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연테크 컴퓨터 쓰고 계세요? 홈쇼핑에서 주연테크 컴퓨터 판매할 때 사려고 고민했던 분들도 모두 집중. 저는 주연테크에서 8년 넘게 컴퓨터를 만들고 있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에게 알려드릴 게 있어요. 저희 회사는 지금껏 중고부품을 써서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새 부품을 옆에 쌓아두고도 중고부품으로 컴퓨터를 만들고, 벌어들인 돈은 모두 송시몬 회장님 주머니로 들어갔지요. 고객님들에게 불량 컴퓨터를 쓰게 만들면서요. 그뿐만 아닙니다. 제품 불량으로 만드는 회사는 노동자 대우도 불량 중에 불량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직접 나섰습니다. 중고부품 더 이상 쓰지 말라고. 제대로 된 컴퓨터 만들어서 고객에게 좋은 컴퓨터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그리고 노동자들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좋은 회사 되자고. 주연테크 노동자들 얘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중고부품 조립한 컴퓨터 매일 불량 사태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주연테크 공장. 22일 오후 공장 안 천막농성장에서 곽은주 금속노조 경기지부 주연테크지회장을 만났다. 지회는 지난 8월부터 ‘주연테크 컴퓨터에 중고부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공개하고 중고부품 사용 중단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그런 일 없다고 발뺌만 하는 회사의 태도에 주연테크 컴퓨터 불매운동을 벌이며 지난 7일에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회사와 송시몬 전 대표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 곽은주 경기지부 주연테크지회장.

곽 지회장은 “직원들은 컴퓨터를 사고 나서 공장으로 가져와 다시 새 부품으로 조립해서 써요. 중고부품으로 만드는 걸 아니까. 그런데 소비자들한테는 계속 불량, 중고 컴퓨터 쓰게 하는 것이 미안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그걸 밝히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지회는 회사 측에 중고부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수차례 얘기해왔다고 한다. 오죽하면 노사협의회에서 부품 때문에 불량이 너무 많으니까 제발 전수조사라도 해서 가져오라는 얘기까지 했다.

“예전에는 사양이 천천히 바뀌니까 부품을 오래 썼어요. 가끔 너무 오래 쓴 부품 중에 먼지가 가득 껴 있는게 있어요. 그러면 우리가 에어건으로 먼지 제거하고 쓰기도 했죠” 회사는 “미출고된거다, 미개봉 상태로 반품된거니까 괜찮다”고 얘기해왔지만 사실 A/S 스티커가 붙은 컴퓨터를 분해해 그 부품을 쓰기도 했다.

불매운동, 피눈물이 난다

지회가 이 사실을 공개한 것은 회사가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이제라도 제대로 된 컴퓨터를 만들면서 정상적인 기업 운영을 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회사는 아직까지 중고부품 사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은 리퍼PC(고객들이 반품했거나 불량으로 확인된 제품을 수리할 것)를 생산한다고 했다. 지회가 판매처에 알아봤지만 주연테크 리퍼PC를 파는 곳은 없었다. 리퍼PC라고 주장했던 제품은 특가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은 새제품이랑 리퍼PC라고 만드는 거랑 차이가 없다고 얘기해요. 원래부터 중고부품만 써왔으니까”

▲ 12월22일 경기 안양에 있는 주연테크 공장에서 조합원들이 노조에 대한 회사의 대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신동준

심지어 회사는 지회뿐만 아니라 경기지부 소속 전 조합원에게 ‘주연테크 중고부품 사용한다는 것을 말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회사 행동이 참 어이가 없어요. 지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안하겠다고 약속하는 거예요. 고객이 반품 요청하면 새걸로 바꿔주고. 그래야 다시 신뢰를 쌓을 수 있죠” 곽 지회장은 고집을 부리는 회사의 태도가 안타깝다고 말한다.

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8월 처음으로 용산 전자상가에 선전전을 나갔다. 중고부품 사용 내용과 불매운동을 알리기 위해서. 하지만 내가 만들던 제품 불매운동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회사에서 자폭하자는 거냐고 물어봐요. 근데 저는 회사가 없어지길 절대 바라지 않아요. 우리 조합원들이 지금 현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내가 돌아가야 할 곳도 이 회사구요” 곽 지회장은 불매운동을 하면서도 속으로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제대로 된 영업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리고 그래야만 노동조합에 치를 떠는 회사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갑부 7위 회장님, 교섭하기 싫다고 1년 동안 재택근무?

곽 지회장은 공장 마당에서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 8월14일 회사는 곽 지회장과 김영신 부지회장을 해고했다. 이 싸움 얘기를 시작하니 끝도 없다. 회사가 그간 해온 행태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주연테크는 컴퓨터 생산을 하기 전 주식연구를 하던 회사였다. 송시몬 회장은 회사를 차려놓고 주식상장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곽 지회장은 송 회장이 2006년 결국 주식상장에 성공했고 그 해 매출보다 많은 액수를 현금배당 해갔다고 전한다. 당시 회사 주식 80%는 송시몬 회장 일가 소유였다. 회장은 2006년에만 재산 소유액 6백억, 주식갑부 7위에 이름을 올린 소문난 부자다.

▲ 12월22일 주연테크지회 송년회가 열린 밤, 생일을 맞은 지회 한 조합원에게 케이크가 전달되고 있다. 신동준

노조 만들기 전, 주연테크 노동자들의 연봉은 1천4십만 원 이었다. 퇴직금까지 포함된 액수로 13개월로 나누면 한 달 80만원을 받은 셈이다. 상여금도 연차휴가도 없었다. 식당도 없어서 일하던 현장에서 일거리를 옆으로 치우고 박스를 깔고 앉아서 밥을 먹었다. 그래도 노조를 만들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1백5십만 원 상여금도 받고 식당도 생겼다.

