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역사기행을 준비하면서 무엇을 짚어보아야 할까? 차분하고 세심하게 준비해야 기행에 참여한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고 제대로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아래 준비과정이 꼭 번호순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1) 참가주체와 대상 : 누가 중심이 돼 추진하고, 누구랑 갈 것인가?
역사기행을 추진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내가 사람을 모아 역사기행을 진행하는 주체인가, 아니면 노동조합이나 조직이 역사기행 사업을 진행하는가? 함께 갈 사람들은 누구인가? 몇 명이 갈 것인가? 추진주체와 참가자들에 따라 준비와 일정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먼저 참가할 사람을 정해야 한다. 여럿이 가게 되면 준비할 때부터 시작해서 역사기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일을 나누어 맡을 필요가 있다. 전체를 총괄 진행할 역사기행 대장, 현장안내와 해설자, 회비를 담당할 총무, 기록 담당자가 필요하다.

(2) 역사기행 목적과 주제 : 무엇을 왜 보려고 하는가?
역사의 사건을 중심으로 볼 것인가, 문화유적과 유물을 중심으로 볼 것인가, 어떤 시대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역사 학습에 중점을 둘 것인가, 친목 도모나 조직 관리에 중점을 둘 것인가?

▲ 1월3일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묘역 앞에서 금속노조 임원, 사무처가 시무식을 하고 있다. 신동준

(3) 공간 : 어디로 갈 것인가?
역사기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역사의 현장, 과거의 공간이다. 주제와 목적에 걸 맞는 장소를 정하는 것이 준비과정에서 가장 앞서서 짚어보아야 할 요소이다.

(4) 시간 : 언제 갈 것인가? 어떤 일정으로 갈 것인가?
참가자들의 사정에 따라 함께 낼 수 있는 시간을 잡아야 한다. 평일이 좋은지, 토요일 일요일을 끼고 갈 것인지, 하루 일정인가, 1박 2일이상인가? 갈 시기를 잡을 때는 될 수 있으면 주제에 적합한 계절과 시기를 맞추는 것이 좋다. 그 시대 사람들에게 자연의 시간이 미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의 사건, 특히 근현대 3.1 운동, 4.3항쟁, 5.18민중항쟁, 6.10항쟁, 1987년 7, 8, 9월 노동자 투쟁, 10월 인민항쟁의 역사의 현장을 찾는다면, 사건에 담긴 숫자와 비슷한 시기를 택하자는 것이다. 1894년 농민전쟁을 여러 번에 걸쳐 깊숙이 살펴보고 싶다면, 고부농민항쟁은 음력 1월에, 1차 농민전쟁은 음력 3월 하순에서 4월 초순에, 전주입성과 집강소 시기는 4월말 이후에 가보는 식이다.

(5) 이동방법 : 어떤 수단으로 역사의 현장을 찾아다닐 것인가?
참가자와 장소에 따라 교통수단이 달라진다. 가려는 곳이 걸어갈 만한 가까운 거리에 있다면 특별한 교통수단이 필요 없다. 여럿이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 때가 문제다. 일반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것인가? 승용차를 가지고 갈 것인가, 버스를 대절할 것인가?

(6) 숙식 : 어떻게 먹고 잘 것인가?
밥을 해 먹을 것인지, 사 먹을 것인지를 정하고, 음료와 간식도 준비해야 한다. 잠자리도 미리 알아보고, 필요하면 예약까지 해야 한다. 숙박지에서 밥을 어떻게 해결할 지, 저녁 시간에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지에 따라 규모나 시설이 다른 숙박지가 필요할 것이다.

(7) 안내와 설명 : 누가 현장을 안내하고 내용을 설명할 것인가?
역사기행 주체가 안내와 설명을 맡을 수도 있고, 전문가나 해설사에게 부탁할 수도 있다. 자료집을 준비한 구성원들이 강사가 돼 준비한 내용을 나누어 설명해도 좋다. 전문가나 해설사에게 부탁할 때는 미리 목적과 일정에 맞춰 설명을 조절해 달라고 부탁을 해 놓아야 한다. 설명이 너무 자세하고 길어지면 중간에 끊기도 어렵고, 일정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8) 일정 : 역사기행을 어떤 순서로 할 것인가?
참가자, 목적, 주제, 시간, 공간, 이동방법, 숙식을 고려해 출발부터 도착까지 일정을 시간별로 미리 잡아야 한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해 뜨고 지는 시간, 관광철이냐 아니냐에 따른 교통사정까지 고려해서 일정을 짜야 한다.

