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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르지 않고는 못합니다”[연수원을 건설하자⑦] 한국관세무역개발원노조 가은수련원
박장현(교육원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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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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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노동조합 연수원만 찾아다닐 게 아니라 우리나라 사례도 찾아보자! 이렇게 마음먹는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곳은 한국노총 연수원이다.

   
▲ 한국노총 중앙교육원
1995년 2월 경기도 여주에 개원한 한국노총 연수원은 대지 5만2천평, 연건평 4천8백평, 동시숙박 가능인원 650명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 어떤 외국노조 연수원에 격주어보아도 손색이 없다. 노조간부교육, 일반연수, 기업체연수, 외국인근로자 취업교육 등등의 목적으로 매년 11만명의 교육인원이 방문하고 있으며, 연간 예산은 22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돈으로 만들어졌고 정부의 돈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노총 연수원은, 그 탄생과정을 보든 운영내용을 보든, 우리가 모범으로 소개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 여기에 그 이유를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면 민주노조 진영에서 연수원을 찾을 수 있을까? 없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1995년 출범한 민주노총은 2006년에 교육원 건립 준비위원회를 발족한 뒤 지금까지 몇 년째 연수원 건설을 꿈꾸고 있지만, 아직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공공노조는 2005년 신길수 열사 추모사업회의 도움으로 문경에 3.500평 연수원 부지를 확보하였으나, 아직까지 건물은 올리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추진 중인 공공산별노조 건설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연수원 건설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연수원 건설을 전망하면서 2008년에 교육원을 개원하였고, 현재 조직발전특별위원회 안건으로 논의 중이지만, 이번 가을 정기대의원대회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 이처럼 민주노총 주력조직들이 연수원 건설을 못하고 있는 판에 민주노조 진영 어디서 연수원을 찾아낼 수 있을까?

   


2007년 12월 13일 오후 2시,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 외딴 산기슭에 읍장, 이장, 마을주민들, 그리고 외지사람들 60여명이 모여 돼지머리를 자르고 떡을 돌렸다. 눈에 띄는 듯 마는 듯 지나간 이날은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운동사가 기억해두어야 마땅할 뜻 깊은 날이었다. 민주노조 진영 최초의 연수원이 문을 여는 날이었던 것이다. 위원장의 인사는 겸손하였지만 ‘한 걸음 유토피아’의 꿈이 묻어 있었다. “오늘 개원하는 한국관세무역개발원 노동조합 수련원은 가은읍 원북리 487평 대지에 강의실, 관리동, 가족동, 식당 등 4개 동의 건물을 갖추고 있으며, 직원들의 휴양 및 워크샵 장소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개방해 도농간 상생의 장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연간 이용객은 일차적으로 1만명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 개원식에서 인사하는 박주동 공공서비스노조 한국관세무역개발원지부 지부장
“4개 동”이라는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결코 삐까번쩍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도합 75평의 조촐한 시설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산별노조들이 벼르고만 있을 뿐인 일을 과감하게 “저질러버린” 업적이 땀과 함께 새겨진 시설이었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 노동조합은 조합원 193명의 미니 노조이다. 노조는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소용돌이가 생산직을 넘어 사무전문직으로 퍼져가던 88년 7월에 창립된 후 지금까지 민주노조운동의 흐름과 함께 하면서 발전해왔다. 93년에는 서노협에 가입하여 전노협 안에서 흔치 않은 사무전문직 대오를 형성하였고, 민주노총이 창립되자 96년에는 민주노총 전문노련에 가입하였다. 2006년 공공노조로 가기 위한 산별전환투표에 실패했지만, 2년 뒤에는 마침내 전환투표에 성공, 2009년 2월부터는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관세무역개발원 지부로 간판을 바꾼다.

   
▲ 가은 수련원에서 바라본 설경 2009년
수련원 건설에는 현재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 박주동 지부장의 역할이 매우 크다. 그는 1993년에 위원장을 맡아 관세노조를 전노협에 가입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6년에 산별노조 전환투표가 실패로 돌아간 뒤에 실시된 조기선거를 통하여 다시 집행부를 맡은 박 지부장은 2007년에는 가은 수련원을 건설하였고, 2008년에는 산별전환투표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다.

