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매각이 예비실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들어갔다. 자동차 정책 관련 연구자들은 쌍용차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3자 매각이 아닌 한시 국유화 후 장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금속노조가 9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이후 회생과 미래발전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졸속 매각과 먹튀를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를 표했다.

쌍용자동차는 올해 4월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다시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에 따르면 지난 8월 27일 쌍용차 매각 예비실사가 끝났고, 매각 주간사인 한영회계법인은 9월 15일까지 인수 후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는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오민규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은 현재 언론 등에 나온 인수 후보 기업들을 언급하며, “자동차 사업 경험이 없거나 걸음마 수준이라 과연 완성차 생산·경영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쌍용차를 종합 자동차회사로 키울 수 있는 전략을 가진 인수 적임자가 단 한 곳도 없다고 평가했다.

오민규 위원은 “건설사 여러 곳이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었다. 평택공장 대지를 팔아 개발이익을 취하려는 듯하다”라며 “인수 후보 기업들의 보유 자금이나 매출액 역시 쌍용차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중국 상하이차나 인도 마힌드라 매각 때와 같이 실패 경험을 되풀이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쌍용차 안정화와 장기 발전을 위해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 오민규 연구위원은 현재 진행 중인 3자 매각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며, 한시 국유화를 제안했다. 정부 관리 아래 시간을 벌고, 사회적 토론으로 장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오민규 연구위원은 한시 국유화 방식으로 가칭 ‘한국자동차공사’ 설립과 산업은행이 쌍용차에 빌려준 900억 원에 대한 출자 전환을 제안했다. 외투 완성차 기업인 르노삼성·한국GM을 같이 묶어 국·공유화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쌍용차 독자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르노삼성·한국GM과 사업 운용 전략이 겹치지 않아 상승효과가 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민규 위원은 국유화 주장 근거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M을 전략상 파산시킨 다음 1년 6개월 동안의 한시 공기업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회생시켰다.

오민규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이 9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이후 회생 및 미래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줌(ZOOM)을 통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변백선
오민규 연구위원이 9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이후 회생과 미래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변백선
금속노조가 9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이후 회생 및 미래 발전 방안 토론회'를 열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줌(ZOOM)을 통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변백선
금속노조가 9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이후 회생과 미래발전방안 토론회’를 열고 있다. 변백선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9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이후 회생 및 미래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줌(ZOOM)을 통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변백선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9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쌍용자동차 법정관리 이후 회생과 미래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매각 관련 견해를 밝히고 있다. 변백선

오민규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시 국유화 시 연간 생산 능력 100만대 이상으로 독자생존이 가능하다. 부품 공동구매로 재료비 등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오 연구위원은 “자본 철수와 공장 폐쇄, 고용위기를 협박하며 한국 정부에 온갖 특혜와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외국자본에 언제든 국유화가 가능하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오민규 위원은 “쌍용차 실적을 보면 소위 주인이 없을 때 성장하고 이익을 냈다. 상하이차와 마힌드라에 매각하고 난 다음에 곤두박질쳤다”라며 “대주주가 쌍용차의 기술 역량과 자본을 닥치는 대로 빼먹었다는 얘기다. 과연 매각만이 무조건 정답인지 재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매각 추진은 단기 회생을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번 쌍용차 매각을 재무 관점으로만 결정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정부는 쌍용차의 전기차 사업 분할, 전략적 이전, 수·위탁 생산 등 변수와 한국 자동차산업의 중장기 성장기반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쌍용차를 경쟁력이 낮은 외국기업들에 매각하면서 핵심 자산이 유출됐고, 잔존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은 상황으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위원은 “이번 매각 역시 정부가 과거와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역량이 부족한 중소업체나 단기 차익만 계산하는 기업에 쌍용차를 매각할 경우 또다시 실패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가칭 ‘한국자동차공사’ 설립 주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쌍용차를 비롯한 외투 완성차 3사 위기 상황과 시급한 대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국·공유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과거에도 정부 또는 국내 자본이 외투 완성차기업들을 통합 인수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있었다며, “막대한 정부 예산 투입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논의가 매번 중단됐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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