(9) 사전답사
자료와 정보만 가지고 일정을 잡기 어려울 때는 미리 찾아가 이동시간이나 숙식지를 정하도록 한다. 참가자가 많고, 차가 여러 대가 갈 때는 주차장소까지 알아 두어야 한다.

(10) 자료집 제작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가? 준비한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느끼게 된다. 전체 역사기행 전체를 100으로 잡는다면, 내가 생각하기에는 준비에 30 정도의 비중을 실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역사기행에 40, 끝난 뒤 정리에 30, 이런 과정 전체가 큰 의미의 역사기행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집에는 준비하면서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모두 들어가고, 가볼 곳 지도와 함께 역사의 현장에서 보아야 할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 자료집을 혼자 준비하는 것보다 준비팀을 꾸려 함께 준비하고 현장에서 설명까지 하는 것이 좋겠다. 전문가의 안내와 설명을 받을 경우에는 원고를 미리 받아야 하고, 주최측 의도에 따라 참고 자료를 보충해서 넣을 필요도 있다.

(11) 참가비
교통수단, 숙식비, 간식비, 자료집 제작비, 강사비를 계산하여 전체 예산을 짠 뒤 참가자 수로 나누어 참가비를 책정한다. 보조비가 있다면 그것을 빼고 참가자들 부담액을 정하면 된다. 참가비를 가기 전에 미리 통장으로 입금하라고 할 것인지, 출발 할 때 받을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12) 준비물 챙기기와 연락
떠나기 전에 미리 자료집, 참고자료, 참가자 명찰, 지도, 나침반, 구급약, 설명용 음향기, 현수막, 음료수와 간식 등 준비물을 챙겨 두도록 한다. 차를 운전할 기사와 참가자들에게도 마지막으로 출발 시간을 안내하고 개인 준비물 빼놓지 않도록 연락한다.

역사기행지 20선

역사기행 안내를 부탁 받았을 때,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같이 가기 어렵다고 하면 곧바로 갈 만한 곳이라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래 뽑아본 20곳은, 내가 대부분 안내를 해 본적이 있는 곳이다. 수많은 역사의 현장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선호도에 따라 번호를 붙인 것은 아니다. 목적과 주제, 계절과 거리, 일정을 고려해서 역사기행 가 볼 곳을 정할 때 참고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20지역을 중심으로 역사기행 안내글을 쓰려고 한다. 계절과 사건의 성격, 현실 상황에 따라 글 쓰는 순서는 달라질 것이다.

1. 1894년 반봉건 반침략 농민전쟁의 현장 (1박 2일)
정읍 만석보터 - 말목장터 - 황토현기념관 - 황토현전적기념관 - 황토현동학혁명기념탑 - 전봉준고택 - 백산 - 고부관아터(고부초등학교) - 신중리 동학혁명모의탑, 무명농민군위령탑 - 선운사(1박) - 선운사도솔암 마애불 - 낙조대 - 선운사 -상갑리 고인돌 - 고창읍성 신재효 고택 - 전주 풍남문 - 삼례 역사광장 - 공주 우금치 동학혁명군위령탑

▲ 동학농민혁명 전적지 중 하나인 전주 풍남문.

2. 지리산 자락의 절망과 희망 (1박 2일)
남원 운봉 서천 돌장승, 박봉양 비 - 백장암 삼층석탑 - 실상사 - 구례 화엄사 - 운조루 - 연곡사 부도 - 빗점골 남부군 이현상 유적

3. 모란공원의 열사들과 다산 정약용(1일)
마석 모란공원 - 남양주 능내리 다산 정약용 유적

4. 잠들 수 없는 남도 4.3항쟁의 섬 제주도(1박 2일)
관덕정 - 제주 평화박물관 - 함덕해수욕장 - 북촌마을(‘순이삼촌’의 무대)- 다랑쉬오름, 다랑쉬굴 - 성산(1박) - 성산일출봉 - 이덕구 산전 = 정방폭포 - 송악산해안동굴 - 대정알뜨르비행장 - 섯알오름 - 백조일손지묘 - 동광큰넓궤

