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연평도사건이 발발했다. 이 사건으로 남측은 2명의 병사와 2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북도 남의 대응사격으로 많은 피해가 있었음이 얼마 전 방한했던 중국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전언으로 밝혀졌다. 민족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또 다시 서해에서 한미 핵항모 훈련이 실시됨으로 해서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연평도사건의 빌미가 됐던 호국훈련도 계속되고 있다.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근원적으로 막고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확전불사’를 외치는 호전광들에 대한 유감

연평도사건 이후 남측 정부여당과 대다수의 언론은 전쟁을 부추기는데 앞장섰다. ‘무자비한 보복응징’이니 ‘교전수칙 변경’이니 하면서 한 목소리로 확전불사를 외쳤다. 마치 브레이크가 파손된 열차가 상대를 향해 가속페달을 밟는 형국이다. 지금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를 보고 있는 국민들은 전쟁 공포에 가위눌려 있다. 확전불사를 외치는 호전광들의 주장대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한반도는 어떻게 될까.

지금 한반도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보다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100배 이상의 화력이 집중돼 있는 세계 최대의 화약고이자 유일의 냉전지역으로 남아 있다.

▲ 11월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김정일 독재정권 타도 국민대회'에한 보수단체 회원이 북한의 3대 세습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마이뉴스>제공

남북의 전면전을 상정한 워게임 시뮬레이션 결과가 2004년 합동참모본부가 실시한 ‘남북군사력 평가 연구’에서 산출됐다. 한반도 전쟁발발 24시간 이내에 수도권 시민과 국군, 주한미군을 포함한 23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미연합군이 첨단무기로 무장했음에도 전쟁 초기에 이처럼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는 서울과 수도권이 전선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북의 장사정포 사격에 의한 직접 피해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을 거미줄처럼 잇고 있는 각종 가스관과 유류 저장시설, 전기·통신시설 등이 파괴되면서 엄청난 2차 피해를 발생시킨다. ‘서울 불바다’ 발언도 바로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전면전이 전개되면 우리 민족은 공멸하고 한반도는 잿더미로 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외치는 호전광들에게 어찌 유감이 없을 수 있겠는가.

연평도사건의 본질

북의 연평도 포격 직전 4시간 동안 우리 군이 서해 서북도 해상에서 3,657발의 포격을 했음이 밝혀졌다. 한 언론사가 입수하여 보도한 국방부의 ‘국회 국방위 보고 자료’에 따르면 북의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11월 23일 오전 10시 15분부터 14시 34분까지 우리 군은 서북도서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하며 K-9 고폭탄 등 11종 총 3,657발을 사격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계속되던 우리 군의 사격은 북이 포격을 시작한 14시 34분에 중지됐다. 북은 해안포로 150여발을 연평도를 향해 발사했고 이 가운데 90여발은 해상으로 떨어졌다. 이에 맞서 우리 연평부대가 K-9으로 50여발의 대응사격을 했다.

국방부는 정례적인 해상사격훈련의 일환으로 우리 영해 안에서 훈련이 이뤄졌다고 국회 국방위에 보고했지만 4시간 만에 3,657발을 사격했다는 것은 단순 계산으로도 1시간에 900발 1분에 15발을 쏜 것이다. 군은 서남쪽으로 사격했다고 구두보고 했지만 보고서에는 정확한 사격 방향에 대한 언급이 없다. 현재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통상적인 훈련과정이었는지의 여부를 확인 중이다.

▲ 연평도 포격과 한미연합훈련으로 한반도에 전쟁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11월28일 밤 서울 종로2가 보신각앞에서열린 '전쟁반대 평화기원을 위한 시국기도회'에 대학생들이 '전쟁은 절대 싫다!'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참석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제공

군의 보고대로 정상적인 훈련과정이었다고 하더라도 11월 23일 사격훈련에 동원된 장비와 발사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북은 당일 오전 8시 20분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북측 영해에 대한 포사격이 이루어질 경우 즉각적인 물리적 조치를 경고’했던 상황이 아니었던가. 국방부의 보고에 따르면 당일 오전 10시경부터 4시간여 동안 엄청난 굉음과 폭발이 서북도 해상에서 있었을 것이다. 남과 북의 영해 개념이 다른 상황에서 이러한 포 사격이 결과적으로 북의 군사적 오판을 자극한 것은 아닌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근원적인 재발방지 해법

한미 연합으로 벌이는 서해상의 핵항모 훈련은 매우 도발적이며 위험천만한 훈련이다. 이번 훈련에서 미 항모강습단은 사상 처음으로 평택인근까지 북상한다. 항모강습단의 작전 반경은 1,000Km에 달하며 북한 전역은 물론 중국 동북부까지 포괄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미당국은 남북 간 무력 충돌의 근원인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지역에서 실사격 훈련과 폭격훈련을 벌인다. 이에 북이 예고한대로 2차, 3차 보복타격에 나설 경우 한반도 정세는 한국전쟁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한미당국은 핵항모 훈련이 ‘북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무력시위 차원에서 진행되는 훈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력시위는 문제 해결이 아닌 보복과 대결의 악순환을 부를 뿐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에게 돌아온다.

연평도 주민들은 “끝까지 섬에 남으려고 했는데 한미 연합훈련을 한다고 하니 불안해서 버틸 수가 없다. 남들은 북을 응징해야하고 국방비를 더 써야 한다고 하나 그건 우리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막상 당하는 주민들한테 강력한 대응이 다 무슨 소용이냐...... 몇 년 전만 해도 연평도에 해상자유공원을 만들겠다는 등 서해 5도 지역의 평화유지를 위한 노력이 있었는데, 이런 계획들이 전부 백지화되더니 결국은 이런 일까지 터지고 말았다”(한겨레 2010. 11. 26)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평도사건은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나 청와대 대포폰, 4대강문제 등 모든 당면 현안들을 묻히게 하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대포가 대포폰을 잠재웠다’는 뼈있는 유머가 회자되고 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쉽게 풀라’는 말처럼 연평도사건의 재발방지 해법은 간단하다. 서해바다를 대결과 분쟁이 아니라 상생과 평화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명시한 10.4선언을 남북당국이 이행하도록 강제하면 된다.

또한 1953년 이후부터 시작된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끝내고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서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범국민적 운동을 전개하면 된다. 전쟁과 평화의 길목에 선 지금, 선택은 우리들의 몫이다.

김종일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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