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는 2021년 6월 2일 근로계약이나 노무제공 계약을 체결한 사업주가 아닌 원청 사업주인 CJ대한통운에  “부분적이더라도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지배, 결정하는 법률적 또는 사실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에 상응하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정했다.

지난 3월 불법파견으로 수십 년 동안 논란 중인 제조업 생산공장과 관련해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지배하는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는 중노위 판정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정은 금속노조 사업장인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제기한 사건이고, 현대제철의 다른 지역 사업장과 자동차 등 유사한 사내하청구조로 운영하는 제조업 사업장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판정입니다. 오랜 숙원인 원청 사용자성과 교섭의무를 인정한 점에서 진일보한 사례입니다.

1. 사건번호 : 중앙노동위원회 2022. 3. 24. 판정 중앙2021부노268 현대제철 주식회사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

2. 사건의 개요

현대제철 주식회사(이하 ‘원청’) 당진공장에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주된 영업 내용으로 하는 사내하청업체(이하 ‘하청’)가 여러 개 존재합니다. 하청 노동자들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산하에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를 설립하였습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원청에 하청 노동자들의 ① 안전, ② 차별 시정, ③ 불법파견 해소, ④ 자회사 전환 중지의 네 가지 안건에 관하여 교섭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원청은 자신이 노조법상의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전국금속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3. 판정의 요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노조법상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노동3권을 사실상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자도 사용자로 인정됨이 타당하다.
② 원청은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관한 노동조건을 실질적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하청과 함께 노동조합과 교섭할 의무가 있다.
③ 차별 시정, 불법파견 해소, 자회사 전환 의제에 대해서 원청의 지배력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교섭 의무를 지지 않는다.

4. 시사점

‘대공장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원청이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가지므로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노동위원회의 판정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기존에 노조법상 사용자를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 자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법리가 있었지만, 사용자 측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한정 해석하려는 시도를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정에서 중노위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할 수 있는 사용자와 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할 수 있는 사용자는 그 범위가 다르다’는 사용자측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이러한 원청의 단체교섭의무 인정은 나아가 하청노동자들의 ‘원청 상대 쟁의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이번 판정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경로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어,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최소한의 규제에 불과해 교섭이 매우 중요한데, ‘원청은 교섭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하청은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는 현실’로 인해 의미있는 교섭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생산 설비를 배타적으로 관리하는 ‘대공장 원청’들이 안전사항에 관한 지배력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번 판정을 기반으로 교섭을 통해 ‘하청노동자’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대공장 원청’들이 안전 이외의 안건에 대해서도 교섭 의무를 가질 가능성 역시 현실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판정에서 제외됐지만, 판정 취지는 지배력을 입증한다면 ‘대공장 원청’에 임금 등에 관해서도 교섭의무가 발생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노동위원회는 창구단일화 절차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판단했습니다. 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커다란 원청 아래 모든 하청의 노동자를 하나의 단위로 조직한 지회’는 각 하청업체 안에서 창구단일화를 거친 후 원청에 교섭 요구를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다만, 본 사건에서 원청이 하청의 노동조합 현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의 투입 인원수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 임금 수준을 결정했다는 점 등을 입증할 증거들을 제출했는데도 노동위원회는 하청노동자의 임금과 관련한 원청의 지배력을 충분히 입증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하청노동자들의 증거 수집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입증 정도 부담 완화 등 제도 개선의 과제를 남겼습니다. 나아가 금속노조에 꾸준히 원청의 하청노동자 근로조건 지배력 관련 자료를 축적해야 할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법률상 소중한 성과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는 법률 투쟁의 결과가 아닙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금속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꾸준히 투쟁해온 결과입니다. 앞으로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실질 원청 교섭을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금속노동자가 함께 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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