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공조코리아 충남 천안 공장이 멈춘 지 1년이 됐다. 27일 여의도에서 만난 1년하고도 1일째 투쟁 중인 발레오공조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공장을 돌려야 한다는 염원이 가득하다.

“늦은 밤 공장에 들어가보면 현장의 기계들이 녹슬어 가면서 신음하고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죽어가는 공장을 살려야 합니다” 
사흘간 길을 걸어 여의도 63빌딩 앞에 선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조합원의 안타까운 외침이다. 잘나가던 때는 일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공장에 나가 일을 해야 했다. 그때는 언제쯤 쉴 수 있을지 고민이었는데 이제는은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 하루빨리 일을 하고 싶다.

▲ 10월27일 발레오공조코리아 권순덕 조합원이 프랑스 대사관 옆에서 열린 위장폐업 철회, 직접교섭 촉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권순덕 조합원은 지회 조합원들의 큰 형님이다. 권 조합원은 회사가 설립된 날부터 지금까지 25년을 일했다. 그의 인생 절반의 시간이다. 일하는 내내 세계 제일의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런 회사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다니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회사 망친건 우리가 아닙니다. 구멍가게에서 일한 것도 아닌데 15년, 20년씩 일한 사람들을 돈 몇 푼 주고 나가라니요” 그가 여지껏 투쟁을 하고 있는 이유는 회사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짧지 않은 1년의 투쟁, 공장 마당에서 천막생활을 하고 전국 발레오 계열사와 납품사를 쫓아다녀야 하는 조합원들에게는 덥고 추운 날씨가 큰 어려움이었다. 또다시 찾아온 한파에 지난 밤 부터는 천막에서 자기가 힘들어져서 걱정이다. 바깥 생활이라는 것에 장사 없듯이 조합원들 모두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오기도 했다.

1년 동안 같이한 조합원들은 누구보다도 끈끈한 사이가 됐다. 하지만 그동안 같이 투쟁을 시작했던 동지 중 공장을 떠난 이들도 있다. 이택호 지회장은 그들에게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한다. “투쟁 방침에 동의를 못해서 떠난 사람은 없어요. 먹고 살아야 하니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죠. 오히려 떠나는 사람들이 눈물 흘리면서 갔어요”

길어지는 투쟁에 본인들만 아니라 가족들도 많이 지쳤다. 한 조합원은 “처음에는 잘 이해했는데 길어지니까 이제는 언제까지 할거냐고 묻네요”라고 상황을 전한다. 아버지가 1년이나 해고된 채로 있다는 것이 아이에게 흠이 될까 아직도 해고된 걸 비밀로 하고 ‘늘 회사일로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든 아빠’로 지내고 있는 조합원들도 있다.

“투쟁하다보니까요 안타까운게 있더라구요. 노조가 너무 대기업, 대규모 사업장에만 집중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거요” 도보행진을 계속하면서 조합원 한 명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작은 규모 사업장에 직장폐쇄든 구조조정이든 문제가 터졌을 때 같이 집중해주고, 하루 이틀 연대파업이라도 해주면 오히려 문제가 빨리 해결될 것 같은데...” 이것은 이들이 투쟁 1주년을 도보투쟁을 하면서 맞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했다. “작은 사업장이 잊혀지지 않고 집중 투쟁을 하려면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더라구요” 이제는 그들만의 투쟁이 아닌 공동 투쟁, 연대 투쟁이 되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조합원들의 투쟁의 의지와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권 조합원은 “선이 이기지 악이 이기는 건 없습니다. 걱정마세요. 끝까지 해서 꼭 이길거니까요”라며 웃는다. 우리가 안해도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라면 자식들에게 넘겨주지 말고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한다고.

조합원들은 서로에게 이런 인사를 전한다. “조금만 더 힘냅시다” 사실 1년이 됐다고 조합원들에게 특별한 것은 없다. 발레오 자본, 프랑스 정부, 이명박 정권을 향한 끈질긴 투쟁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힘을 모으고 있다. 죽어있는 공장을 살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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