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아래 노조, 위원장 박유기)가 노동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현장조사가 “불법파견을 축소, 은폐하려는 것”이라며 이를 전면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6일 ‘노동부 현장실태 사전조사와 현장실사에 협조하지 않으며 현장실사 자체가 진행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을 결정하고 소속 사업장에 공문을 보냈다.

노조는 지난 8월 9일 노동부에 전국적인 전수조사와 노동조합과의 공동실태조사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노조는 “원․하청 혼재작업 사업장 중심의 표본조사가 형식에 그칠 공산이 크며 불법을 진정 개선하려면 전국의 노동부 지청별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공동, 전수조사를 제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노조의 제안을 거부하고, 29개 사업장을 일방적으로 선정해 조사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김형우 노조 부위원장은 “노동부에서 조사대상으로 밝힌 사업장 명단만 봐도 노동부가 불법파견을 축소 은폐하려고 한다는 사실이 명백하다”고 꼬집었다.

▲ 금속노조가 지난달 31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앞에서 '동희오토 투쟁승리, 불법파견 정규직화, 노동기본권 사수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신동준

노동부가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자동차 업종 사업장은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을 비롯해 GM대우 부평공장,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르노삼성자동차, 타타대우상용차 등 7개다. GM대우차의 경우 창원공장과 군산공장이 이미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음에도 이 곳을 제외하고, 2008년 이후 경제위기를 이유로 1천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쫓아내 현재 400여 명밖에 남아있지 않은 부평공장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기아자동차도 2천2백여명의 사내하청이 있는 화성공장을 빼고 4백6십여 명으로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소하리공장을 선정했다. 오히려 지난 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정규직을 사내하청으로 바꿔 사내하청이 3백 명에서 6백 명으로 늘어난 쌍용자동차는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아산, 울산, 전주 세 지회는 노동부가 현대자동차 아산, 울산, 전주공장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노조의 단체교섭실장은 “이미 2004년 1만 여명에 달하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이라는 노동부 판정을 받았고 대법원 판결도 났기 때문에 조사가 필요 없는데도 조사대상에 선정한 것은 판결 대상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 지회는 4일 회의를 통해 노동부 직원들의 현장출입을 봉쇄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노조는 “경총 이희범 회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STX중공업은 1천8백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일하고 있고 정규직은 관리직으로 일하는 사실상 비정규직 공장임에도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STX중공업 뿐만 아니라 사내하청이 모든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모닝공장,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현대모비스 8개 공장, 한라공조 울산공장 등도 모두 조사대상에서 제외해 실제 사내하청의 현실을 밝혀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노조의 최병승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도 “노동부에서는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노조가 아예 없거나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조에 무관심한 노조들이 있는 회사를 선정했다”며 “결국 노동부는 회사가 제시하는 위조된 문서와 이미 사전 작업을 마친 공정만 보고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결론 낼 것이 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노조는 이번 노동부의 현장조사에 대해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축소해 대상자를 정규직과의 혼재작업자로 대폭 축소하고, 조선과 철강 등의 사업장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 수년 동안 근로자 파견법을 위반한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일방적 현장조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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