2007년부터 회사 탄압은 본격화됐다. 그 해 회사는 본사 직원들을 1년 동안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본사에 사람이 없으니 교섭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공장으로 회사 직원 70명을 불러서 여성 조합원들을 집단폭행 했어요. 밖으로는 ‘조합원들이 라인을 점거하고 있어서 생산을 폐쇄했다’고 소문내면서” 그리고 11월에야 겨우 교섭을 끝냈다.

공장이전 막았더니 지회간부 해고하고 징계 남발

이제 한 숨 돌렸다 했더니 더 큰 일이 닥쳤다. 2008년 7월 18일, 곽 지회장이 절대 잊지 못하는 날이다. “전 날까지 교섭을 했어요. 그런데 다음 날 출근했더니 4개 공장 이전, 전직원 희망퇴직 공고를 냈더라구요”라고 곽 지회장은 당시 일을 설명했다. 대부분이 4~50대 여성노동자인데 회사는 공장을 먼 곳으로 이전하면서 통근버스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12개월치 통상임금을 받고 370명 중 202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나갔다는게 지회장의 설명이다.

당시 구로공장 부지는 계약이 2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장 이전을 막지 못하면 남은 조합원들이 모두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었다. 8월25일 조합원들은 본사를 찾아갔다. 그때 마침 본사 직원들은 자기 업무 기기를 챙겨서 본사를 빠져나가던 중이었다. “우리가 이미 2007년에 1년 동안 재택근무 하는 걸 당했잖아요. 기기 다 가지고 나가면 막을 길이 없으니까 무조건 막아야했죠” 5일을 본사에서 버텼다. 결국 근거리로 공장 이전을 하기로 합의하고 본사에서 나왔다. 정말 한 고비를 넘겼다고,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공장 이전을 마치고 그 해 10월, 공장에서 일을 하던 중 본사 직원 9명이 전조합원을 ‘감금,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합의 끝났으니까 됐다고 생각했죠. 이미 우리는 맞아서 든 멍 다 없어졌는데 회사는 2주 진단서 가지고 고소했더라구요. 9명이 우리를 고소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그사람들이 누군지 잘 몰라요. 그런 사람들이 우리 인사기록에 있는 자료까지 다 제출했어요. 회사가 나서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예요”

2년의 재판 기간 동안 조합원들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평생 경찰서 한 번 안 가본 이들이 여기 저기 끌려다니면서 하루아침에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올해 8월 그 결과가 나왔다. 지회장과 부지회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회사는 사규에 따라 당연퇴직을 통보했다. 나머지 조합원 전원은 벌금형을 받았고 징계위원회가 계속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 12월22일 열린 주연테크지회 송년회에서 지회 조합원들이 농성장에 방문한 지부 조합원들에게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신동준

“동지가 있어 따뜻한 겨울 보내고 있습니다”

주연테크 컴퓨터는 육군본부, 검찰청, 경찰청, 올해 식약청까지 공공기관에 많이 납품됐다. 지회는 조달청과 감사원에 쫓아가서 자신들 말은 듣지 않으니 중고부품 못 쓰게 해달라고 수차례 진정도 넣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단순 의혹 아니냐, 내부에서 왜 고발하고 그러냐, 행정기관에 와서 이러지 말고 검찰에 고소라도 해라”라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또 다른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감사원 국민감사청구운동’이다. 중고부품을 사용한 제품을 정부에 납품하는 것을 묵인한 감사원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것. 이미 경기지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감사청구인 모집을 진행 중이다.

“이제는 금속노조도 나서야죠. 노조가 우리에게 희망이 돼줘야해요” 곽 지회장은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회사 하나 바꾸면 노동자들 탄압하고 불법적인 경영하는 사람들한테 그런 짓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될 거예요. 안티홈페이지 한 번씩 방문하고 불매운동 동참 하고 감사청구인 신청하는 하나하나가 큰 힘이예요. 노조가 나서면 훨씬 많이 할 수 있잖아요” 마음으로 부터의 연대, 작은 것부터 다른 이의 투쟁이 아닌 나의 투쟁으로 생각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벌써 해고 5개월, 징계 철회와 중고부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천막 생활도 5개월째다. 불매운동하랴 국회로 청와대로 1인시위 다니랴 사기혐의로 고발한 사건 조사받으러 다니고 다른 투쟁 사업장 연대 까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요즘요? 힘들지 않아요. 마음으로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춥지 않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어요. 힘든 일도 많았지만 우리 조합원들이 아직 현장을 지키면서 같이 해주고 있고, 경기지부랑 지역 동지들이 자기 일처럼 같이 하고 있거든요. 경기지부가 있어서 한 발 한 발 해나갈 수 있었죠” 동지들의 대한 고마움과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는 곽 지회장의 의지가 마음에 와 닿는다.

22일 저녁, 지역 동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공장 마당에서 송년회가 열렸다. 삼겹살도 굽고 동지들과 막걸리, 소주 한 잔을 나눈다. 조합원들이 앞에 나와 서툴지만 귀여운 율동도 선보인다. 어느 해보다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0년이 다 지나갔다. 이들은 약속한다. "현장에서 좋은 컴퓨터 만들어서 보답하겠습니다." 2011년 현장에서 제대로 된 주연테크 컴퓨터 만드느라 분주해 질 그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주연테크 투쟁에 힘 보태기

① 안티주연테크 홈페이지 (http://www.jooyon.org) 방문하기
    :주연테크지회 소식도 읽고, 피해사례도 고발해 주세요.
② 감사원 국민감사청구인 신청하기 : 문의) 금속노조 경기지부 031-251-7095
③ 주연테크 컴퓨터 불매운동 : 주연 컴퓨터 쓰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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