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소속 대기업 하청업체 강 아무개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백만 원. 이 액수는 잔업수당과 상여금 등을 합쳐 평균한 금액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아내 세 식구가 전세 아파트에 산다. 강 아무개는 매일 담배 한 갑(2500원)을 피우며 일주일 동안 동료들과 술자리에 쓰는 돈은 4만 원 정도다. 유일한 취미라곤 한 달에 두 번 정도 당구를 치는 것이 전부다. 교통비와 경조사비를 제외하곤 강 아무개 노동자의 지출내역은 그의 일상만큼이나 단조롭다.

노동계급에 관한 ‘믿거나 말거나’ 경제학을 이제 시작해보자. 담배로 한 달에 7만 5천원, 술값으로 16만원, 취미활동으로 5만원. 교통비로 10만원, 경조사비로 10만원을 추가로 지출한다. 총 50만원에 가까운 액수다. 요컨대, 강 아무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으로 번 액수의 25%쯤을 노동의 재충전을 위해 사용하는 셈이다. 하지만 매달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돈은 75%가 아니다. 손바닥만 한 전세지만 대출이자와 원금으로 매달 50만원 빠져나간다. 게다가 아이 학원비와 학교비용 등으로 비슷한 액수가 지출된다. 이제 강 아무개 아내 차례다. 50만 원 정도 남은 돈으로 집안 살림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아내는 재래시장과 할인마트를 오가지만 상황은 비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3월 말을 기준으로 저소득 노동자들의 엥겔지수는 소득대비 20%를 이미 넘어섰다. 쌀을 사고 반찬을 해 먹는데 드는 비용이 그렇다는 의미다. 게다가 물가상승만큼 임금은 오르지 않고 식료품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명박이 심심하면 언급하는 OECD 국가 중에서 최고수준이다. 하나마나한 이야기지만 엥겔지수가 높다는 것은 자본의 이익이 노동자들에게 점점 더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밥상 앞에서 밥 한 숟가락에 김치 두 쪽을 먹는 아이에게 무심코 “아껴먹어라”라고 말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한국 노동자들 대부분은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취미를 가진 경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표본조사에 불과하지만 민주노총에 따르면 문화생활에 쓰는 비용은 임금대비 1% 수준이다. 그 이유는 묻지 않아도 뻔하다. 긴 잔업시간과 강도 높은 노동 탓에 휴일이면 지친 몸을 쉬기도 바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유가 전부일까? 본질은 임금에서 의식주와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비상식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운동이라도 나가”라고 말하지 “문화생활을 하자”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베란다 채소밭』(박희란, 로그인)의 부제는 ‘웬만한 건 다 키워먹는’이다. 부제처럼 우리가 식탁에서 먹을 수 있는 것 모두를 책 한권에 담았다. 독자들의 리뷰를 살펴보면 대체로 몇 가지 의견으로 압축된다. 우선 불안한 먹거리 고민은 이제 그만이다. 또 하나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감성교육이 가능하다. 게다가 요즘처럼 천정부지로 오르내리는 채소 값을 감안하면 가계부에 상당한 보탬도 된다.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면 한 해 자동차보험비용이 된다는 믿거나 말거나 통계도 있을 정도다.

혹시 금속노조의 김 모 동지처럼 “베란다가 없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할 수도 있다. 『도시농업』(귀농본부 텃밭보급소, 들녘)은 도시텃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종합안내서 같은 책이다. 텃밭에 관한 다양한 국내외 사례와 경험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혼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동텃밭을 만드는 방법과 운영에 관한 전문가의 조언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금속노동자들에게 뜬금없이 이 책들을 권하는 이유는 문화적인 이유다. 거창하게 문화라는 말이 그렇다면 여가나 취미라고해도 상관없다. 긴장의 연속인 현장노동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다음 싸움을 위한 ‘마음의 여유’라고 말하고 싶다. 구속보다 괴로운 것은 지치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최백순/ 레드북스(www.redbooks.co.kr 전화 070-4156-4600) 대표

* 금속노조가 있는 서울 도심에 한 진보정당 당원이 인문사회과학 서점을 운영한다. 그 서점이름이 Redbooks(레드북스). 필자가 이 서점의 대표다. 필자가 격주마다 금속노조 조합원이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을 권해주고 있다.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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