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재능교육 안할래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재능에 맡길 수 없습니다.”
학습지 들고 아이들을 찾아가 수업해야 할 선생님들은 2007년 12월부터 4년 째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차마 회원 학부모에게 학습지 끊으라는 얘기는 할 수 없었다던 이들이 재능교육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22일 유명자 전국학습지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장을 만나 그 사연을 들어봤다.

유 지부장은 학습지 교사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불매운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결혼정보업체에도 학습지교사가 3D 업종으로 정해진지 오래됐어요. 게다가 지금은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건전한 사고로 교육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거죠.”

유 지부장은 지난 1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한 학습지 교사 이야기를 꺼냈다. “그 선생님이 학습지 그만둔 회원 회비를 대신 납부하느라 임금 1백 만 원 넘게 공제되고 5백 60원 받았다는 기사였어요. 그런일은 비일비재 하거든요”.

한달 월급 5백 60원, 이런 일 비일비재

학습지 회사는 회원이 그만두는 것을 ‘퇴회’라 표현한다. 이번 달에 가르치던 회원 중 10명이 그만두면 교사가 퇴회자 명단을 적어 지국 관리자에게 제출한다. 그러면 관리자는 교사를 앉혀두고 “미쳤냐. 플러스(+) 실적 내야할 때 그만둔다고 명단 적어내면 되냐”고 협박한다. 결국 퇴회 처리 해주지 않아 교사에게는 유령회원 10명이 생긴다. 문제는 이들의 회비 처리에 있다.

▲ 유명자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장. 신동준
“유령회원 회비가 납부 안되니 교사 임금에서 자동으로 삭감하는 제도가 있어요” 유 지부장은 “교사들은 평균 10명 정도 유령회원을 두고 있는데 임금 깍이면서까지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 버티는거죠”라고 덧붙인다. 밤 늦게까지 많게는 열 곳 넘는 수업을 뛰어다닌 뒤 손에 쥐는 임금 명세표에는 늘 삭감액이 표시된다. 그 와중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사채쓰고 빚더미에 올라 죽음을 선택한 교사 동료도 있었다.

“재능교육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지만 재능이 교사들 탄압하는 걸 보면 정말 교육기업이라고 인정할 수가 없어요” 불매운동에 나선 또 하나의 이유다. 4년 동안 재능교육은 ‘노동탄압, 인권탄압 백화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신용불량에 빚더미로 죽는 교사도 있다

유 지부장은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이 용역깡패의 행태라고 설명했다. “그냥 본사 못들어가게 지키는 수준이 아니예요. 대부분이 여성조합원인데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에 성희롱을 해요. 귀에 입김을 불어가면서 얼마나 끔찍하게 만드는지 몰라요” 어머니까지 들먹이는 성희롱은 기본이다. 유 지부장은 본사 앞에서 철야농성 당번이 되는 날이 죽기보다 싫었다고 말한다.

최근 회사가 신청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위반 혐의로 조합원 개인별로 2천 만 원에서 3억에 해당하는 압류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개인 살림살이까지 빨간딱지 붙이고 경매에 넘기고 있어요. 조합원이 살고 있는 집 경매날짜가 5월로 잡혔더라구요.” 유 지부장은 다음 수순으로 회사가 현장 조합원에게 합법적으로 등록된 노동조합을 ‘불법임의단체’라고 악선전하며 노조 탈퇴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노동조건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임금도 인상시킬 수 있었던 건 단체협약이 있어서였어요. 그러니까 회사는 더더욱 노동조합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거죠.” 재능은 2007년부터 노조 간부들을 해고하고 단협을 해지하면서 재능교육 교사들을 더 열악한 환경에 내몰았다.

▲ 재능교육회원학부모들은 23일 오전11시에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으로 해지한 단체협약 원상회복 △부당하게 해고된 해고자들을 전원 복직 △유령회원, 유령교사 등의 불법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사진=참세상
“사실 불매운동은 교사들에게도 양날의 칼이예요. 회원이 줄어든다는 건 내 임금과 직결되는 문제거든요. 직접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야 되는 사람도 우리구요. 하지만 교사들이 내죽어나가고 우리가 만든 노조와 단체협약이 훼손되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으니 결심한거죠”

“불매운동? 두고 볼 수 없으니 결심한 셈”

재능지부 조합원들은 결의를 모으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더욱 확산시킬 계획이다. “모든 걸 빼앗긴 채 현장에 돌아가면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거예요. 다시 열심히 해봐야죠”라고 유 지부장이 앞으로의 다짐을 전한다.

유 지부장에게 싸움이 이기고 난 뒤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어떤 조합원은 재능교육이 한 짓이 너무 끔찍해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얘기해요. 그런데 전 다시 학습지 교사 하고 싶어요. 올해로 교사된 지 12년째거든요. 싸움 시작하고 1년쯤 지나고 나니까 애들이 너무 보고 싶고 가르치고 싶고 그러더라구요. 더 좋은 선생님이 될 자신도 있고”

해고자가 모두 복직하고 단체협약도 다시 맺는 날. 이들이 회사 탄압에 눈물짓지 않고 학습지 들고 학생 집을 찾아가는 그 날까지 잠시 재능교육 끊어보자. 조만간 유 지부장에게 다시 우리 아이 맡길 수 있을 때 까지만.

전국학습지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소개

2007년 회사가 제시한 사실상 임금을 삭감하는 수수료제도 개악에 반대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2008년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조합원 해고, 용역을 동원한 성희롱, 폭행, 재산 압류 등 악랄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은 해고자 원직복직과 단체협약 원상회복,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며 서울 시청 사옥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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