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 더해 노동조합 활동에서도 성차별과 맞닥뜨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는 성인지 산업안전보건 활동과 성인지 단체협약 개발, 조직문화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금속노조와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6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를 열고, 여성노동자 차별 작업장 경험 관련 교섭·투쟁 사례를 공유했다.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여성노동자는 작업장에서 노동자와 여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라면서 “입사 과정부터 임금·승진 차별, 남성 관리자 관행, 성별 직무 분리, 특정직무 여성 배제, 모성권 문제, 젠더 기반 폭력, 부계혈통 중심의 복지제도, 화장실 문제, 노동조합 활동에 이르기까지 차별받고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강은미 국회의원은 본인 역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했다는 이유로 낮은 인사고과를 받고, 정리해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면서 “그때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처우는 나아지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강은미 의원은 “오늘 토론회가 구조적인 성차별 문제를 해결해 여성노동자가 작업장에서 한 사람의 노동자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며 “정의당이 함께 투쟁하겠다”라고 토론회 의의를 밝혔다.

주최 측은 토론회를 엄재연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의 기조발제와 현대차, KEC 등 현장 사례 발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참여한 토론 등 3부로 구성했다.

엄재연 연구위원이 발제한 ‘금속노조 여성노동자의 작업장 경험’은 지난해 69명의 금속노조 여성조합원을 인터뷰해 만든 연구자료다. 집단면접과 개별면접을 모두 활용했다. 엄재연 연구위원은 금속노조 여성노동자의 작업장 경험을 입직과정, 인사관리, 노동과정, 산업안전과 건강권, 복지제도, 노동조합 활동으로 나누어 살핀 후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입사 과정부터 성별 분리

노동시장은 입사 과정부터 성별 분리가 존재했다. 금속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자동차, 조선업종은 여성의 진입장벽이 높은 남성 집중 사업장이다. 자동차업종 여성노동자 비율은 10% 남짓한 수준이다. 조선업종 원청 여성 생산직은 드물고, 용접·도장 등 사내하청 특정직무에 집중 분포해 있다.

여성은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차별을 겪고 있었다. 엄재연 연구위원은 한 완성차 업체를 예로 들며 “불법파견 노동자 중 여성 비율은 20%에 달했으나, 2013년에서 2017년까지 정규직 전환한 1,500여 명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당시 해당 완성차 업체는 비정규직 담당 공정을 인소싱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들은 다른 하청공정으로 강제 전적 당하며 임금삭감, 익숙지 않은 작업으로 산업재해까지 겪어야 했다.

노동조합도 차별에 일조했다. 기존 남성 정규직 조합원들은 “여성 화장실, 탈의실이 현장에 없다”라며 “여성 정규직화는 혼란만 가중한다, 여성 정규직화는 또 다른 노노갈등 시작이다”라고 정규직 전환을 강하게 반대했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노동조합 내 여성활동가의 투쟁과 외부 여성단체의 연대, 여론화 등을 통해 2018년 6월 시작했다.

어렵게 정규직으로 들어온 컨베이어 벨트 조립공정에서 여성노동자들은 다시 ‘직장 내 성희롱’과 ‘펜스룰’을 마주해야 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여성노동자는 보고서에서 “여성노동자 호칭을 부르지 않고, 별명을 지었다. 왕가슴, 리본, 엉덩이 등. ‘저기 왕가슴 왔다, 저기 리본 지나간다’라며 외모 평가를 저질렀다”라고 증언했다.

엄재연 연구위원은 작업장 내 여성 기피와 펜스룰을 소개하며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내연기관 부서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를 신청해야 하는데, 각 부서에서 ‘여성은 안 받는다’라며 여성 지원자를 거부한 사례가 있다”라고 밝혔다.

금속노조와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이 6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를 열고 있다. 변백선
금속노조와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이 6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를 열고 있다. 변백선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6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연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변백선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6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연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변백선
엄재연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이 6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연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변백선
엄재연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이 6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연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변백선
김은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여성문화실장이 6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연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에서 현대자동차 작업장 내 구조적 성차별 현황과 문제점을 발표하고 있다. 변백선
김은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여성문화실장이 6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연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에서 현대자동차 작업장 내 구조적 성차별 현황과 문제점을 발표하고 있다. 변백선
김진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이 6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연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에서 성별에 따른 승진, 임금 차별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변백선
김진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이 6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연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에서 성별에 따른 승진, 임금 차별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변백선

노동조합이 차별 일조

제조업 생산직 ‘괜찮은 일자리’ 신규 채용이 줄며 여성 취업 기회 자체가 주는 문제가 있었다. 2010년 중반 이후 부품사 고용 규모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남성 고용보다 여성 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엄재연 연구위원은 ▲남성편향 작업장 설계 ▲경영진, 관리자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인사관리 부분에서 성별 임금 격차와 남성 관리자 관행, 승진승급과 고과 차별 등이 눈에 띄었다. 엄재연 연구위원은 “동일 직무 수행 공정에서 근력을 기준으로 임금을 차별하는 일도 있다. 여성은 애초에 기계설비 관련 교육·훈련 기회에서 배제당하는 등 남성 관리자 관행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있다”라고 지적했다.

