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식대 300원, 170명 집단해고... 요즘 서울 홍익대학교(아래 홍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말이다. 홍대가 학교 미화, 경비 노동자들에게 준 새해 첫 선물이 바로 170명 집단해고였다. 지난 2일 새벽 아무것도 모른 채 출근한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쫓겨났고 학교는 자신들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차가운 건물 바닥에서 50~60대 노동자들의 일터 찾기 농성 생활이 시작됐다. 농성 9일차인 11일 홍대 농성장에서 이숙희 공공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홍대분회장을 만났다.

새해 첫 선물은 170명 집단해고

이들이 해고된 1월2일은 노동조합을 만든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홍대 미화, 경비 노동자들은 지난 달 2일 노조를 설립했다. 노조 가입 대상의 90% 이상이 가입할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미화 노동자들은 아침 8시 출근해 저녁 6시까지 하루 10시간 근무를 한다. 업체는 8시간 임금만 계산해 준다. 11시~12시, 3시~4시는 휴식시간으로 정해져있기 때문. “이게 참 교묘하게 만들어 놓은 건데요, 휴식시간이라고는 하지만 그 시간에 학교 밖으로 못 나가게 해요. 쉴 공간도 마땅치도 않은데 휴식시간이라면서 돈은 안주고 늦게까지 퇴근도 안시키고...” 이 분회장이 항의를 해봐도 업체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있으니까 늦게까지 일하기를 원한다”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일하고 받는 임금은 세금 제하면 한 달 75만원. 하루 일당으로 따지면 3만원 정도다.

▲ 홍대 미화, 경비 노동자들이 1월11일 서경지부 결의대회에 앞서 진행된 사전마당에서 홍대 학생들이 준비한 율동 공연을 보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 강정주

홍대 노동자들의 이런 상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다. 비난이 이어지는 것 중 하나가 식대 9천원. 여기에도 사연이 있다. “청소를 하다보면 꼼꼼한 언니들이 버려진 종이를 모아요. 그걸 모아서 고물상 같은데 갖다주면 한 자루에 1천원을 주거든. 한 달 잘 모으면 1만원 정도 받을 수 있죠” 주로 점심밥을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이들은 종이 모아서 받은 돈을 반찬 값에 보탰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는 폐지를 개인적으로 모으지 말고 자신들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폐지 판 돈으로 학생들 장학금을 주겠다는 것. “말도 안되는 소리죠. 가서 항의하니까 그제서야 9천원을 주겠다고 했어요. 그게 식대처럼 된거지” 식대라고는 하지만 계산해보면 하루 밥 값이 300원인 셈이다. 농성장 한 켠에 홍대 졸업생이 제작한 현수막 글귀가 눈에 띈다. “후배들아. 너희가 사장되서 노동자 고용하거든 최소한 밥 값은 300원 보다 더 줘라. 요즘 그걸로는 껌 한 통도 못 사더라”

하루 식대 300원 받는 노동자 해고하고 일당 7만원 알바생 쓰는 학교

그렇게 살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임금인상을 요구하자 돌아온 것은 집단해고였다. 해고 배경에는 업체와의 계약 과정에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인건비가 책정된 용역비 단가로 단 3개월 뿐인 용역계약 연장을 요구한 학교가 있다. 결국 업체는 계약을 포기했고 노동자들은 하루 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된 것.

▲ 1월11일 열린 서경지부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숙희 홍대분회장. 강정주
“청소하는 사람이라고 최저임금 받으라는 법 없잖아요” 이 분회장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에 들어가고 학교는 학생들을 경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했다. 학교 직원 부인까지 동원해서 학교 청소를 시키고 있다. 그들이 일당 7만원에서 많게는 12만원까지 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홍대를 향한 노동자와 시민들의 분노도 한층 커지고 있다.

홍대 노동자들은 처음에는 임금 좀 올려달라고, 일하는 시간 조금만 단축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집단해고를 당하고 고용승계 해야한다고, 10년 넘게 잡다한 일 다 해온 노동자들 해고하면 안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농성 9일째인 지금은 대화 좀 하자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도대체 누구를 만나서 얘기를 해야되는지도 모르겠어요. 매일 직원들하고 갈등만 생기는데 사실 나쁜 사람들은 총장이나 이사장이거든요” 자신들은 아무 책임 없다며 대화도 거부하고 5~10년 학교를 지키고 쓸고 닦아온 노동자들의 생계 대책에는 손 놓고 있는 학교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크다.

