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세탁기를 수리하다 감전돼 숨졌다. 금속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 사측이 실적을 앞세워 노동자들을 중대재해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며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금속노조와 노조 서울지부 삼성전자서비스서울지회는 9월 30일 오전 서울 정동 노조 회의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석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삼성전자서비스의 실적 압박과 부실한 안전대책 탓에 노동자가 죽음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서울지회(아래 지회)에 따르면, 윤승환 조합원이 9월 28일 오후 담당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대형 드럼세탁기를 고치다 쓰러졌다. 윤 조합원을 발견한 고객이 119에 신고했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을 거뒀다. 윤승환 조합원은 삼성전자서비스 양천디지털센터 가전제품 설치·수리기사로 8년 동안 일해왔다.

금속노조가 9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앞서  28일 감전돼 사망한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를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 변백선
금속노조가 9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앞서  28일 감전돼 사망한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를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 변백선
김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서울지회 양천분회장이 9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고 있다. 김문석 분회장은 28일 수리 업무 중 감전돼 사망한 노동자의 동료이다. 변백선
김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서울지회 양천분회장이 9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고 있다. 김문석 분회장은 28일 수리 업무 중 감전돼 사망한 노동자의 동료이다. 변백선
9월 28일 삼성전자서비스 가전 수리 노동자가 수리 업무 중 감전돼 사망한 현장의 모습. 수리를 하기 위해 세탁기를 움직이는 것 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협소한 공간에서 고인은 혼자 일했다. 콘센트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지회 제공
9월 28일 삼성전자서비스 가전 수리 노동자가 수리 업무 중 감전돼 사망한 현장의 모습. 수리를 하기 위해 세탁기를 움직이는 것 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협소한 공간에서 고인은 혼자 일했다. 콘센트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지회 제공
금속노조가 9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고, 삼성전자서비스에 수리 노동자 안전 대책을 즉각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변백선
금속노조가 9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고, 삼성전자서비스에 수리 노동자 안전 대책을 즉각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변백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9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한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삼성전자서비스를 규탄하고 있다. 변백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9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한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삼성전자서비스를 규탄하고 있다. 변백선

사고 발생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된 곳이라 전기 차단기 자체가 고장 나거나 전기 차단기를 내리면 고장 접수하지 않은 다른 가전제품까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잦았다. 베란다 공간이 협소해 세탁기를 움직이기 어렵고, 세탁기 전선이 꽂혀 있는 콘센트는 대부분 손이 제대로 닿지 않는 안쪽에 있다. 이 아파트 작업을 배정받은 노동자들은 혼자 방문·수리하기 힘든 곳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지회는 윤승환 조합원이 수리 작업을 위해 세탁기를 움직이다 급수 밸브 쪽에서 수돗물이 흘렀고, 이 과정에서 감전됐다고 추정한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사고 장소와 제품 위치 등을 볼 때 도저히 혼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금속노조는 사고 주요 원인으로 삼성전자서비스 사측의 실적 압박을 꼽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처리 건수와 수리 완료 정도를 따져 노동자마다 등급을 매기고 진급 여부를 결정한다. 윤 조합원과 같은 센터 소속인 김문석 삼성전자서비스서울지회 양천분회장은 “센터는 노동자 건강과 안전은 뒷전이고 항상 처리 건수를 빨리, 많이 높이는 일만 신경 쓴다. 삼성이 만든 시스템 때문에 승환이가 죽었다”라며 울먹였다.

윤승환 조합원은 사고 당일 점심시간에 통화한 센터 동료에게 “오늘 여덟 건을 배정받았지만, 오전에 두 건밖에 처리하지 못했다”라고 토로했다. 동료들은 재해 사망자가 센터의 실적 강요에 심한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문석 분회장은 “숙련 기술자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 윤 조합원이지만 남은 여섯 건을 모두 처리하지 않으면 당일 실적을 채우지 못하니 위험한 상황에도 수리를 미룰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몇 건 처리했는지를 ‘처리력’, 첫 방문 한 번에 수리를 완료했는지를 ‘초도 수리율’로 표현한다. 삼성전자서비스 센터들은 노동자들에게 수시로 실시간 처리 현황을 공유하고 ‘처리력’에 집중하라는 공지를 보낸다. 윤승환 조합원은 사고 전날 센터로부터 ‘초도 수리 실패 사유 회신 요청’ 문자를 받기도 했다.

김문석 분회장은 “센터에서 처리력을 높이겠다면서 하루에 열 건 이상을 처리하면 10,000원, 열한 건을 처리하면 20,000원을 지급하고 명단을 공개한다. 센터는 이 제도를 ‘이벤트’라고 부른다”라며 “노동자들을 과로와 위험으로 내모는 게 무슨 이벤트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금속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 사측에 2인 1조 작업 의무화와 안전작업 표준 마련을 요구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양천디지털센터를 담당하는 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작업중지 즉각 명령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윤종선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서울지회장은 두 명이 함께 작업하면 사고 발생이 줄어든다며 2인 1조 작업 의무화를 강조했다. 윤 지회장은 “수리 서비스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작업환경은 천차만별이고 다뤄야 하는 제품이 다양하지만, 각각 작업에 관한 기초 지침서조차 없다”라며 삼성전자서비스의 부실한 안전대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윤종선 지회장은 업무량 폭주를 제기하며 사측에 ‘인력 충원’도 촉구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해부터 고객을 찾아가 가전제품을 청소하는 ‘케어마스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측이 사업을 확대하면서 수리 서비스 기사 채용에 나서지 않아 수리 노동자 업무 과중·과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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