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집행부 임기는 2년이며 한해 회기는 10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다. 박유기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났고 지난 1일부터 2년차에 들어갔다. 노조는 11월 22일 정기대의원대회를 개최해 1년을 평가하고 2년차 사업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1년 집행을 마친 박 위원장에게 지난 1년 평가를 직접 들어봤다. 노동기본권 사수 투쟁과 임단협, 그리고 각종 투쟁과 조직운영 등 두 차례로 나눠 싣는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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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정기대대 때 사업목표 중 첫째로 노동기본권 사수를 설정했으며, 사실상 올 한해 이 문제가 대내외적 주요 이슈였다. 결론적으로 평가해보자면 목표달성을 어떻게 점수매길 수 있는가?

숫자로 정리해 점수를 매기기는 솔직히 어렵다. 하지만 일단 교섭 결과를 참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듯 올해 임단협을 진행하는 180개 사업장 중 임단협 잠정합의를 한 136개 사업장 중 단협을 타임오프제도를 준수해 전임자를 축소한 사업장은 5곳에 불과하다. 131개 사업장 중 91곳이 노조 지침대로 전임자 처우 및 노조활동 보장과 관련된 단협을 현행 유지해 냈다. 하지만 나머지 40곳은 노사가 추후 재협의하기로 했거나, 이면합의 등으로 타임오프를 피해간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어찌됐건 이러한 결과와 상관없이 5, 6월 타임오프 분쇄를 위한 총파업 투쟁이 성과 있게 진행됐다고 평가하긴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올해 노동기본권 문제를 계기로 15만이 함께하는 투쟁을 만들겠다는 목표에는 크게 못 미친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지부가 2009년 임단협을 늦게 마무리하는 등 상반기에 시기를 집중해 투쟁을 벌이려던 계획을 집행하는 데 어려운 조건들이 있었다.

▲ "금속노조가 15만이 된 이후 단일사안으로 총회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실제 파업이 실현 가능했겠냐는 것은 별도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1월 정기대대 때는 특별히 2월부터 전조직적인 특별단체교섭 및 보충교섭을 펼치기로 결정했고 그 결정에 따라 4월 쟁의절차를 밟기로 했었다. 예년 임단협 시기보다 앞당겨 조속한 전열정비를 해보자는 취지였는데 결과적으로 4.28 파업이 철회되는 등 15만이 이 방침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 또한 파업 철회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당시 파업 방침이 결정되고 조합원 총회까지 거쳤었다. 금속노조가 15만이 된 이후 단일사안으로 총회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총회는 가결됐다. 하지만 실제 파업 지침을 내렸을 때 파업이 실현 가능했겠냐는 것은 별도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노조 전체로는 파업이 가결됐지만, 가장 큰 규모의 사업장인 현대차지부만 놓고 보면 찬성이 과반을 넘지 못했다. 기아차 역시 파업 돌입을 준비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 보고됐다. 근 몇 년간 금속노조가 파업지침을 내렸을 때 대공장들이 함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되곤 했다. 현장에서 노조가 총파업지침을 내렸을 때 중소사업장 1, 2만 명만 파업에 들어가는 상황은 더 이상 만들지 말라는 지적을 많이 들어왔다.

당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참여한 민주노총에서는 타임오프한도를 4월말까지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보고도 나왔었다. 이에 따라 4.28 총파업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제기돼 민주노총과 함께 5월 중순 이전으로 투쟁 집중 시기를 늦췄던 것이다. 물론 5월1일 새벽 근심위가 날치기로 타임오프 한도를 통과시킴에 따라 이러한 정세판단을 잘못된 것으로 결론 났다.

3월 임시대대 결과에 따르면 2월부터 시작한 특별단체교섭 및 보충교섭의 노동기본권 사수요구를 중앙교섭에 병합키로 했다. 그러나 과정에서 중앙교섭 뿐 아니라 산하지부 및 지회교섭에서도 함께 다루는 것으로 교섭전술을 다르게 펼쳤다. 이러한 교섭전술이 채택됐던 과정과 배경은 무엇인가. 아울러 이를 두고 ‘중앙’이 ‘지부 및 지회’에 전술운용을 떠넘겨 현장혼란이 더 컸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중앙교섭에서만 노동기본권 요구를 다뤘을 경우 보다 전술운용 측면에서 중앙집중적인 집행이 실현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는 일면 타당하다. 실제로 노조는 노동기본권 요구를 중앙교섭으로 병합하면서 6월 총파업으로 승부를 보자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중앙교섭으로 병합하려고 한 시점에서 현장에서는 노동기본권 문제를 중앙교섭으로만 가져가게 될 경우 지부와 지회에서 노동기본권 내용을 가지고 집중적인 투쟁을 벌이기 힘들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당시 지부와 지회에서도 노동기본권 보장 요구를 동시에 가져가도록 하는 지침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중앙의 책임을 지부와 지회에 떠넘겼다는 평가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 "중앙의 책임을 지부와 지회에 떠넘겼다는 평가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타임오프 시행시기인 7월을 전후해 타결사업장과 그렇지 못한 사업장이 나눠지게 됐고, 중앙교섭 타결 전에 지부 및 지회교섭이 먼저 타결되면서 조합원으로 하여금 중앙교섭의 관심도가 줄어들었다. 15만 조직이 내부적으로 이리저리 갈리게 된 이유가 6월안에 어떻게 해서든 사업장 단체협약을 갱신해야 한다는 잘못된 ‘강박관념’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아시다시피 타임오프법의 시행일이 7월 1일이냐 1월 1일이냐에 대해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올해 1월 1일 이후 체결된 단협에서 보장하는 전임자 처우 및 노조활동 보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을 만드는 데 중심에 있었던 추미애 전 환노위원장조차 2년 6개월간 유예기간을 준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7월 1일 이전에 체결된 단협은 그 유효기간까지 효력을 인정받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인 것이다. 이에 따라 6월 안에 최대한 자본을 압박해 임단협을 정리하면 타임오프를 현장의 힘으로 무력화시켜낼 수 있다는 것이 다수의 판단이었다.

