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6월 14일 민주노총 안산지부 회의실에서 9차 중앙교섭을 열었다.

사용자협의회는 이날 교섭에서 노조 첫 번째 통일요구 금속산별협약 57조(산업전환대응) 5항 신설 ‘회사는 산업전환 대응 과정에서 정부 및 지자체의 각종 지원제도를 활용하고자 할 경우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며 사전에 조합과 합의한다’에 관한 세 번째 제시안을 내놨다.

협의회는 ‘5항 회사는 산업전환 대응 과정에서 정부 및 지자체의 각종 지원제도를 활용하고자 할 경우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며, 시행방법에 관하여 조합과 협의 후 추진한다’라는 안을 내놨다.

사용자협의회는 노조 두 번째 통일요구 금속산별협약 31조(위험성 평가) 전부 개정, 신설 가운데 ‘3항 회사는 잠재적으로 예측 가능한 유해위험의 근원적 예방을 위해 노사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위험성 평가 노사공동 실행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음과 같이 운영한다. 1. 위원회는 노사 동수로 구성하며 위원장은 노사 양측이 공동으로 맡는다. 2. 위원회는 위험성 평가와 관련한 사항 심의·의결한다. 3. 본 위원회에서 합의된 사항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에 대해 8차 교섭 제출안을 수정해 제시했다.

협의회는 ‘3항 회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노사 동수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며 실시기구, 시기,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은 개별 사업장에서 결정한다. 1.노사(회사, 지회)가 해당 작업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는 경우 2.회사가 위험성 감소대책을 수립하는 경우 3.위험성평가 결과 위험성 감소대책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라는 안을 제출했다.

사용자협의회는 두 번째 중앙교섭 요구 ‘금속산별협약 42조(비정규직 노동자의 조합활동 및 고용보장) 개정, 신설’ 가운데 4항 ‘회사는 본 조항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이유로 그 계약을 해지하지 아니한다’라는 노조 요구안을 받아들였다.

노조는 사용협의회가 제시한 안을 검토하기 위해 정회를 요청했고, 안을 검토한 뒤 교섭을 이어갔다.

정용재 노조 충남지부장은 “산업전환 57조 5항 신설 요구안에 대해 ‘시행방법에 관하여 조합과 협의 후 추진한다’라는 내용을 제시했는데, 지난 제시안보다 후퇴한 안이다. 지원제도 활용 전반을 노조와 충분히 협의 후 합의해서 진행하자는 게 핵심 요구내용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용재 지부장은 “자동차 부품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조가 노정교섭을 요구하고, 지부는 지자체 교섭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는 노조만 잘 되자는 요구가 아니다.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전폭 수용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상민 노조 정책실장은 “지난 교섭에서 제출한 위험성 평가 3항 제시안을 조금 수정해 제출했는데, 방향을 잘못 잡은 듯하다. 31조 3항은 1항과 2항 노사 공동 위험성 평가를 담보할 체계, 운영방식을 구체화하자는 취지의 요구다”라고 설명했다.

김상민 실장은 “3항의 핵심 요구는 대부분 빼고 ‘노사 동수’만 살렸다. 위험성 평가 시 노사 동수로 다룰 사안을 1, 2, 3호로 한정하고, 운영방식 등은 개별 사업장에서 결정하도록 구성한 안으로 읽힌다”라고 지적했다.

김상민 실장은 “사측이 제시한 1, 2, 3호 등을 포함해 위험성 평가 관련 모든 사항을 실행위원회가 심의, 의결해 단협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자는 요구다. 사측이 제시한 1, 2, 3호에 해당하는 경우 노사 동수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자는 제시안은 단추를 잘못 끼운 안이다”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6월 14일 민주노총 안산지부에서 9차 중앙교섭을 열고 있다. 신동준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6월 14일 민주노총 안산지부에서 9차 중앙교섭을 열고 있다. 신동준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이 6월 14일 9차 중앙교섭에서 사측에 노조 요구안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신동준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이 6월 14일 9차 중앙교섭에서 사측에 노조 요구안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신동준
박근형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 직무대행이 6월 14일 9차 중앙교섭에서 제시안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준
박근형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 직무대행이 6월 14일 9차 중앙교섭에서 제시안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준
김상민 금속노조 정책실장이 6월 14일 9차 중앙교섭에서 사측 제시안을 비판하고 있다. 신동준
김상민 금속노조 정책실장이 6월 14일 9차 중앙교섭에서 사측 제시안을 비판하고 있다. 신동준

