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짓지도 않은 교육연수원에서 앞으로 수확할 과실을 예상하는 일은 자칫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기’로 될 수 있다. 그러나 행동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우선 머릿속에서 미래를 선취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육연수원의 건설과정을 시뮬레이션 해보고, 그것이 수확할 과실을 미리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서술하는 내용은 국내와 사례에 대한 조사분석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의 산물에 불과하며,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 내용이다. 구속력 있는 계획은 조합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거기서 수립해야 할 것이다.

장래 금속노조의 교육연수원을 다음과 같이 상상해보자. 위치는 전국 각지의 사업장들로부터 접근하기에 가장 유리한 중부권에 자리잡는다고 치자. 수도권, 영남권, 호남권의 중간지점으로는 대전과 영동 사이를 꼽을 수 있다. 전국 어디서나 자동차로 2~3시간이면 충분이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 수용인원 200여명 규모의 시설을 갖춘다고 치자. 시설은 크고 작은 회의실과 강의실, 숙소와 식당, 기타 부대시설로 구성될 것이다.

▲ 5기2년차 조합‧지부 임원상집간부 1박2일 의무교육. 충북 충주. 건설경영연수원을 빌려서 2차에 걸쳐서 진행했다. 노조의 정갑득 전 위원장(아래 오른쪽)도 진지하게 교육을 받고 있다.
대의원대회까지 개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수용인원 1.000명 규모의 대회의실을 추가로 갖추어야 할 것이다. 교육연수원은 대략 다음과 같은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이다.

◯ 교육 공간 : 간부‧활동가 양성 및 강화를 위한 각종 숙박교육 공간
◯ 회의 및 수련회 공간 : 조합, 지부, 지회의 각종 회의 및 수련회를 위한 공간
◯ 연대 공간 : 민주노총 및 산하 노조들, 진보정당, 사회단체, 지역사회의 교육, 회의, 수련회를 위한 공간
◯ 휴양복지 공간 : 주말과 휴일에는 조합원들 및 가족들을 위한 휴양숙소

교육연수원 미리 상상해보기

교육연수원은 일차적으로 교육공간으로 사용될 것이다. 교육공간으로서의 효과는 우선 숙소이용률을 통해 산출할 수 있다. 독일 금속노조 7개 연수원의 평균 숙소이용율은 약 60%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는 그보다 좀 낮게 잡아서 50%라고 치자. 그러면 연일 100명이 숙박교육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1주일에 1박2일 또는 2박3일 교육을 2회 배치한다면 200명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즉, 1년 52주 중 25주를 가동한다면 5.000명의 간부활동가들을 교육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금속노조 조합대의원과 지부대의원을 모두 합치면 2.500명 정도 된다. 그리고 조합, 지부, 지회 임원상집간부를 모두 합치면 또한 2.500명 정도 된다. 교육연수원을 25주만 가동하여도 금속노조 모든 간부들에게 1박2일 또는 2박3일을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모든 교육이 기계적으로 1박2일 또는 2박3일로 진행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육연수원이 설립되면 ‘주먹밥 식’ 또는 ‘김밥 식’ 교육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주제별-단계별 교육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교육프로그램은 짧게는 1박2일 프로그램부터 길게는 4박5일 또는 그 이상의 프로그램도 개발할 수 있다. 우리 교육원에서 우리가 먹고자며 학습을 하는데 누가 뭐라 그럴 것인가?

1년에 25주만 가동하면 모든간부에 교육제공

교육연수원은 교육공간으로 사용되는 한편으로 각종 회의 및 수련회 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다. 현재 조합, 지부, 지회가 외부시설을 빌려서 수행하고 있는 모든 회의와 수련회를 교육연수원 시설을 이용하여 진행할 수 있다. 물론 모든 회의 및 수련회를 반드시 여기서 수행할 필요는 없다. 내용과 조건을 따져 여기서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것만 하면 된다.

▲ 2010년 8월, 전국 지회장 결의대회 및 수련회, 충북 충주, 충주호리조트를 빌려서 진행했다.
아무튼, 교육연수원에서 회의 및 수련회를 진행할 경우 외부시설을 빌리는 노력을 덜 수 있으며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외부시설을 빌려 쓰는 데 따른 여러 가지 불편을 줄일 수 있고, 친숙한 공간에서 회의와 수련회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교육연수원이 중부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회의 및 수련회 장소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만약 수용규모 1.000명 규모의 대회의장을 추가로 갖춘다면 대의원대회까지 여기서 개최할 수 있다.

전국 각지의 회의 및 수련회장소로 적격

금속노조가 각종 교육, 회의 및 수련회를 위하여 부지런히 시설을 사용하더라도 시설이용율 100%를 채우기는 힘들 것이다. 이른바 ‘편성효율’이 50~60% 정도면 매우 성공적으로 시설을 이용하는 셈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노총 및 산하노조들, 진보정당, 사회단체, 지역사회 등등에게 함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실비로 제공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최대 노동조합으로서 금속노조가 마땅히 기여해야 할 연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 아름다운 연대, 2010년 제17회 인천노동문화제 걸개그림, 김옥선과 터갈이 공동작
특히 금속노조 소속이든 아니든 장기투쟁사업장, 비정규직 및 중세영세사업장, 외국인노동자, 기타 재정이 빈곤한 사회단체들에게는 무료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금속노조 안팎에는 숙박교육 또는 수련회를 하고 싶어도 공간을 빌릴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는 단위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단위들에게 마음 놓고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연대의 차원을 넘어서서 일종의 의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조합원 193명의 관세노조가 이미 모범을 보이고 있는 일을 15만 조합원을 자랑하는 금속노조가 아직도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93명짜리 노조도 하는 일을

이처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동시에 우리는 교육연수원을 또 하나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조합원들 및 가족들을 위한 휴양복지 용도가 바로 그것이다. 교육, 회의 및 수련회 등등은 통상 주중에 진행된다. 다시 말해서 주말이나 휴일에는 공간이 비게 된다. 그런데 조합원들 및 가족들이 휴양시설을 찾는 것은 바로 주말이나 휴일이다. 이런 시차를 이용하면 교육연수원 시설을 조합원들과 가족들의 휴양복지를 위하여 활용할 수 있다. 두 가지 사례를 통하여 활용방안을 구체화할 수도 있다.

▲ 한국노총 연수원 수영장. 휴가기간 동안 조합원들에게 숙소를 실비로, 수영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우선 관세노조 가은 수련원처럼 금속노조는 교육연수원 숙박시설을 주말이나 휴일에 조합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금속노조 조합원과 가족은 누구나 주말과 휴일에 숙소를 실비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주중에도 숙소가 빌 경우에는 휴가를 즐기는 조합원들에게 빌려줄 수 있다. 관세노조 가은 수련원의 사례를 응용하여 추산해본다면 1년에 적어도 수천 명의 조합원과 가족이 교육연수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숙소에 베이스캠프를 친 뒤에 가까운 대청호나 속리산을 찾을 수도 있다. 저녁에는 숙소에서 바비큐를 하거나 캠프파이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아마 자신과 가족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연수원은 내가 만든 거야.” 바로 이런 순간이야말로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나의 노조”라고 말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순간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교육연수원 운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에는, 캐나다 프토엘진 가족교육원의 사례처럼, 조합원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들에게 노동조합을 이해시키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조합원들의 노조사랑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박장현 / 금속노조 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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