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자동차일반노조(CAW)는 1935년 미국 자동차노조(UAW) 캐나다 지부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이른바 ‘비즈니스 조합주의(business unionism)’를 표방하는 UAW가 70~80년대에 노동운동의 전망을 상실한 채 대기업 정규직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노사타협과 양보교섭을 거듭하는 것에 염증을 느낀 캐나다 자동차 노동자들은 다른 길을 걷기로 결심, 마침내 1985년에 UAW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인 노조로 재출발한다. 새로운 길을 선택하면서 CAW는 세 가지 전략적 기조를 세운다.

1) 노동조합의 정체성을 ‘사회적 조합주의(social unionism)'로 정립한다.
2) 적극적인 조직화 전략을 추진한다.
3) 교육사업을 전략사업으로 삼아 간부집단을 체계적으로 양성‧강화한다.

▲ 캐나다 자동차일반노조(CAW) 로고
이때부터 CAW는 ‘사회연대’를 조합활동의 목표 겸 수단으로 삼음으로써 사회적 조합주의를 실현하는 노력을 계속 해오고 있다. 그와 동시에 CAW는 왕성한 조직화 사업과 더불어 전혀 다른 성격의 노조로 변신했다. 재출발 당시 CAW 조합원은 우리 15만금속노조보다 작은 13만명이었는데, 그 중 80% 이상이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합원 수가 곱절로 늘어나 26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그 중 자동차산업 조합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미만이다. 조직화 사업은 조직대상을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경계를 넘어서까지 진행되었고, 지금은 CAW 안에서 비제조업 조합원의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여 CAW는 1996년에 ‘자동차노조’라는 명칭을 ‘자동차일반노조’로 바꾸었다.

교육사업을 전략사업으로 자리매김한 첫 번째 사업은 CAW가 UAW로부터 독립하면서 받은 적립금 4천5백만달러(540억원) 중 3천만달러(360억원)을 투입하여 포트엘진(Port Elgin) 연수원을 전면적으로 재건설하고 증축한 것이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포트엘진 연수원은 CAW 간부‧활동가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 캐나다 자동차일반노조 포트엘진 연수원 전경
연수원의 재건설과 함께 교육프로그램도 ‘지금까지 늘 해오던 식’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전면적으로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였다. 프레이리의 ‘민중교육론’을 노동교육에 창조적으로 접목시킨 CAW의 노동교육은 오늘날 ‘캐나다 최고의 노동교육, 캐나다 최고의 성인교육’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나아가 세계 최고의 노동교육으로 인정받고 있다. 처음에는 스웨덴 노동조합을 벤치마킹해서 시작했으나, 20년 만에 독보적인 노동교육 체계를 만들어, 지금은 각 나라 노동운동이 벤치마킹하는 대상이 되어 있는 것이다.

CAW 간부‧활동가 교육에는 지역간부교육과 연수원교육이 있다. 지역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프로그램은 주로 1일 또는 3일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고, 연수원교육은 통상 1주 프로그램과 4주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연수원에서 매년 2백명 정도의 간부‧활동가들이 4주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으며, 1주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사람은 1천명 정도이다.

▲ 새 교육첵제의 설계자이자 CAW 교육실장 로버트슨
CAW는 적립금을 털어 연수원을 건설했지만, 간부‧활동가 교육비용은 사용자에게 물리고 있다. CAW가 연수원에서 간부‧활동가 1인에게 4주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약 1천3백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4주 임금손실 보전금액도 포함된다. 포트엘진 연수원에서 간부‧활동가에게 교육에 쓰고 있는 예산은 매년 50~60억원에 달한다.

CAW는 연수원교육과 지역교육을 포함한 모든 간부‧활동가 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단체협약을 통하여 해결하고 있다. ‘유급교육휴가기금(PEL) 단체협약’이 바로 그것이다. CAW는 1977년에 ‘유급교육휴가기금’ 단체교섭을 시작하여 1979년에 3대완성차(GM, 포드, 크라이슬러)와 대각선교섭을 통하여 1노동시간 당 1센트(12원)의 교육기금을 쟁취하였다. 캐나다에서는 단체교섭이 주로 대각선교섭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2004년 현재 1천명 이상 사업장의 94%, 251~1000명 사업장의 81%, 51~250명 사업장의 50%, 50명 이하 사업장의 42%가 교육기금을 단체협약으로 확보하고 있다. 교육기금은 되풀이되는 단체교섭을 통하여 계속 늘어나서 2008년 현재 1노동시간 당 7센트(84원)에 달하고 있다.

CAW와 GM캐나다 사이의 유급교육휴가기금 2008년 단체협약

GM은 1980년 3월 이래 CAW 유급교육휴가(PEL)에 대하여 재정지원을 해왔다.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하여 이 지원을 계속하기로 한다. 이 돈에 대해서는 세금공제를 한다. 분기별로 회사는 매 분기 13주를 기준으로 노동자 일인당 시간당 7센트의 돈을 출연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들에게는 1년에 최장 20일의 무급교육휴가를 주며, 여기에 교통시간을 추가할 수 있다.

포트엘진 연수원의 정확한 이름은 ‘포트엘진 가족교육센터’이다. 이름에 걸맞게 연수원 교육에는 간부‧활동가들이 가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5년 동안 CAW는 조합원들을 위하여 여름 휴가철에 ‘2주 가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왔다. 연수원이 오대호 물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휴가를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모든 CAW 조합원들과 18세 이하의 가족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매년 12월에 다음 해 프로그램이 조합 산하 모든 지부로 공지되고, 접수 마감은 3월 초이다. 참가자 선정은 5월 초에 이루어진다. 지부에 의해 참가자로 선정되면 조합원과 가족은 휴가를 이용하여 연수원에서 가족교육 프로그램을 즐기고, 여비와 숙박비를 포함한 모든 경비는 조합이 부담한다.


여기서 10세 미만의 아동들은 보육노동자와 상담사가 함께 운영하는 놀이프로그램에 참여한다. 10대 청소년들은 각자의 독특한 관심사를 반영하면서도 ‘사회적 노조주의’의 쟁점들이 반영된 특별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조합원과 배우자는 학습과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함께 수행하면서 노동조합운동과 사회적 노조주의를 가족생활, 지역사회생활 속에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박장현 / 금속노조 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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