물론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는 현실적으로 임단협 시기를 앞당기기 어려운 조건에 있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실제 7월 이전에 임단협을 타결한 사업장 대다수가 단협을 현행유지해 노동기본권 요구를 관철시킨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자본을 최대한 압박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일각에서는 6월안 타결여부와 상관없이 노조법 전면 재개정 투쟁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노조법 재개정 전선에 복무하는 것을 부정하는 전술이 아니었다. 다양한 정치세력들과 함께 힘을 모아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지금도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하는 문제이며, 이와 동시에 현장에서 자본을 상대로 타임오프를 무력화시켜내는 것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지부집단교섭이나 지회 보충교섭에서 노동기본권 문제를 합의해 나가면서 중앙교섭에 관심집중이 안 되는 문제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한 진단과 평가는 치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금속노조 중앙교섭이 19일 의견접근을 이뤘다. 어느 해보다 유독 올해 중앙교섭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올 중앙교섭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본다면?

올해 중앙교섭에서도 금속산업최저임금을 법정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시켜냈다. 금속산업최저임금은 법정최저임금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사실 내세울만한 성과가 딱히 없는 게 현실이다. 타임오프와 관련해 노사합의를 준수하기로 합의해 사용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보장키로 한 단협이 있을 시 이를 이행하도록 강제한 것도 일정부분 성과로 볼 수 있다.

결과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살펴봐야할 점들이 있다. 중앙교섭이 성공했냐 실패했냐를 판단할 때 노조가 실제 중앙교섭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파업을 준비하고 투쟁 동력이 움직였는지를 봐야 한다. 이를 통해 중앙교섭에 더 많은 사업장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중앙교섭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올 1월 정기대의원대회 때 노조는 공동요구-투쟁-타결을 목표로 산별교섭 토대를 만들어보자는 목표도 설정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요구안을 3월 임시대의원대회 때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창출로 대표되는 노조요구안은 올 한해를 달군 노동기본권 문제 때문에 제대로 주목되지 못했고 산하 지부 및 지회별 요구들만 내부적으로 쟁점화된 듯하다. 산별노조로의 집중성보다는 기업별 원심력만 높아졌다고 평가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대다수의 이해가 걸린 노동기본권 문제가 올해 15만의 일사불란한 투쟁을 전개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고, 이에 따라 노동기본권 문제를 중심에 놓고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4월 총파업 투쟁이 유실됐으며, 6월 투쟁은 중소사업장 중심으로 파업이 전개됐다. 대공장이 실제 노동기본권 사수 투쟁전선에 제대로 복무하지 못하면서 대오가 분리되고 말았다. 특히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부집단교섭과 지회보충교섭이 상당부분 마무리됨에 따라 중앙교섭 전선은 힘을 잃고 말았다. 중앙교섭 요구안들이 제대로 주목되지 못하고 원심력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 "지부집단교섭이나 지회 보충교섭에서 노동기본권 문제를 합의해 나가면서 중앙교섭에 관심집중이 안 되는 문제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가 노동기본권 문제가 15만을 하나로 묶어낼 수 없는 의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기집중의 실패, 교섭구조의 혼란 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올해 노동기본권 사수를 위해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조합원들의 의지를 확인했으며, 이는 파업찬반투표 결과로 드러나기도 했다.

노동기본권 문제는 오히려 내년에도 중요한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고용노동부의 탄압이 여전히 확대되고 있으며, 내년 7월에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시행에 따라 교섭권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다. 15만의 노동기본권 사수투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한편 올해 주요 사업장의 임단협 타결이 이뤄짐에 따라 내년에는 올해처럼 단위별로 교섭과 투쟁 일정이 흩어지는 혼란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섭과 투쟁에서 15만이 시기를 집중해 힘을 모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현장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노동기본권 문제 등 적절한 공통의 의제를 설정해야 할 것이고, 올해의 교섭구조 혼란도 잘 극복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11월 중 쟁의 절차를 밟게 될 불법파견 철폐투쟁과 내년 3월말까지 단협이 유효한 현대차지부의 전임자문제 해결은 내년 상반기 15만의 위력적인 공동투쟁 성사를 위해서라도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정리 = 김상민 선전부장 / 사진 = 신동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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