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해고조합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에 이어, 지난 14일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과 채길용 한진중공업지회장이 50미터 높이 크레인에 올랐다. 이들은 정리해고가 철회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결의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14일 직장폐쇄를 단행한데 이어 15일 끝내 172명의 노동자에게 정리해고를 최종 통보했다. 회사는 이와 함께 노조 측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공권력을 통한 강제 퇴거 등 직장폐쇄에 따른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50미터 상공에서 농성중인 문 지부장과 채 지회장은 어떤 각오로 이번 투쟁을 이끌고 있을까. 지회 전면파업 59일째이자 고공농성 3일차인 16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결의와 정리해고 철회 투쟁의 의미를 물었다.

▲ 지난 14일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과 채길용 한진중공업지회장이 17호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크레인 아래서 지회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부산양산지부

문 지부장은 먼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싸움은 이제 2009년 쌍용차에 벌어졌던 투쟁처럼 단위 사업장 범위를 넘어 노동계 전반과 자본의 전면적인 대결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라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단순히 단위사업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5일 “정부는 노조의 무책임한 행동을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라며 “즉각적인 공권력 작동을 통해 노조의 불법점거 시도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이에 맞서 16일 대의원대회에서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특별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한진중 싸움, 노-자 전면 대결로 치닫는 분위기”

또한 쌍용차 파업 때처럼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기 위한 사측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채 지회장은 “회사가 최근 해고 대상자가 아닌 조합원들에게 회사가 실시하는 교육에 참가하라며, 불참시 무단결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회사는 또한 외부세력이나 해고자의 농성, 불법파업 및 불법행위에 동조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과 징계 해고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협박성 편지도 조합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이 같은 회사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채 지회장은 16일 전화통화를 통해 “현재까지 조합원 90% 이상이 흐트러짐 없이 파업대오를 지키고 있다”며 “이미 해고자 생계지원금 50만원을 결의한 바 있으며, 함께 살고 함께 죽겠다는 원칙을 세워 둔 상태”라고 강조했다. “조합원들이 밥 먹듯 정리해고를 들이미는 한진 자본의 행태를 봐 왔기 때문에, 이번에 정리해고를 막지 못하면 남은 자들도 머지않아 똑같은 처지가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못 막으면 남은 자들도 같은 처지 될 것”

함께 농성중인 문철상 지부장은 “사측이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고 있지만 명분이 없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 진압에 나선다면 한진중공업은 자본과 정권의 무덤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회사는 불법파업을 운운하고 있지만 지회의 파업은 모든 법적 절차를 거친 합법적인 쟁의행위이기 때문. 문 지부장은 “회사가 직장폐쇄를 단행했지만 법적으로 노동조합 사무실이나 생활관 등 복지시설에 조합원들이 출입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며 “해고자 역시 16일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기 때문에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며, 때문에 공장에서 농성하는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문 지부장과 채 지회장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이번 정리해고 저지투쟁을 최근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연이어 벌어진 민주노조 탄압을 극복하는 계기로 만들자고 입을 모았다. 문 지부장은 “자본의 무자비한 도발이 더 이상 금속노조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진중공업에서 보여주겠다”며 “금속노조의 자신감을 찾는 2011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아래는 문 지부장과 채 지회장 전화인터뷰 전문.

이번 고공농성을 벌이게 된 계기는?

채 : 2009년 12월 회사가 정리해고를 통보했을 때 총파업 하루 만에 구조조정을 중단한다는 합의서를 받아냈다. 근데 회사는 1년 만에 또 정리해고를 들이밀었다. 조합원들이 밥 먹듯 정리해고를 들이미는 한진 자본의 행태를 봐 왔기 때문에, 이번에 정리해고를 막지 못하면 남은 자들도 머지않아 똑같은 처지가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각오로 고공농성을 결의했다.

문 :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싸움은 이제 2009년 쌍용차에 벌어졌던 투쟁처럼 단위 사업장 범위를 넘어 노동계 전반과 자본의 전면적인 대결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는 단순히 단위사업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역사로 보나 규모로 보나 한진중공업지회는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에서 주축이 되는 단위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패배할 경우 향후 지역에서 사용자가 구조조정 카드를 남발할 경우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지부장으로써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는 반드시 막아내야겠다고 판단했다. 특히 해외로 물량을 빼돌려 국내 고용불안을 초래하는 자본의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서도 노조 차원의 확실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15일 정리해고 통보 이후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채 : 회사가 최근 해고 대상자가 아닌 조합원들에게 회사가 실시하는 교육에 참가하라며, 불참시 무단결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조합원 90% 이상이 흐트러짐 없이 파업대오를 지키고 있다. 이미 해고자 생계지원금 50만원을 결의한 바 있으며, 함께 살고 함께 죽겠다는 원칙을 세워 둔 상태다. 시간이 길어져도 조합원들이 흩어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회사가 직장폐쇄 후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문 : 공권력 투입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고 이에 대한 준비도 해 놓고 있다. 하지만 명분이 없어 쉽지 않을 것이다. 지회의 파업은 모든 법적 절차를 거친 합법적인 쟁의행위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직장폐쇄를 단행했지만 법적으로 노동조합 사무실이나 생활관 등 복지시설에 조합원들이 출입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해고자 역시 16일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기 때문에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며, 때문에 공장에서 농성하는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 진압에 나선다면 한진중공업은 자본과 정권의 무덤이 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채 : 노동자들이 합법적인 파업을 벌이고 있는 데 공권력 투입은 명분이 없다. 안그래도 부산시민 여론이 노동자에게 우호적이다. 회사는 여러모로 고립된 상태다. 섣불리 투입했다가는 손가락질 받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확실히 막아낼 것이다. 조합원들 한치의 흔들림 없이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사측과 경찰은 오판하지 말기 바란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채 : 최근 노동운동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는데, 함께 살고, 함께 죽자는 정신으로 뭉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이 말이 틀린 것임을 보여주겠다. 반드시 정리해고를 막아내고 민주노조를 지켜내겠다. 이 투쟁의 승리는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전체의 승리가 될 것이다. 함께 힘을 모으자.

문 : 그간 금속노조에서 정리해고 투쟁이 단위 사업장 중심으로 진행돼 온 측면이 있다. 2009년 쌍용차 투쟁도 ‘조금만 더 연대했더라면’이라는 평가를 하곤 한다. 이제 더 이상 밀리면 안된다. 패배감을 극복해야 할 때다. 해고자 명단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단결력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자본의 무자비한 도발이 더 이상 금속노조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진중공업에서 보여주겠다. 금속노조의 자신감을 찾는 2011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하겠다. 그리고 그 승리를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들과 공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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