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은 첫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노동조합 설립을 준비한 지난해 말부터 1년 동안 언론사 인터뷰 4백 여 건, 수십 여 건 토론회 참석, 청년실업 극복 콘서트, 최저임금 권리 찾기 캠페인, 최저임금 지키기 1인 시위, 청년인턴 실업급여 반환 재심사 청구 & 1인 시위, 전국 편의점 최저임금 위반사업장 원청업체 고발 기자회견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청년유니온. 공장노동자가 아닌 2~30대가 모여 이 시대 청년의 일할 권리를 찾는 이들은 현재 온라인 회원 2천 6백여 명, 조합원만 1백 여 명이 넘는다. 어엿한 새내기 노조 '청년유니온'을 만났다. <편집자 주>

노동조합 만들기 참 어렵다

청년유니온은 올해 3월 노동부에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제출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조합원 중 근로자가 12명 밖에 안 된다는 점’, ‘임원 일부가 재직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 ‘설립취지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 및 한반도의 평화 실현' 등으로 돼 있어 이 단체의 목적이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이 아닌 정치활동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이유로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규약을 수정하고 4월에 다시 신고했지만, 노동부는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이 있어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청년유니온은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나 구직 중인 사람도 노동 3권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라는 것이 청년 유니온의 주장이다.

▲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 신동준
더욱이 최근 노동부가 스스로 입법예고한 직업안정법 개정안에 ‘근로자’는 ‘사업주에게 고용된 사람과 취업할 의사를 가진 사람’으로 규정했다. 노동부는 청년유니온에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이 있다는 이유로 설립신고를 반려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

노동조합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

청년 유니온은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정치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킨다는 지극히 근본적인 이유로 노동조합을 선택했다. 김영경위원장은 “주변에는 청년실업 문제, 청년의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라고 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희는 그런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다만 노동조합을 건설해서 당사자인 청년과 사회가 함께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길을 시작했을 뿐”이라며 청년유니온 설립 취지를 설명한다.

“지금 시대 청년이 처한 문제가 현실에서 어떻게 폭발할 것인지 아님 그냥 넘어갈 것인지 예측할 수 없어요. 다만 이대로 죽을 수 없기 때문에 한번 소리라도 지르겠다는 거죠”

"실제로 청년들은 고용의 사각지대에 처해있기도 하지만 노동조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요. 정규직은 꿈도 못 꾸고 작은 사업장의 비정규직 밖에 없는데 거기선 부당대우를 받아도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는 거죠. 이런 사람을 묶을 수 있는 노동조합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사실 노동조합을 설립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고 한다. 5인, 10인 이하의 사업장에서 단기계약직으로 일하는 청년이 대부분이다 보니 집단행동조차 불가능한 태생적 어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위원장은 합법 노조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유를 ‘교섭권’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적어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편의점 알바생의 처우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당 사업주에게 교섭하자고 말할 수 있잖아요. 지금은 1인 시위를 하고 질의서를 보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청년이잖아요

청년이 모인 만큼 청년유니온은 젊은 세대의 특성을 담고 있다. 체계부터 복잡하지 않다. 청년들은 복잡한 구조를 싫어하기 때문. 9명의 운영진과 지역모임, 온라인 모임, 각 모임의 주체들이 전부다. 구성원도 다양하다. 구직자, 아르바이트생, 정규직, 단기계약직, 비정규직 등.

“3월에 설립신고를 했을 때 12명이 직장인이었어요. 이번에 행정소송을 할 때 12명의 재직증명서를 요청했는데 다시 조사해보니 12명 중 계약이 만료된 사람, 편의점이 망한 사람 등 구직자가 된 사람도 많더라고요. 또 다른 조합원 역시 그 당시 구직자였지만 지금은 계약직인 사람도 있고요” 청년노동자들의 현실은 여러모로 기존 형식에 맞지 않다.

정규직이 청년실업을 부추긴다?

“어느 날 한나라당 의원이 저에게 ‘대기업 노동조합이 청년실업의 원인’이라고 그러는 거에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김위원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같은 공장 안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심각하듯이, 한국사회에서 안정적인 노조와 우리처럼 노조를 만들기조차 어려운 사람들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그것이 안정적인 노조가 잘못한 것은 아니잖아요”

김위원장은 정규직, 안정적인 노동조합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철부지 어린이가 아닌 청년이 왜 노조를 만들려고 하는지 귀 기울여 줬으면 해요. 먼저 만들어봤고, 힘들게 지켜오고 있는 노동조합이잖아요. 우리는 공장을 넘어 노동운동의 영역을 확대한 것뿐이죠. 관심을 갖고 소통하려고 노력해줬으면 해요”

20년 뒤 암울한 미래에 희망이 될게요

“기업조차 청년을 목말라 해요. 자기 자신만 보지 않고 사회를 보고, 주변을 생각할 줄 아는 청년을 원해요” 그만큼 어른들은 한심하고,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철없는 아이로 보였던 청년. 그런 청년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청년유니온에서 우리는 희망을 본다.

“지금 청년이 이대로 4~50대가 되면 그건, 시간이 흐른 것 뿐이에요. 우리가 개척하고 만든 사회가 아닌 단절되고 정체된 사회겠죠. 우리가 만드는 미래, 우리가 창조한 미래로 가기 위해 청년유니온이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위원장의 바람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우리도, 그들도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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