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1시30분 국회에서 한국노총 장석춘위원장이 복수노조 허용을 사실상 반대하면서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에 대해 유예기간을 달라는 내용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아래는 담화문 전문이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대국민 선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노동운동과 노사관계를 위해 저의 모두를 바치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섰습니다.

한국 노동운동과 노사관계는 역사적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상생과 협력의 진정한 노사관계 선진화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87-89년 노동자 대투쟁 시대로 회귀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처해있습니다.
민주화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갈망합니다. 노사관계의 선진화야 말로 우리나라의 선진화에 기여하고 노동자에게 보다 나은 일자리와 삶의 질을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국민여러분,
정부는 내년부터 지난 13년간 유예되어 사실상 사문화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와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규정한 법 시행을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해 이 법을 시행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국민여러분, 한번 냉정히 생각해보십시오. 과연 무엇이 진정한 노사관계의 선진화인가를!
저는 노사관계의 선진화란 대립과 갈등을 넘어 상생과 협력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확신합니다. 그리하여 노사가 손을 잡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실현하는 것이 진정한 선진적 노사관계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13년간 사문화된 법을 대책없이 시행한다면, 우리 노사관계를 20여년전 노동자 대투쟁 시대로 회귀시키는 것입니다.

기업내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기업내부에서 노동조합 사이에 사활을 건 조직경쟁이 불가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원의 인기를 얻기 위해 서로 다투어 목소리를 높이고, 무리한 요구할 것은 명약관화 합니다. 결국 노조 사이에 강성 투쟁 경쟁을 불가피하게 하고 더 투쟁적인 노조가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갈망하는 상생과 협력의 선진적 노사관계 실현을 요원하게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우리 노동자의 자리가 줄어들고 고용불안은 심화될 것입니다. 기업의 경쟁력이 약회되고 국가의 선진화도 멀어질 것입니다.

저는 지난 60여년 동안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이끌어온 한국노총의 위원장으로서 우리 노사관계가 다시 투쟁의 시대로 후진하는 것을 그대로 방관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절박한 심정에서 저는 오늘 노동운동 역사상 노동조합의 가장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노사정을 비롯한 국민여러분께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문제가 더 이상 노사간 쟁점이 되지 않도록 노조 스스로 개혁해 나가겠습니다.
원칙적으로 노조 전임자 급여를 조합이 스스로 부담하도록 조합 재정을 확충하도는 등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전임자 수가 지나치지 않도록 하고 전임자들이 노사상생을 촉진하는 일을 하도록 할 것입니다.
노총과 산별연맹은 즉시 전임자문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마련하여 전임자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이 이루어질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위원회에 중립적인 전문가도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노조자율적인 전임자 급여문제 해결을 전제로 이 법의 폐기 또는 시행을 위한 준비기간을 제안합니다. 그러나, 이번의 준비기간은 과거와 달라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에 전임자 문제 해결을 위한 노조의 구체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동시에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도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즉각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저는 노동조합의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 문제를 풀어가고 이것이 관행으로 정착되는 것이 진정한 노사관계의 선진화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원 여러분,
이 길이 우리 국가의 산업화의 기적을 일군 우리 노동조합이 또 한번 선진화를 위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하시고 동의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 길이 노동자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이라고 믿어 주십시오.

정부와 사용자에게도 당부합니다.
진정한 상생의 선진노사관계로 가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저의 제의를 받아주시기를.

국민여러분!
이제 선택은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용자에게 달려있습니다.
진정한 노사관계 선진화의 길이냐?
아니면 노사관계 파탄의 길이냐?
저는 노사정이 다함께 진정한 선진화의 길로 나아가기를 충심으로 빌어마지 않습니다.

2009.11.30

한국노총 위원장 장석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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