노동과정에서 성별에 따른 위계 종속, 특정직무 남성 독점 등 성별 직무 분리문제가 있었다. 기계설비를 다루는 직무에 기회를 주지 않는 식의 여성 배제가 발생했다. 한 자동차 부품사에서 여성 스프레이 숙련자가 “여성은 절대로 뺑끼를 칠 수 없다”라는 이유로 업무배치를 받지 못해 결국 퇴사한 일이 있었다.

반면, 자동화 설비가 늘어남에 따라 성별 직무 분리 경계가 흐려지는 반례도 존재했다. 다만 이때도 성역할 고정관념이나 여성 배제 경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동화 장비는 대개 ‘남성 표준 신체’가 기준이고, 남성 작업자들이 선점·독점하는 일도 빈번했다. 한 여성 노동자는 “가르쳐달라 하면 남성노동자들이 나하고 말도 안 한다. 자리 뺏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안전과 건강권은 모성권과 젠더 기반 폭력, 작업장 화장실 실태, 남성 신체 기준 한 설비, 남성 중심 중노동·유해요인 기준 등이 문제였다. 엄재연 연구위원은 “노동조합이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개입해 참여한 사업장은 교육에 관한 만족도와 교육 효과가 컸다”라며 “노조 개입 수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엄재연 연구위원은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에 더해 여성노동자 비하, 반말, 짜증 등도 젠더 기반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라며 “일터 위계 구조와 젠더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확보하는 산업안전보건 개념의 확장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젠더 기반 폭력, 산업안전보건 개념으로 대응해야

완성차 공장 작업장 내 여성 화장실 부족 문제가 심각했다. 공장 설계단계에서 성별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여성 화장실을 설치하려는 시도가 ‘우리 공장은 여성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남성노동자들의 반대에 부닥치는 일도 있었다.

엄재연 연구위원은 “남성 표준 신체를 기본값으로 설정한 작업환경은 여성, 신장이 작은 남성, 고령 남성에게도 위험하다”라며 “중량물 작업 노동강도 부담을 줄이는 환경 개선 요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중량물 작업이 아닌 작업이 모두 ‘쉬운 일’로 저평가받는 실정이다. 여성은 작은 무게를 여러 번, 반복해서 옮기는 작업을 주로 맡는데, 이 때문에 여성 근골격계 질환은 실제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다. 엄재연 연구위원은 “금속노조 산업안전보건 활동은 “중대재해 대응 정책과 활동에 강한 편이지만, 성인지 관점의 유해요인조사와 정책 대응은 미비하다”라고 꼬집었다.

금속노조 사업장 복지제도는 조부모 대비 외조부모 경조휴가, 경조금 차별 등 여전히 부계혈통 중심의 관행과 잔재가 존재했다. 노동조합 활동에서 여성간부 능력과 의견에 관한 의심과 부정, 폄하, 남성성 과시, 가족 돌봄 배려를 ‘역차’로 인식하는 남성 중심 관행, 상층 간부 남성 집중, 여성 과소 대표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엄재연 연구위원은 정책과제로 ▲노동조합 고용정책 젠더 관점 반영 ▲성별 구분 데이터 구축 차별 가시화 ▲여성 대표성 강화 ▲여성네트워크 확대와 활성화 ▲산업안전보건 개념 확장과 성인지 산업안전보건 활동 구축 등을 제시했다.

김은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여성문화실장과 김진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현장에서 겪은 성차별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했다. 김은주 실장은 “여성할당제를 제대로 적용하려면 지부가 규정을 마련하고 현장 인식개선 활동을 해야 한다”라며 “제도를 보완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진아 수석부지회장은 등급, 승격 등 고과와 임금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KEC 사례를 들며, 대안으로 KEC지회가 임금계산식 제작·배포, 근속에 따라 호봉이 오르는 단일호봉제 마련 촉구, 국가인권위 진정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토론회 참가 노동자들은 여성네트워크 구축 사례·성과 공유 등을 위해 자주 만나야 한다며 토론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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