치 가능성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힘으로서 한미상호방위조약(1953년 10월 1일 체결)에 명시되어 있는 한미동맹의 방어적 성격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발언을 하였다.

샤프 사령관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하여 '한미 동맹의 미래'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주한미군이 미래에 좀 더 지역적으로 개입하고 전세계에 배치(regionally engaged and globally deployed)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 측에서 언급해왔던 주한미군의 해외 파병 가능성을 주한미군사령관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아직 주한미군의 해외배치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면서 "한미 양국 간 협의를 통해 미래 어느 시점에서는 전세계에 우리가 독자적으로 배치되든 양국군이 함께 배치되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힘으로서 한국군의 전략적 유연성까지 요구하였다.

▲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전략적 유연성이란 한마디로 ‘전쟁터에 신속하게 투입하기 위해서 군부대를 첨단무기로 무장시켜 기동성을 극대화 하겠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뿐만 아니라 한국군까지 전략적 유연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군사비 지출이 불가피하다. 이중 재정적자로 고통을 받고 있는 미국은 2010년도 국방비를 동결했다. 그렇다면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위해 누가 군사비 부담을 떠안게 되는가? 바로 동맹국인 한국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만만한 게 홍어 뭐라고 미국에게는 한국이 여전히 봉인 것이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한미 군 당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위해 평택 대추리 도두리 농민들을 군대까지 동원하여 내쫓고 그 곳에 첨단 미군기지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평택 미군기지를 건설하는 데 자그마치 130억 달러(19조 5천억 원)가 투입된다. 그 중 한국이 90% 18조원을 부담하게 된다.(2009년 3월 5일자 <워싱턴 타임즈>)

18조원은 평택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살리기 위한 공적자금 2천 5백억 원의 무려 72배에 이르고, 한국 전체 초중고생 770만 명의 급식비 3조 6천억 원에 5배에 이른다. 이러니 한미동맹이 돈 먹는 하마가 아니고 무엇인가?

또한 샤프 사령관은 북한제 무기 35t을 싣고 운항 중 태국 당국에 억류된 그루지야 국적 화물기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세계의 모든 국가들도 안보리 결의에 포함된 대로 북한의 무기 수출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였다. 적반하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인가?

▲ 평통사 제공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미국은 2007년도에 한국에 AWACS 공중조기경보통제기, F-15K 전투기 등 3조 5천억 원의 첨단무기들을 판매했다. 2007년도 전세계 미국산 무기도입 국가 중 1-2등을 다투었다(에드 로이스 미 하원의원 발언). 그러고도 미국이 북한에만 무기판매 금지를 강제하는 것은 뒷골목 양아치 깡패논리에 다름 아니다.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된다면 노동자들은 북미관계에 대해서 어떤 가치판단을 하게 될까? 과연 미국의 패권주의 논리에 동의를 하는 노동자들이 몇이나 될까?

국방대학교에서 발간한 ‘군사학사전’에 보면 ‘동맹’의 정의를 ‘잠재적인 전쟁공동체’로 규정하고 있다. 즉, 한미동맹은 전쟁공동체란 뜻이다. 누구를 상대로 전쟁공동체를 강화하는지 곱씹어보아야 한다. 게다가 항구적인 전략동맹으로 침략적 한미동맹이 강화된다면 국방비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소모성 예산인 국방비 증액이 해마다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면 노동자 민중의 허리는 부러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민생복지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만다. 돈 먹는 하마에 불과한 한미동맹 폐기투쟁에 노동자들이 두 주먹 불끈 쥐고 떨쳐나서야하는 이유다.

김종일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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