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9일, 한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FTA 미의회 인준안 제출에 자동차가 문제가 된다면 자동차 문제에 대한 재협상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재협상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것은 전형적인 히트앤런 전술이라고 보여진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매년 6~70만대를 수출하면서 수입은 6~7천대 수준’이라면서 ‘한미FTA의 의회인준을 위해서는 자동차분야의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의식한 발언이다.

▲ 11월19일 열린 한-미 대통령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

그렇다면 오바마의 주장대로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과 한국사이에 엄청난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인가? 하지만 오바마의 주장은 과장으로 가득차 있다. 그 실상을 보자. 우선 미국 자동차 시장과 국내 자동차 시장은 규모가 다르고,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현대기아차는 현재 30만대, 내년 하반기 60만대의 현지 생산시설을 갖출 예정이어서 내년 하반기 이후 수출 차량은 수만대 수준에 불과하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수출량은 GM대우가 GM에 납품하는 차량으로, 수출이라기보다는 하청 생산이다.

자동차부문 미국불리 사실과 다르다

또한 미국은 한미FTA가 자동차 부문에 유리한 것처럼 주장하면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아시다시피 미국 자동차 시장 개방을 통해 한국이 얻는 이득은 3천cc 이하 관세(2.5%) 즉시 철폐, 3천cc 이상 관세(2.5%) 3년내 철폐, 픽업트럭 관세 10년 내 철폐 등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3천cc 이하 자동차 관세 즉시 철폐인데, 현재 관세가 2.5%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미미하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자면 가격의 2.4%에 영향을 미칠 뿐이다. 즉, 많은 이득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한국 시장 개방으로 약 8%에 이르는 관세를 즉시 철폐하는 혜택을 입을 뿐만 아니라 △ 자동차 보유세 단순화로 인한 세제혜택 △ 자동차 특별소비세의 단일세율로 인한 혜택 △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라는 혜택과 부대효과를 보게 된다. 즉, 한미FTA가 체결되면 오바마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은 농업부문 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문에서도 막대한 이득을 보는 것이다.

한미FTA는 △ 비관세무역장벽의 철폐를 의무화하고 있고 △ 체결국은 투자의 조건으로 상품구매, 수입제한, 현지생산품 사용의무 등 어떤 조건(쿼터)도 명령하거나 강제해서는 안되게 되어 있으며 △ 조약체결국의 국적을 가진 개인 또는 사기업이 상대편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등 우리에게 매우 불리한 협약이다. 따라FTA가 체결되면 농업 뿐만 자동차산업 등 제조업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한미FTA 체결을 반대한 것인데 그런 한미FTA의 미의회 인준을 위해 자동차 부문에 대한 재협상을 시사하는 것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도저히 할 짓이 아니다.

▲ 2007년 6월29일 FTA 반대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노조 대표자들이 FTA 상징물을 불태우고 있다. 신동준 편집부장

일국 대통령으로서 할 짓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 관계를 떠나 마치 한미FTA가 한국자동차산업에 큰 이득을 주고 있다는 오해와 잘못된 신호를 미국에게 보내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이 거세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쌀개방을 허용하여 농업을 망치게 하더니 이제 자동차 시장 마저 내주고 한국자동차산업 나아가 한국경제를 망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된 대통령이라면 미국에게 더 많은 것을 양보하는 것을 전제로 한 재협상을 시사할 것이 아니라 농업 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제조업까지 망하게 하고, 그 결과 심각한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한미FTA의 전면 재협상 또는 협상파기를 선언해야 마땅한 것이다. / 공계진(금속노조 정책연구원장)

* 윗 글은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이 발행하는 월간 뉴스레터 14호(11월 말 발행)에 실린 글입니다. 그대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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