농성하는 조합원 절반은 혈압약을 먹고 있을 만큼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하지만 난방도 되지 않는 건물 1층을 지키고, 아침 저녁으로 학교 정문에 나가 선전전도 하고 있다. 한동안은 ‘외부세력이 개입해서 사태해결이 어렵다. 학생들 교육권 침해하고 있다’는 등의 얘기를 하는 학생들 때문에 마음 고생도 했다. 하지만 지지하고 같이해주는 이들이 농성 투쟁을 더 훈훈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후원 손길 미어터지는 농성장, 학생들 방문에 눈물바람

농성장에 들어서면 ‘후원 방명록’이란 것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1만원, 10만원 현금 지원부터 핫팩, 쌍화탕, 삼겹살, 쌀, 종이컵까지 곳곳에서 들어온 다양한 후원 물품이 적혀있다. 다녀간 사람도 학생부터 학부모, 지역 주민, 시민단체 회원 등 다양하다. 얼마 전 탤런트 김여진씨가 트위터에 이들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고 농성장에도 직접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위터에 후원계좌번호를 올렸는데 며칠만에 벌써 2천만원 후원금이 모였다. 수원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홍대 소식을 듣고 서울에 와 5일 째 집에도 가지 않고 농성에 동참하고 있다.  

▲ 공공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홍대분회 조합원들은 1월3일부터 홍대 문헌관 1층 사무실 찬 바닥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강정주

또 하나, 이 곳만의 특별한 풍경이 있다. 조합원들이 각각 담당하던 건물 학생들의 방문이다. 이날 농성장에서도 미대 학생이 건물에서 일하던 노동자를 찾아와 손을 꼭 잡고 안부를 물었다. 학생 손을 잡은 조합원은 고마운 마음에 눈물을 쏟아냈다. 이 분회장은 “매일 같이 눈물바람이예요. 워낙 오래 한 건물에서 일하다 보니 학생들하고도 많이 친하거든요. 나도 우리 건물 애들이 먹을거랑 목 아프다고 챙겨다 준 약이 한 보따리예요. 애들이 너무 고맙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쨌든 우리애들한테 제일 미안해요. 피해보는 건 다 학생들이니까”라며 안타까운 마음도 드러낸다.

이 분회장은 학생들을 ‘우리애들’이라고 표현했다. 아무도 몰라주는 일을 한 것 같지만 오랜 시간 학교에서 부대낀 학생들에 대한 애정, 그리고 투쟁이 시작되고 난 뒤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학생들의 연대에 대한 고마움이 묻어난다.

백전백승 역사, 2011년에도 미화노동자 승리한다

이 분회장을 만난 11일 홍대 정문 앞에서는 공공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결의대회가 열렸다. 결의대회 시작 직전까지 내린 눈이 소복히 쌓였다. 손과 발이 꽁꽁 얼 만큼 추운 날씨였지만 학생들과 서경지부 조합원 등 8백 명 넘는 이들이 모여 “고용안정 쟁취”를 외쳤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동덕여대, 덕성여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성신여대 등 홍대보다 앞서 노조를 만들고 투쟁해온 선배 미화 노동자들이 찾아왔다. “우리는 싸우면 백전백승이다. 오래 가더라도 버티고 단결해서 싸우면 꼭 이긴다. 우리들도 밀렸던 임금도 받아내고 정년도 늘리고 악질 소장도 쫓아내고 다 이겨왔다” 이들이 전해주는 승리의 얘기들에 홍대 조합원들도 힘을 얻는다.

▲ 홍대 노동자들의 농성장에는 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연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농성장 벽면 가득 홍대 투쟁을 지지하는 선전물이 붙어 있다. 강정주

“제 생활 신조가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착하게 즐기면서 살자’예요. 농성도 별로 안힘들어요. 즐기면서 하니까. 그리고 잘 되겠죠. 잘 끝나야죠” 이 분회장의 말처럼 조합원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연대의 손길을 잡아가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학교 측이 신규 업체 설명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회는 어떤 업체가 선정되든 고용승계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분회장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우리 같은 노동자잖아요. 다들 즐겁게 싸우자구요”라는 인사를 전한다. 금속노동자도 홍대 미화, 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하며 승리의 소식이 전해지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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