이규선 노조 경기지부장은 “금속노조가 최저임금을 선도해왔다. 사용자협의회가 최저임금위원회 눈치를 보는듯해 안타깝다”라며 금속산업 최저임금 제시안 제출을 촉구했다.

이규선 경기지부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합활동 및 고용보장 4항 원안 수용에 대해 고맙다”라면서도 “노조 활동을 이유로 계약해지하면 부당노동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용해야 하는 안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규선 경기지부장은 “42조 요구의 핵심은 1항이다. 비정규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하자는 안이다. 사측이 1항에 관해 고민이 없는 듯하다”라면서 “사측은 ‘2항 노동조합 활동 보장에 대해서도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러면 곤란하다”라고 비판했다

이규선 지부장은 “사측이 8차 교섭에서 42조 3항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는데, 노동조합은 이런 표현 굉장히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둔 이런 표현은 있으나 마나 한 조항으로 이해한다. 정확한 입장을 밝혀 달라”라고 요구했다.

박근형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 직무대행은 “산업전환 요구안을 다룰 때마다 협의회도 제대로 이해를 못하지만, 조합도 요구한 내용과 관련해 충분히 이해 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라며 “지원제도 활용 목적을 세울 때부터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제시안이다. 조합과 뭔가 결정을 해야 일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박근형 직무대행은 “조합이 원하는 게 합의라는 문구인지, 내용 측면에서 사실상 노사가 공동으로 결정해서 시행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밝히면 사용자협의회가 타결 단계에서 참고해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합의라는 문구는 상당히 고민스럽다”라고 밝혔다.

박근형 직무대행은 “42조 1항 ‘계약 관계와 형식에 관계없이’라는 문구는 도대체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라며 “노동 3권 보장 문제 때문에 회사 노사 간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어디까지 감내해야 하느냐, 이런 부분이 아직 사용자의 입장에서 고민스럽다”라고 말했다.

박근형 직무대행은 “조합이 1항 문구를 조금 더 특정해야 한다. 그러면 조합 활동 보장 등은 조율할 수 있다. 다른 조항 이견을 좁혀놓고 쟁점 사안만 남기면 합의할 때 좀 더 원활하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박근형 직무대행은 “사용자가 보기에 위험성 평가는 굉장히 강력한 권한이다. 회사의 조업권과 경영권 등을 노동조합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는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 굉장히 우려스럽다”라며 “조합의 요구대로라면 조합이 원하면 언제든지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해 회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까지 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근형 직무대행은 “실행위원회 결정에 단협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거나, 위원회가 언제든지 위험성 평가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 등이 있다”라면서 “사용자는 31조에 대해 합의 단계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박근형 직무대행은 “사용자협의회가 법정 최저임금위원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다. 금속산업 최저임금은 감이 안 잡힌다”라며 “최임위에서 사용자들이 동결 얘기하지만,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동결을 얘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 최선을 다해 합의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이해를 구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교섭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9차 교섭에서 처음 정회까지 하면서 회사 측 안 전반에 대해 노동조합의 의견을 전달했고, 사측도 입장을 밝혔다”라면서 “교섭에서 공방을 벌인다는 사실은 평화적인 교섭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반증이다”라고 밝혔다.

윤장혁 노조 위원장은 “노조 요구안의 핵심 내용이 빠진 제시안을 제출하고 있다. 많이 부족한 상태라는 점을 오늘 마지막으로 확인한다”라며 “노사 간에 큰 의견 격차를 많이 좁힐 수 있는 다음 교섭을 하자. 평화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말한다”라고 강조했다.

10차 중앙교섭은 6월 21일 경주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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