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진출해 있는 해외 현지공장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아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국제금속노련(IMF)은 현대기아차 각 현지공장 및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교섭권과 단결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현대기아차 국제노동자 네트워크 회의’를 연다. 회의는 14일부터 16일까지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리며,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와 현대기아차지부, 전미자동차노조(UAW)를 비롯해 인도, 체코, 슬로바키아, 터키 등 현대기아차가 진출해 있는 나라의 노조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국제금속노련은 2008년 현대차 인도공장에서 노조 불인정과 노조 간부에 대한 부당징계 등의 사건이 발생하자,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 체계 구축을 제기해왔다. 그리고 지난 해 3월 국제금속노련과 금속노조가 공동주최하고 스위스, 인도, 슬로바키아, 미국 등 노조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기아차 국제노동자 네크워크’ 1차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이 회의에서 △현지공장 및 협력업체 노동자 단결권 보장을 위한 압력 행사 △전세계 현대기아차에서 벌어지는 반노동자적 행위 공론화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 침해 시 ILO 공동 제소 △각 사업장의 노조 조직화와 단체교섭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 △네트워크 참가 노동자간의 단결과 연대 강화 등의 내용에 동의했다.
이번에 열리는 회의는 2차회의로, 참가자들은 지난 회의에서 가닥잡은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속노조의 하영철 정책국장은 “현대기아차는 이미 초국적 기업화 되었지만 자본만 성장할 뿐 노동자들의 기본권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국가를 뛰어넘어 노동자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며 현대기아차 자본을 상대로 한 투쟁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자본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네트워크 체계 구축의 의미를 강조했다.현지 법률까지 위반하는 노동탄압
현대기아차는 중국, 인도, 터키, 미국, 체코, 슬로바키아 등 해외 생산공장과 조립공장에서 191만대(2009년 기준)를 생산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8만 6천 여명의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해외 현지의 법률 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어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해 12월 2일 현대차 체코공장 노동자 4백여 명은 작업 거부 투쟁을 벌였다. 체코 노동법은 합당한 근거가 있을 때만 잔업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체코 공장에서는 이 규정을 무시하고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잔업을 강요했다. 정규 근무가 끝날 무렵에 잔업을 통보해 공장 안에서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노동자들은 잔업 여부를 가족에게 알리지도 못했다. 체코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다음날인 3일 현대차와 동반 진출한 현대차 하청업체인 다이모스 체코 공장 노동자 1백여 명도 잔업강요와 무리한 노동 강요, 열악한 근무환경 등에 항의하며 1시간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게 앞서 지난 6월 6일 현대차 인도 공장에서도 노동자 4백 여명이 해고자 67명 복직과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공장 점거파업을 벌였다. 인도 공장은 전체 생산직 노동자 8천 4백여 명 중 80%가 비정규직이며, 입사 4년이 넘도록 견습생, 수습생, 사내하청에 머무르는 등 고용이 매우 불안한 상태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4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당시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자 현대차는 인도 정부에 폭력경찰 투입을 요청했고 1백 96명의 노동자들이 투옥됐다. 파업 이후에는 인도 공장 물량을 터키 공장으로 옮기겠다고 노동자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현대차 노사는 협상을 통해 “회사는 해외 현지공장의 경우 해당국가의 노동관계법을 준수하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자하며 종업원들에게 생활임금과 쾌적하고 안전한 노동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단체교섭 별도 합의서를 작성했다. 회사는 이 합의마저 어기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하 국장은 “회사는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아동노동과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국내외 노동관련법에 따라 직원의 노조 및 기타 대표기구 결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해외공장에서 결사의 자유 조차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이후 목표는 국제기본협약 체결
하 국장은 네트워크 구성의 궁극적인 목표가 국제기본협약(IFA) 체결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기본협약은 다국적 기업과 국제산별노련간에 협상을 통해 맺는 협약이다. 협약은 강제노동 금지, 고용에서의 차별 금지, 아동노동 사용 금지, 결사의 자유 보장, 양질의 노동조건, 적정 임금 지급 등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독일의 자동차 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폭스바겐 등이 국제기본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협약은 해당 기업과 계약관계에 있는 도급회사와 하청회사 노동자들에게도 협약 내용이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한 매 년 1회씩 노사 공동으로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검증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하 국장은 “네트워크는 현재 회의를 시작으로 해외 노동자에 대한 탄압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더 나아가서 국제금속노련과 함께 국제기본협약 체결을 추진해 노동자 권리 보장에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