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강서구와 경남 진해시 용원동일대에 큰 공단이 있다. 이 공단은 낙동강 하구와 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산업단지다. 때문에 공단 측면으로 가면 습지와 함께 모래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큰고니가 날아와 습지를 하얗게 수놓고 있다. 녹산국가산업단지와 인근 소규모산업단지들이다. 여기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약 3만 3천명. 이 일대에 산업단지가 계속 조성되고 있다. 현재 녹산공단 고용인원수는 사업장단위로 평균 약 23.5명이며 조선기자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녹산공단에서 처음 들어와 매일 자전거타고 명함 배포하던 시기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 다 되어간다. 유인물 배포할 때 이런 말을 종종 듣곤 했다.

“우리 회사는 용역으로 다 쪼개져 있어서 노동법과 상관 없어요”
“우리 같은 작은 회사 근로자들은 힘이 없어요”
“민주노총에서 대신 다 해결해 줍니까?”
“법 만들 때 민주노총이 데모하면 뭐하노? 엉망인데”
“우리 같은 비정규직은 이런데 관심없소”
“요새 세상에 회사에서 안 짤리고 월급 타 먹는기 어디고”
“뉴스에 보니 민주노총 문제 많더구만”
“주5일제하면 월급이 도로 깎이던데 이런거 하면 뭐하는교?”

기대하지 않는 듯 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해 질타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제 매년 7백건 이상 상담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 만큼 신뢰도 쌓여가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은 말도 참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몇 년 전 기분 좋은 ‘항의전화’를 받은 적 있다.

매해 7백건이 넘는 노동상담

“아니 녹산공단에서는 이런 종이도 나눠줘서 법이 이렇구나 하는 것을 아는데, 우리 마누라가 일하고 있는 김해쪽 공단에는 근로자들이 이런 법 있는 것도 모르고 회사 저거 맘대로 하요. 우리 마누라가 있는 공단 쪽에도 전단지 같은 거 쫌 뿌려 주이소”

▲ 1월27일 노조 부산양산지부, 민주노총 부산본부 서부산 노동상담소, 마산창원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김해노동인권상담센터로 구성된 '녹산김해지역 공단조직화를 위한 대책회의' 활동가들이 김해진영 본산농공단지에서 노동자 권리, 산업재해 상담 등 내용이 담긴 수첩을 노동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박향주
이제 김해에도 <김해노동인권상담센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매달 권리찾기 수첩을 나누어 주려 작은 농공단지를 방문하고 있다. 일요일에는 이주노동자를 위해 노동상담과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진료과목별로 12명의 전문의가 자원하여 진료하고 있다. 만성중증질환이나 업무관련성 질환을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자세한 작업환경 및 건강상담과 함께 진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업무와 관련된 질환이 의심되면 산업의학과 전문의와 상세한 상담도 가능하다. 또한 이주노동자가 모여 살고 있는 동네에 찾아가 격주에 1번씩 천막치고 이동진료도 진행하고 있다. 2006년 이주노동자가 다이메틸폼아마이드(DMF)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도 이곳 녹산공단였다.

몇 년전 이주노동자 임금을 떼먹고 달아난 사업주 공장을 찾아갔다. 소송까지 진행하였으나 어느 것 하나 가진 것 없는 알 거지 사장이였다. 어쩔 수 없는 이런 상황에 화가 난다. 올 3월 초 쯤 서울에 가야한다. 법원 집행관과 함께 ‘빨간 딱지’붙이러. 이번에는 ‘알거지’ 사장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거리가 너무 멀다.

개별상담을 넘어 산업단지 노동자의 전반적인 노동조건과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사활동도 하고 있다. 2008년 ‘녹산공단 노동자 실태 조사’를 실시했으며 2010년에는 ‘녹산노동자 의식실태 조사’를 금속노조 및 노동단체들과 함께 실시했다. 이러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공단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올 상반기에는 공단노동자의 건강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신상길 / 민주노총 부산본부 서부산 노동상담소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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