“저질러버렸습니다.” 수련원 건설에 대하여 물어보니 대뜸 이렇게 대답했다. “파업이다 투쟁이다 하여 노조가 조합원들을 끊임없이 동원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해주는 건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질렀습니다. 조합원들의 휴양복지 차원에서 추진했죠. 저지르지 않고는 못합니다.”

박주동 지부장의 발의로 2007년에 관세노조는 연수원을 구하기로 결의했다. 투쟁기금으로 적립해두었던 8천만원으로 시작했다. 귀농공동체가 살던 곳을 1억원에 매입했는데, 모자라는 돈은 회사로부터 약간의 지원을 받는 한편 지부장을 포함한 지부 간부들로부터 차용을 하였고 나머지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헐어버릴 것은 헐어버리고 필요한 것은 새로 짓고 각종 비품 및 가구집기를 구하는 데 다시 1억4천만원이 들어 총 2억4천만원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대지 487평 건평 75평 최대수용인원 40명의 수련원이 문을 연 것이 2007년 12월이었다.

“매년 1만명 이용”은 처음부터 조금 과장된 목표였지만, 가은수련원의 이용현황을 보면 ‘한 걸음 유토피아’를 실감할 수 있다. 수련회 또는 교육이 잡혀 있지 않을 경우 수련원은 조합원들과 가족들에게 휴양시설로 제공되고 있다. 주로 주말과 휴가철에 이용자들이 많다. 이용자들은 하루 1인 당 5천원 정도의 이용료를 내는데, 한 마디로 말해서 전기값, 기름값, 가스값만 낸다고 보면 된다.

   
▲ 가은 수련원 이용현황
지금까지 매년 1천5백명 정도가 가은 수련원을 이용하였다. 그 중 1천명 정도는 관세지부 조합원들 및 가족들이었다. 조합원 수가 193명이라는 것을 두고 본다면 호응도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이용료가 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과 가족에게 수련원을 가리키며 “이건 내가 지은 것”이라고 얘기할 때 조합원들은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나머지 5백명 정도는 주로 민주노총 소속 노조나 사회단체로부터 오는 사람들이다. 특히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교육이나 수련회를 위해서 무료로 시설을 제공하기도 한다. “연대의 일종이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겁니다.”

   
▲ 가은 수련원 증축공사 조감도
한편, 노조가 가은에 수련원을 건설하고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였던 일들 중 하나는 노동조합과 지역농촌이 함께 할 수 있는 연대사업이었다. 그래서 그곳 주변에 정착한 귀농자들과 논의를 하여 지역농산물 직거래사업을 시작하였다. 귀농자들이 중심이 되어 생산하고 있는 “희양산 우렁쌀”과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고추, 마늘, 과일, 야채를 조합원들이 직거래로 구매하도록 주선한 것이다. 그리고 조합원들과 회사를 설득하여 회사 창립기념일 선물로 지역농산물을 선정하였다. 또한 노조가 연말에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나눔행사”를 위하여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쌀을 대량으로 구매, 투쟁사업장, 단체에서 운영하는 저소득층 방과후교실, 장애아동시설 등에 전달하고 있다. “수련원을 “도농간 연대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나간 이 사업은 지역농민들이 가지고 있던 “민주노총 = 빨간 머리띠”라는 선입견을 극복하고 노동조합 본연의 모습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 증축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가은 수련원
가은 수련원은 현재 증축공사 중이다. 9월 중순에 공사가 끝나면 연건평이 지금보다 90평이 늘어난 165평으로 되어, 80~1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공사비용으로 1억5천만원을 투입하고 있으나, 193명 미니 지부의 입장에서 공사자금과 향후 운영자금 마련은 또 다른 고민이다.

“공사가 끝나고 나면 앞으로 1년에 5천명은 이용하게 될 겁니다.” 박주동 지부장과 193명 조합원들이 내걸고 있는 이번 목표는 결코 과장된 목표로 들리지 않는다.

박장현 / 금속노조 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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