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가득 담긴 웃음. 금속노조 가입 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물었을 때 경주 다스지회 조합원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올 7월이면 이들이 한국노총 소속 어용노조를 청산하고 민주노조를 세운지 만 3년이 된다. 그 동안 어떤 것들이 변했을까?

▲ 다스지회가 한국노총 소속 어용노조를 청산하고 금속노조로 전환한지 곧 만 3년이 된다. 김희용 다스지회장이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상민

우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들이 있다. 판자촌 같았던 식당은 깔끔하게 탈바꿈했고 식사 질도 좋아졌다. 무덥던 현장에 에어컨이 설치됐으며, 공장 곳곳에는 정수기가 마련됐다.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작업자가 허리를 덜 굽힐 수 있도록 리프트가 설치되는 등 각종 작업환경 및 공정이 개선됐다. 대학생 자녀 학자금이 지원되며, 각종 수당 및 상여금 인상도 이뤄졌다. 모두 3년 안에 이뤄진 일들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다.

“한국노총 시절엔 아파도 병가는커녕 연월차도 마음대로 못썼어요. 관리자들이 우리 쉬는 꼴을 못 봐주겠다는 식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관리자 눈치 볼 필요 없이 휴식이 필요하면 쉴 수 있게 됐죠.”
“스트레스 안 받고 편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아진 점이에요. 예전의 경우 물량 많을 때마다 관리자들이 등 뒤에 서서 압박을 하곤 했었어요. 요샌 그러지 못하죠.”
“예전엔 현장에 잘못된 것 있어도 말을 못 꺼냈죠. 조반장들이 말 안 듣는 사람은 야근, 특근 안 시키거나 힘든 공정에 밖아 넣곤 했거든요. 조회시간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고요. 이젠 우리가 내고 싶은 목소리 맘껏 낼 수 있어요.”

지난 4일 다스 생산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바로 일터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 관리자들 권위에 눌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던 현장이 민주노조가 들어선 지 3년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김희용 다스지회장도 “더 이상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을 노예 다루듯 할 수 없게 됐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찾은 것이 가장 의미 있는 변화”라고 강조한다.

금속노조로 전환 3년, 일터 분위기가 변하다

물론 이 같은 성과들이 쉽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김 지회장은 “처음엔 어용노조 세력 몰아내고 금속노조 가입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지회 스스로 힘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없이는 잘 안 되더라는 얘기다.

▲ 남광선 대의원은 “최근엔 간담회 자리에서 조합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당당하게 한다. 또 조합원 교육에도 거의 불참하는 이들 없이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민
이에 지회는 먼저 대의원 수를 늘리고 이들의 역할을 높여내는 데 주력했다. 대의원들이 조합원들과 지회를 잇는 주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 대의원들은 최소 한 달에 한번 조합원 간담회를 개최한다. 간담회에서 조합원들은 대의원과 함께 현장의 각종 현안문제 및 조합 활동에 대해 토론을 하고 주인 된 자세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한국노총 시절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남광선 다스지회 대의원은 이와 관련해 “초기엔 토론문화에 익숙지 않아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고 말한다. 노조가 조합원 교육을 할 때도 교육에 참석하지 않고 탈의실에서 잠을 자는 조합원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회의 꾸준한 노력에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남 대의원은 “최근엔 간담회 자리에서 조합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당당하게 한다. 또 조합원 교육에도 거의 불참하는 이들 없이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팔뚝질도 익숙지 않았던 우리들이었는데 이제는 목소리부터 달라졌습니다.” 김 지회장은 조합원들의 변화를 이렇게 표현한다. 김 지회장은 또 “우리 지회가 지역 동지들의 연대를 기반으로 세워진 만큼, 다스지회도 연대투쟁에 열심히 나서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변화. 사람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팔뚝질 익숙지 않았던 우리, 목소리부터 달라져”

조합원들에 앞서 간부들도 변했다. 다스지회는 금속노조 전환 후 매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1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사측과 단체협약을 맺었다. 남광선 대의원은 “처음에 내 문제가 아니란 생각에 비정규직 관련 요구를 탐탁찮게 여겼었지만, 조합활동을 하고 교육을 받다 보니 생각이 바뀌게 됐다”고 고백한다. 김재홍 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도 “예전엔 어떻게 하면 내 자식들 고생 안 시키고 잘 살아볼까 하는 게 삶의 전부였는데, 이젠 세상 보는 눈이 달라져 노조활동이 삶의 중심이 됐다”고 말한다.

▲ 5월4일 다스지회 조합원들이 휴게실에서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노총 시절에는 노동강도가 강한데다, 관리자들의 눈치 때문에 편하게 쉬지도 못했다고 한다. 김상민

지회는 최근 이 같은 긍정적인 변화를 앞으로 어떻게 단단하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 중이다. 김 지회장은 “아직 우리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민주노조 건설의 초심을 잊지 않고 있다”면서도 “아무런 대책 없이 시간이 흐르면 노조를 중심으로 단결해 쟁취한 변화들을 당연시하고, 노조보다 개인을 우선시 하는 이기주의가 싹틀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김 지회장은 최근 금속노조 사업장 중 회사의 탄압으로 조합원들이 분열돼 한순간에 민주노조가 위태로워지는 사례들의 배경에 이 같은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지회 간부들은 이들 사업장의 그릇된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근 노조 차원의 규율과 단결의 기풍을 세우기 위한 노력들을 벌이고 있다. 지회 간부들이 생각하는 규율의 핵심은 조합원들의 주인의식이다. 김 지회장은 “노조는 조합원들을 위해 무얼 대신 해주는 조직이 아니며, 조합원 스스로가 노조의 주인 주체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지회장은 금속노조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금속이 뭔가를 해 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바로 금속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곧 만 세 살이 될 젊고 건강한 다스지회. “반드시 다스지회를 금속노조 핵심 지회로 만들어 보겠다”는 이들의 다짐이 현실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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