5. 충청도 내포지방의 역사 인물과 문화(1박 2일)
예산 추사 김정희 고택 - 박헌영 생가 - 홍성 만해 한용운 생가터 - 김좌진기념관 - 윤봉길 사적 - 1박 - 예산 수덕사 - 만공탑 - 서산 해미읍성 - 개심사 - 서산마애삼존불 - 보원사터

6.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과 1980년 5.18 민중항쟁(1박 2일)
화순 탄광 - 운주사 - 쌍봉사 - 식영정 소쇄원(1박) 망월동 묘역 - 전남대학교 - 금남로 - 전남도청 - 5.18자유공원

7. 조선의 왕도, 민중항쟁 중심지 (1일)
수유리 4월혁명기념탑 - 명동성당(6월항쟁) - 경복궁 - 독립문 - 서대문형무소 -구로(1985년 구로노동자연대투쟁, 1987년 7, 8, 9월 노동자대투쟁)

8. 지리산 자락의 역사와 문화 1862년 농민항쟁 (1박 2일)
안의 박지원 사적비 - 함양 상림, 학사루 - 단속사터 - 대원사 -시천(1박) - 남명 조식유적(산천재, 묘소, 덕천서원) -진주성 - 진주박물관 -진주형평운동터 - 단성향교

9. 서세동점의 소용돌이에 맞선 저항의 섬 강화도(1일)
갑곶돈대 강화역사관 - 고려궁터- 부근리 고인돌 - 전등사 - 초지진 - 덕진진 - 광성보

10. 1894년 강원도 농민전쟁과 영동지방의 폐사지(1박 2일)
강릉 굴산사터 - 신복사터 - 강릉관아(객사문, 칠사당)- 선교장 - 허균, 허난설헌 유적 - 1박 - 양양 진전사터 - 선림원터 - 홍천 서석, 동창 농민전쟁 유적

11. 1987년 노동자대투쟁 현장 울산 창원 거제(1박 2일)
울산(1박) 울산 동구(현대중공업) - 남목고개 - 현대자동차 - 공설운동장 - 창원대로 - 창원공단 - 거제(2박) - 거제대우조선 - 옥포사거리 -거제포로수용소

12. 공주 부여의 백제 문화(1박 2일)
공주 공산성 - 곰나루 - 무령왕릉 - 공주박물관 - 부여(1박) - 부소산성 - 부여박물관 - 정림사터 5층석탑 - 백마강 신동엽시비 - 장하리 3층석탑

13. 경주의 신라문화 (1박 2일)
경주박물관 - 경주 남산 - 불국사(1박) - 석굴암 - 감은사터탑 - 대왕암

14. 분단의 상흔 - 철원 (1일)
철원 승일교 - 철의삼각지전적관 - 고석정 - 직탕폭포 - 도피안사 - 노동당사 - 백마고지 전적지 - 월정역 전망대

15. 충북의 역사인물과 문화(1박 2일)
청주 상당산성 - 청원 단재 신채호 유적 - 괴산 벽초 홍명희 유적 - 문경(1박) - 문경새재 - 중원 미륵리 절터 - 충주 탄금대 - 중앙탑 - 중원고구려비

16. 강원도 탄광노동자들의 삶과 투쟁 (1박 2일)
영월 단종릉 - 청령포 - 사북항쟁지(안경다리, 노동조합터, 동원탄좌)-고한 삼척탄좌 - 태백(1박) - 태백석탄박물관 - 태백산행

17. 경북의 서원문화와 고려의 절집(1박 2일)
안동 병산서원 - 봉정사 - 도산서원 - 부석사(1박) 부석사 - 소수서원

18. 전남 남도의 역사문화(1박 2일)
두륜산 대흥사 - 고산 윤선도 유적 - 해남 땅끝마을 - 다산초당 - 백련사 - 강진 고려청자 유적 -무위사

19. 남한강 유역의 폐사지(1박 2일)
여주 이포 나루 - 고달사터 - 신륵사 - 원주 흥법사터 - 안흥 1박 - 영월 법흥사터 - 제천 의림지 - 충주 소태면 청룡사터 보각국사 부도 - 원주 거돈사터 - 원주 법천사터

20. 섬지방의 농민운동(1박 2일)
목포 유달산 - 암태도(1박) - 하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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