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열기가 뜨겁다. 선거일을 앞둔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선거 여론조사에서는 ‘귀하께서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시겠습니까’라고 투표의사를 묻는 문항을 넣곤 한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투표율이 떨어지는 재보선이다보니 꼭 투표하겠다는 사람들의 응답이 실제 선거 결과에 더 근접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경우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높은 반면, 야당, 진보정당 지지자들의 경우 이 비율이 다소 낮다. 그렇기 때문에 ‘재보선은 한나라당에 유리하다’, ‘투표율만 낮으면 한나라당이 이긴다’는 속설이 마치 재보선의 법칙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재보선도 역시나 승부는 투표율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국적인 야권후보 단일화로 대부분 지역에서 한나라당과 야권단일후보의 1대 1 구도가 형성되었으며, 초박빙 접전 양상이다. 투표 당일, 젊은 층이 얼마나 투표하는가, 노동자들이 얼마나 투표하는가에 따라 선거 결과가 판가름 날 것이다.

재보선은 그들만의 잔치?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투표권은 있어도 실제 투표를 하려면 많은 제약이 따른다. 평일에 진행하는 재보선의 경우, 새벽같이 출근했다 밤늦게 퇴근하는 노동자들은 현실적으로 투표하기 힘들다.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이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측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여 투표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며, 또한 최근 선관위에서 부재자 투표를 독려하는 민주당 광고를 금지시킨 데에서 볼 수 있듯이 투표율이 낮아지기를 바라는 세력은 도처에 존재한다.

▲ 이번 4.27 재보궐선거 지역
노동자들의 투표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조합의 투쟁이 필요하다. 사측을 압박하여 출근시간을 한 시간 늦추거나, 점심시간에라도 잠깐 투표하러 다녀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재작년 수원 장안 재선거 당시 성균관대에 선거 사상 최초로 대학 구내 투표소가 설치된 바 있었다. 앞으로 노동자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되는 대공장이나 사업장이 밀집되어 있는 공단 등지에 현장 투표소를 설치하도록 하는 투쟁을 벌이는 것도 필요하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전남 동부지부는 선거일에 조합원 7000여명의 총회를 결정하여 휴무일로 만들었다.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투표에 나서겠다는 이러한 결의야말로 진정 노동자를 정치의 주인으로 세우려는 모범 사례이다.

투표할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

이전부터 노동자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마저도 사측과 정권의 탄압에 맞서 싸워가면서 하나하나 쟁취해왔다. 하물며 노동자가 정치의 주인되고, 세상의 주인이 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일구어 내는 과정 역시 투쟁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보수 정치세력은 선거 당일날 그냥 앉아서 유권자들의 투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표를 ‘조직한다’. 노조도 마땅히 노동자들의 계급투표를 조직하는데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 4·27 재보선은 노동자들에게 반 노동자 정권인 이명박 정권과 집권여당을 심판하는 선거다. 이명박 정부는 3년 내내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노동운동을 탄압해 왔으며,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삶을 벼랑끝으로 내몰았다.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따로 있을 수 없으며, 사무직 노동자와 생산직 노동자의 처지가 다르지 않다.

4월 27일. 사는 지역과 하는 일은 달라도 모두가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단결된 투표의 힘을 보여주자. 전국의 모든 재보선 지역에서 이명박 정권과 집권여당을 심판하고 노동자가 이제는 정치의 주인으로 나섰음을 똑똑히 보여주자.

김용현 / 사회동향연구소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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