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라인, 형님예산, 과메기예산…. 이명박 정부 들어 포항은 온갖 특혜논란으로 뜨거운 도시다. 반면 지난 3년간 포항에서 벌어진 노조탄압은 심각하다. 특히 지난해 노동부 포항지청은 타임오프를 빌미로 금속노조 때려잡기에 앞장섰다.

포항에 네 번의 해고와 사측의 노조와해공작에도 웃으며 노조 깃발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진방스틸지회 이기형 지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 이 지회장은 “제가 대통령 조카뻘에 고향도 포항인데 혜택은커녕 해고만 계속 당했다”며 허허롭게 웃는다.

한 사업장에서 해고만 네 번

금속노조에 가입했던 지난 2002년, 교섭위원이던 이 지회장은 첫 해고를 당한다. 특별한 사유도 없었다. 노조간부가 될 때 해고될 각오를 했기에 다행히 잘 헤쳐 나갔다고 말한다. 두 번째 해고는 지난 2008년 공장이 한국주철관으로 매각되면서 당했다. 회사는 같은 해 2월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더니 8월 조합원만 골라 40명을 잘랐다. 같은 해 9월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해 해고자 모두 공장으로 돌아갔다. 복귀한 이 지회장은 2010년 11월 세 번째 해고를 당한다. 그리고 그는 올해 1월 경북지노위에서 부당해고판정을 받아 2월 23일 복귀했지만 3월 다시 네 번째 해고를 겪는다.

▲ 이기형 지회장은“간부들이 금속노조 핑계 대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니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신뢰 못하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신동준
네 번씩이나 당하니 해고와 친해진 걸까, 회사가 해도 해도 너무 하니 어이가 없어서일까. 이 지회장은 항상 웃는 낯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조심스럽게 항상 웃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이 지회장은 “그럼 울까요?”라고 답하며 또 웃는다.

“제가 힘든 내색 하면 조합원들이 불안해합니다. 제가 못나서 노동조합 이 지경으로 만들고 조합원들 해고당하게 했습니다. 조합원들한테 참 미안해요.” 이 지회장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지금까지 잘 버텨주는 우리 조합원들 정말 대단합니다. 노조 재정 어렵다고 해고자들 과메기 판매하러, 농장에 품 팔러 보내기까지 했어요.” 진심으로 조합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이 지회장. 얼마 전에 “너는 왜 맨날 웃냐”고 타박하는 한 선배에게 “이왕 길어진 싸움, 사람들 마음이라도 즐겁게 해야죠” 라고 답했다. 그가 항상 웃으면서 당당하게 나오니까 회사 회장도 그랬다. “뭐 저런 기 다 있노.”

노조 전직간부들 회사의 품으로

사측은 보직 발령 등을 미끼로 조합원들과 지회 전 간부들을 흔들었다. 그 중 몇몇이 사측 편에 섰고 2009년 12월 직장폐쇄 이후 일부가 조합탈퇴도 했다. 이 지회장은 “힘들었다. 그 때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직장폐쇄 당시 조합 탈퇴한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이었죠. 그 때는 참 미웠는데…. 시간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때까지 버텨준 것만으로도 고맙더라고요. 2008년 투쟁 시작할 때 우르르 나갔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찔하죠. 회사가 말도 못하게 괴롭혀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견뎌줬어요. 그래서 더 안타깝죠.”

이 지회장은 노조탈퇴자들에게 여전히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다. 이 지회장은 “투쟁 승리하고 노동조합 정상화되면 꼭 다시 함께 해야죠. 그렇게 만들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나 “전 지회장은 사측 노사협의회의장, 전 사무장은 사측 인사노무팀장이 됐다”며 “노동조합 간부 했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어 조합원들에게 부끄러웠다”고 고백한다.

산별노조 아니었다면 지회도 없다

해고를 네 번 당하고도 금속노조를 놓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지회장은 “조합원들에게도 항상 말하지만 우리가 특별해서 노동조합 지키고 있는 게 아니다”고 딱 잘라 말한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우리 주장이 맞고 옳으니까 가는 겁니다.” 이 지회장은 또 “금속노조의 지원과 지역동지들의 연대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산별노조이기 때문에 많은 투쟁사업장들이 버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지회장은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은 “지회장들이 중간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라며 생각을 밝혔다. “지부나 노조의 잘못된 점은 강하게 비판한다”는 이 지회장은 “하지만 그런 얘기를 조합원들에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간부들이 금속노조 핑계 대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니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신뢰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조합원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지회 간부들을 믿거든요. 지회장들이 막 내뱉는 말들 조합원들이 다 흡수합니다. 지회장들이 중심을 잡고 노조와 조합원의 중간다리 역할을 잘 해야 합니다.”

▲ 진방스틸 현장 전경. 이곳에 네 번의 해고에도 웃으며 노조를 포기 않는 이 지회장과 그런 지회장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진방스틸조합원들이 있다. 신동준
일부 사업장의 금속노조 탈퇴 역시 조합원들이 아닌 지회장들의 선택이었다고 이 지회장은 확신한다. “금속노조 탈퇴 사업장들 살펴보니 살림살이 나아지고 맘 편히 회사 다니는 사람은 탈퇴주도한 지회장들뿐이더라”고 비판하는 이 지회장. 이지회장은 “금속노조 탈퇴하면 뭐든 다 해주겠다는 회사, 금속노조 해주는 것도 없는데 탈퇴하자는 노조 간부들 절대 믿지 마라”고 충고한다.

“노조탈퇴 선동 노조간부 믿지 말라”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9일 사측의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이 지회장은 “판결 이후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갖게 돼 다행”이라며 “1월 지회 한 조합원이 세 쌍둥이를 얻은 뒤 일이 잘 풀리고 있어요. 복덩어리죠. 저도 올 1월 지노위에서 승소했고 느낌이 좋다”고 말한다.

이기형 지회장은 마지막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잊혀 진다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힘든 일인지 아십니까”라며 “투쟁사업장 지원은 노조조직화의 무기”라고 강조한다. 이 지회장은 “노조가 투쟁사업장들 승리할 수 있도록 제대로 지원하고, 이기는 사례가 계속 생기면 지역노동자들이 금속노조 오지 말래도 알아서 올 것”이라며 “이제 조합원들과 지역노동자들에게 4만과 15만 명의 차이가 무엇인지 확실히 느끼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명박 정권의 심장 포항에 네 번의 해고에도 웃으며 노조를 포기 않는 이 지회장과 그런 지회장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진방스틸조합원들. 이들이 있기에 금속노조는 오늘도 뚜벅뚜벅 전진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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