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8월 26일 삼성그룹 에버랜드 어용노조 설립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금속노조는 “삼성그룹이 10년 동안 어용노조를 이용해 금속노조 교섭권을 불법으로 빼앗기 위한 노조파괴 전략을 시행했음을 최초로 확인한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금속노조가 삼성그룹 에버랜드 기업노조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 설립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에버랜드 기업노조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헌법 및 노조법상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했다’라며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판단 근거로 ▲에버랜드 기업노조 1기·2기 위원장 선출과 인수인계가 사용자의 주도로 이루어진 사실 ▲삼성이 기업노조 2기 간부들과 금속노조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금속노조보다 더 많은 수의 조합원을 유지하도록 관리한 사실 ▲현재까지 사용자가 개입해 2기 위원장이 직을 유지하고 있는 사실 등을 제시했다.

박원우 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장은 “이번 판결로 구시대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며 ‘준법 경영’을 하겠다는 위선의 탈을 벗기니 삼성의 추악한 얼굴이 드러났다”라며 “법을 무시하며 노동자를 기만하는 삼성의 오만을 뜯어고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원우 지회장은 “노조파괴와 어용노조 설립 등 낡은 도구로 민주노조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면서 “어려운 상황과 여건에서 투쟁하는 여러 복수노조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이번 판결이 용기와 힘이 되었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금속노조가 삼성그룹 에버랜드 기업노조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 설립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에버랜드 기업노조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헌법 및 노조법상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했다’라며 판결을 내렸다. 조장희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부지회장이 8월 13일 서울구치소 앞에서 연 ‘삼성 노조파괴 범죄 피해 당사자들이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이재용 특혜 가석방 규탄 기자회견’에서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 사과와 이재용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변백선
금속노조가 삼성그룹 에버랜드 기업노조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 설립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에버랜드 기업노조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헌법 및 노조법상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했다’라며 판결을 내렸다. 조장희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부지회장이 8월 13일 서울구치소 앞에서 연 ‘삼성 노조파괴 범죄 피해 당사자들이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이재용 특혜 가석방 규탄 기자회견’에서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 사과와 이재용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변백선

소송을 담당한 금속노조 법률원 박다혜 변호사는 “유성기업에 이어 에버랜드에서 어용노조 설립 무효를 확인받았다”라며 “삼성의 노조파괴 전략이 세상에 드러난 세월을 생각하면 한참 늦은 판결이면서 동시에 너무나 당연한 판단이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박다혜 변호사는 “삼성은 즉각 어용노조를 해산하고, 2021년 단체교섭과 이전 노동조건 등에 대해서도 진짜 노조인 금속노조와 교섭해야 한다”라면서 “노동부는 이미 법원이 여러 번 확인하고 인정한 삼성의 무노조 전략을 제대로 인정하고, 어용노조 설립신고 직권 취소와 삼성그룹 노사전략 점검·감독 책임을 이행하라”라고 촉구했다.

삼성그룹은 2011년 에버랜드에서 민주노조 설립을 더는 막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은 그룹 미래전략실이 주도하고 에버랜드 인사·노무 담당자가 시행한 조직적인 노조파괴 범죄와 민주노조 와해를 시작했다.

어용 기업노조 설립은 삼성의 노조파괴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어용노조는 설립 일주일 만에 아홉 쪽에 불과한 ‘엉터리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 단협은 지난 10년 동안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의 교섭을 막는 걸림돌이었다.

2018년 삼성 노조 와해 사건 검찰 조사와 이어진 재판으로 에버랜드 기업노조가 어용노조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삼성그룹은 사과를 비롯한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삼성은 심지어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노조파괴 범죄 사과와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후에도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교섭 무력화 시도를 계속했다.

삼성그룹의 노조파괴에 굴하지 않은 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는 2021년 교섭권을 되찾아 교섭대표노조가 됐다. 삼성지회는 현재 삼성물산 건설, 리조트, 패션, 상사 등 네 개 사업 부문의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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