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대법원은 쟁의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무분별하게 적용해온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법원은 지금까지 파업 등 노조 쟁의행위가 당연히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왔다. 쟁의행위는 곧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공안기관은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경우 일단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며 범죄행위 관점에서 수사해왔고 노동자는 그로인해 형사처벌을 받아왔다.

이번에 문제된 사건은 전국철도노조가 2006년 3월 1일부터 4일까지 진행하였던 파업에 대해 당시 철도노조 위원장(현 민주노총 위원장)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과 관련된 사건이다.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로 판결하면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쟁의행위가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닐 경우 당연히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던 기존의 판례가 바뀐 것이다.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이 없는 경우라 하여 언제나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점은 종래 판결에 비하여 진일보한 판결이다. 그러나 과연 어떠한 경우를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를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구체적 사례에서의 자의적인 법적용 우려는 남아 있다.

▲ 철도노조는 지난 2006년 3월 1일부터 4일까지 파업을 펼쳤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당시 노조 위원장을 업무방해죄로 유죄확정했다.
이와 관련해 2006년 3월 1일부터 4일까지 이루어진 철도노조의 파업은 2월 7일부터 이미 예고된 파업이었으므로 사용자는 파업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로서 노조가 직권중재를 위반해 파업을 강행하리라 예측할 수 없었다고 보아 업무방해죄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어쨋거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지금까지 위법한 쟁의행위로서 파업의 경우 만연히 업무방해죄로 처벌하여 오던 종래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설령 쟁의행위 주체, 목적, 절차, 방법의 요건이 충족되지 못하여 쟁의행위가 정당하지 않다고 평가되더라도 무조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그 쟁의행위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비로소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 물론 이른바 합법파업의 경우에는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등 위 판결이 설명하는 ‘위력’에 해당되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되더라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종전과 차이가 없다.

송영섭 / 금속노조 법률원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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