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남부지방과 달라서 충북 진천의 날씨는 쌀쌀하다. ‘교육장소와 방이라도 따뜻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교육장에 도착하니 냉기가 ‘생’하고 돌았다. 얼마 후 각 지역 동지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고 교육장은 무려 180여명의 참가자들로 시끌벅적해졌다. 동지들의 열기로 썰렁한 교육장은 금세 훈훈하게 달아올랐다.

‘금속노조 노안활동에 대한 제안’과 ‘산재법 개악과 위기의 건강’을 강의에 강사들은 교육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모습이다. 금속노조 6기 노안 간부들과 함께 하고 싶은 하는 것과 노동운동과 건강권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그들의 고민을 제시하였다.

▲ 11월26일 열린 '2009년 금속 노동안전보건 간부학교'.

우리는 과연 금속노조 강령에 기반을 둔 사업과 투쟁을 하고 있는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과 현실에 대해서 침묵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본이 이윤을 확보하는 과정이 우리 노동자들이 노동하는 과정인데 이에 대한 노안활동가들이 개입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그리고 민주노조운동 내에 건강권 투쟁이 어떻게 복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강사들은 진지하게 이야기 하였다. 이는 강사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한편으로는 노동운동과 현장 활동가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였다. 교육은 단순히 기술적인 실무 교육이기 보다는 민주 노조 운동과 건강권 운동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드는 자리였다. 그래서 내가 왜 이 자리에 앉아 있는가라는 고민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건강권 운동을 전문적 영역으로 떼어내지는 않았는지, 그렇다면 현장 운동으로서 건강권 운동 강화를 통해 민주노조운동에 어떻게 복무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다.

6기 1년차 사업계획에 대한 토론까지 마친 후 뒤풀이가 시작됐다. 각 지부별 소개와 노안 단체 소개를 하면서 각자의 고민을 들어보기도 하였다. 공식적 뒤풀이는 12시까지였지만 지역별로 그리고 지역을 넘어 함께 활동하는 동지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들 고민이 많았다. 각자가 처한 어려운 처지 속에서 어떻게 하면 노안활동을 잘 할 수 있을 것인지 토론이 이어졌고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그 토론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완성되지 못한 부분은 실천을 통해 채워 나가야 한다.

다음날 아침 교육과 평가를 끝으로 6기 노안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노안간부 교육이 마무리 됐다. 많은 동지들이 참석한 만큼 각자 가슴속에는 큰 꿈을 품고 내려갔을 것이다. 각자의 큰 꿈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건강권 운동은 민주노조 운동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적 영역으로 따로 떼어내져 노안부장만 하는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금 노안부장들은 자신감이 많이 결여 되어 있다. 어쩌면 현장에서 일어난 노동재해 한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자괴감에 빠져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금속노조 6기 지도부와 현장 활동가들에게 함께 투쟁하고 고민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건강권 투쟁이 단순히 노안부장만의 투쟁이 아니라 민주노조 운동에 복무하는 운동이 되기를, 그리고 자본의 이윤 축적 과정에서 파괴당하는 노동자의 삶과 몸을 지켜내는 투쟁이 되기를 말이다. 금속노조 6기 노안 부장들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 윗 글에서 ‘노안’은 ‘노동안전보건’을 통상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윗 글은 금속노조가 지난달 26일부터 1박2일간 충북 진천에서 개최한 <금속 노동안전보건 간부학교>에 참가한 한 간부의 참가기입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