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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는 허가 대상이 아니다[알 법(法)하다] 집회시위 자유와 경찰의 금지통고 남용
송영섭(변호사)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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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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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29일 오후. 구미 KEC공장 정문에서 민주노총 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경찰은 집회 전날 오후에서야 금지통고보를 했다. 법원에 집행정지신청을 한다 해도 소송 준비시간과 송달 및 심문절차 등을 고려하면 예정된 집회 이전까지 판결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사법적 구제절차가 박탈된 상태에서 경찰 금지통고로 그날 집회는 전면 봉쇄됐고, 현재 그날 강행한 집회가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집회 가부를 신고접수기관인 경찰이 결정하는 것인데 이는 헌법 제21조 2항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며 금지하고 있는  ‘집회허가제’와 다를 바 없다.

최근 들어 경찰의 집회 금지통고 남발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 침해 사례가 많이 발생되고 있다. 경찰이 대다수의 경우 신고된 집회나 시위에 임박해 금지통고를 하기 때문에 집회 주최자들은 소송을 제기해 보지도 못하고 있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집회 예정 시기를 지난 이후 판결을 받게 돼 사실상 권리구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 2010년 10월29일 구미에서 경찰 기동대가 KEC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대회 시작 직전 금지통보한 뒤 도로를 점거한 채 대회장소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집회허가제와 다를 바 없다

현재의 조건에서 ‘금지통고’가 나온 경우 실효성 있는 법적대응을 위해 신속히 옥외 금지통고 처분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고 특별송달신청을 하여 집회 전에 판결을 받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5월에 있었던 국민주권운동본부의 보신각 집회와 6월에 있었던 전교조의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집회, 그 이후 발전노조에서 신고한 집회 등은 시간적으로 촉박한 상황에서 비교적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진 경우다.

보신각 집회(서울행정법원 2010아1685 효력정지신청)는 금지통보가 집회일시로부터 불과 이틀 전에 이루어진 사례다. 국민주권운동본부는 작년 5월 14일, 18일 오후 보신각 앞 인도 집회신고를 했다. 그런데 관할 경찰서는 주최단체가 2008년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한 단체들로 이루어져 있고 집회장소가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 해당하고 집회 개최 시 교통이 방해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16일 금지통고를 했다.

5월 17일 소송이 제기되었고 당일 오후와 18일 오전 두 차례 심문기일이 진행되었으며 집회일시에 임박하여 법원은 경찰에서 집회금지의 사유로 든 두 가지가 모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금지통고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판결을 했다.

신속한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신청

사법부는 경찰이 금지통고의 근거로 제시한 사유들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적용되어야 함을 수차례 밝혀왔다.

법원은 주한미군범죄근절을 위한 운동본부가 1995면 2월 18일 서울역광장에서 ‘세모녀 폭행미군 소환 및 한미행정협정 개정을 위한 시민대회’를 하겠다고 신고한 것에 대해 “신청인의 회원단체가 종전에 개최한 집회에서 수차 집단적인 폭력행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신청인이 주최하는 이 사건 옥외집회에서 집단적인 폭력행사가 있을 개연성이 명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서울고등법원 95구6146판결)”며 경찰당국의 금지통고를 취소했다. 이를 통해 법원은 이런 식의 자의적 법운영이 잘못된 것임을 확인했다.

주요도시 주요도로가 문제된 사례에서도 법원은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서는 시위 참가인원 및 행진노선과 행진방법의 제한 등 적절한 조건을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단순히 교통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처분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재량권의 한계를 넘은 위법한 처분이라 할 것(서울고등법원 98누11290 판결)”이라고 판결했다.

일단 금지하고 보자?

헌법질서 내에서 집회의 자유는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자기결정과 인격발현에 기여하는 기본권이다. 더 나아가 집회를 통하여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근본요소에 속한다(헌법재판소 2000헌바67, 88 결정).

집시법에 규정된 집회신고제는 헌법이 금지하는 ‘집회허가제’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경찰 당국이 집회의 실질적 내용까지 심사하거나, 객관적 판단자료 없이 주관적이고 자의적 심증만으로 집회 허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현행법상 허용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경찰 당국은 많은 경우 재량권을 남용해 집회신고제를 ‘집회허가제’ 내지 사실상 ‘집회금지제’로 운영하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사법부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단 금지하고 보자는 식의 경찰당국의 위법한 관행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당하면 소송하라”는 식의 무책임성은 법집행기관의 공정한 모습이라 할 수 없다.

송영섭 / 금속노조 법률원장(변호사)

* <알 법(法)하다> 꼭지는 노동자가 알아야할  노동, 생활 법률 상식과 판례를 변호사들이 소개해주는 칼럼입니다.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격주 간격으로 들려줄 법률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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