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진출해 있는 해외 현지공장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아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국제금속노련(IMF)은 현대기아차 각 현지공장 및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교섭권과 단결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현대기아차 국제노동자 네트워크 회의’를 연다. 회의는 14일부터 16일까지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리며,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와 현대기아차지부, 전미자동차노조(UAW)를 비롯해 인도, 체코, 슬로바키아, 터키 등 현대기아차가 진출해 있는 나라의 노조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국제금속노련은 2008년 현대차 인도공장에서 노조 불인정과 노조 간부에 대한 부당징계 등의 사건이 발생하자,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 체계 구축을 제기해왔다. 그리고 지난 해 3월 국제금속노련과 금속노조가 공동주최하고 스위스, 인도, 슬로바키아, 미국 등 노조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기아차 국제노동자 네크워크’ 1차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이 회의에서 △현지공장 및 협력업체 노동자 단결권 보장을 위한 압력 행사 △전세계 현대기아차에서 벌어지는 반노동자적 행위 공론화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 침해 시 ILO 공동 제소 △각 사업장의 노조 조직화와 단체교섭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 △네트워크 참가 노동자간의 단결과 연대 강화 등의 내용에 동의했다.

▲ 현대차 인도공장에서 5백 미터 떨어진 거리에 설치된 노동자들의 연좌농성장 [출처: 인도현대차노조 제공. 2009년 4월]
이번에 열리는 회의는 2차회의로, 참가자들은 지난 회의에서 가닥잡은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속노조의 하영철 정책국장은 “현대기아차는 이미 초국적 기업화 되었지만 자본만 성장할 뿐 노동자들의 기본권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국가를 뛰어넘어 노동자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며 현대기아차 자본을 상대로 한 투쟁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자본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네트워크 체계 구축의 의미를 강조했다.

현지 법률까지 위반하는 노동탄압

현대기아차는 중국, 인도, 터키, 미국, 체코, 슬로바키아 등 해외 생산공장과 조립공장에서 191만대(2009년 기준)를 생산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8만 6천 여명의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해외 현지의 법률 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어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해 12월 2일 현대차 체코공장 노동자 4백여 명은 작업 거부 투쟁을 벌였다. 체코 노동법은 합당한 근거가 있을 때만 잔업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체코 공장에서는 이 규정을 무시하고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잔업을 강요했다. 정규 근무가 끝날 무렵에 잔업을 통보해 공장 안에서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노동자들은 잔업 여부를 가족에게 알리지도 못했다. 체코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다음날인 3일 현대차와 동반 진출한 현대차 하청업체인 다이모스 체코 공장 노동자 1백여 명도 잔업강요와 무리한 노동 강요, 열악한 근무환경 등에 항의하며 1시간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게 앞서 지난 6월 6일 현대차 인도 공장에서도 노동자 4백 여명이 해고자 67명 복직과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공장 점거파업을 벌였다. 인도 공장은 전체 생산직 노동자 8천 4백여 명 중 80%가 비정규직이며, 입사 4년이 넘도록 견습생, 수습생, 사내하청에 머무르는 등 고용이 매우 불안한 상태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4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당시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자 현대차는 인도 정부에 폭력경찰 투입을 요청했고 1백 96명의 노동자들이 투옥됐다. 파업 이후에는 인도 공장 물량을 터키 공장으로 옮기겠다고 노동자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현대차 노사는 협상을 통해 “회사는 해외 현지공장의 경우 해당국가의 노동관계법을 준수하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자하며 종업원들에게 생활임금과 쾌적하고 안전한 노동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단체교섭 별도 합의서를 작성했다. 회사는 이 합의마저 어기고 있는 것이다.

▲ 현대차 체코공장 노동자들.
뿐만 아니다. 하 국장은 “회사는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아동노동과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국내외 노동관련법에 따라 직원의 노조 및 기타 대표기구 결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해외공장에서 결사의 자유 조차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목표는 국제기본협약 체결

하 국장은 네트워크 구성의 궁극적인 목표가 국제기본협약(IFA) 체결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기본협약은 다국적 기업과 국제산별노련간에 협상을 통해 맺는 협약이다. 협약은 강제노동 금지, 고용에서의 차별 금지, 아동노동 사용 금지, 결사의 자유 보장, 양질의 노동조건, 적정 임금 지급 등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독일의 자동차 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폭스바겐 등이 국제기본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협약은 해당 기업과 계약관계에 있는 도급회사와 하청회사 노동자들에게도 협약 내용이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한 매 년 1회씩 노사 공동으로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검증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하 국장은 “네트워크는 현재 회의를 시작으로 해외 노동자에 대한 탄압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더 나아가서 국제금속노련과 함께 국제기본협약 체결을 추진해 노동자 권리 보장에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기본협약이란?
국제기본협약(International Framework Agreement)이란 다국적기업과 국제산별노련간에 협상을 통하여 맺어진 다국적기업의 초국적 활동에 대한 노동부문의 규율 협약이다. 국제노동협약(IFA)은 최저노동기준으로서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노동기준은 물론 적정임금과 양질의 노동조건 그리고 안전하고 위생적인 노동환경을 제공할 것을 명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국제기본협약(IFA)을 체결한 다국적기업의 공급사슬을 따라 그 기업과 계약관계에 있는 하청회사와 공급사에도 협약의 내용은 영향을 미치며, 노동조합이 모니터링 등 이행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사 국제기본협약안 일부>
-다임러크라이슬러는 1882년 설립된 다임러사와 1883년 설립된 벤츠사가 합병한 고급승용차 생산회사로, 1998년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사를 인수해 다임러크라이슬러로 변경.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국제적으로 수용되는 인권을 존중하고, 인권의 준수를 지지한다.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에 반대한다.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아동노동착취의 철폐를 지지한다.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고용과 관련하여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며, 성, 종교, 장애여부, 출신, 나이와 성적취향을 기준으로 한 종업원에 대한 차별은 있을 수 없다.
-각국의 국내법에 저촉되지 앟는다면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남녀간 "동일가치노동-동일보수" 원칙을 지지한다.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인권으로써 인정한다.
-조직화 캠페인 과정에서 회사와 관리자는 중립을 지킨다. 회사와 노조는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을 따라 종업원들이 자유롭게 결사하도록 보장한다. 그리고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단체교섭할 권리를 존중한다.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모든 착취적 노동조건에 반대한다.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각국의 국내법에 저해진 것보다 나은 작업장에서의 산업안전 환경을 보장한다.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각국의 법적 최저임금과 지역 노동시장에서 저하는 임금 이상의 합리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지지한다.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하청, 도급회사 등 공급자들에게 자신의 기업에도 이와 같은 협약을 도입하고 이행하도록 독려한다.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지 여부를 공급자들과의 사업관계를 지속시킬지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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