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용자협의회가 4차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다음 교섭에서 보자고 말했다.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아래 사용자협의회)가 6월 15일 오후 민주노총 전북본부 강당에서 9차 중앙교섭을 열었다. 이날 중앙교섭에 노조 전북지부 소속 지회장 등 교섭위원들이 참관했다.

박근형 사용자협의회 회장 직무대행은 “올해 사용자협의회는 어느 해보다 산업전환과 기후 위기 대응 등 노조 요구안을 놓고 회원사들과 많은 논의와 내부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교섭 인사말을 시작했다.

박근형 회장 직무대행은 “중앙교섭 불참 사업장 몇 군데가 산업전환 협약과 기후 위기 대응 등에 관한 노·사 의견접근을 이뤘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 깊게 지켜보는 중이다”라며 “오늘 노·사 논의를 진전할 수 있는 추가 제시안을 준비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김호규 노조 위원장은 교섭 인사말에서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한 의제인데도 사용자협의회는 6, 7, 8차 세 차례 교섭에 걸쳐 단계로 제시안을 내고 있다”라며 “오늘 벌써 9차 교섭이다. 일괄 제시안을 내기 충분한 시간이다. 사측 의견에서 아직 전체 윤곽을 찾기가 어렵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사용자협의회는 8차 교섭에서 산업전환 대응 구체 방향을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아래 노사공동위)가 결정하자고 제안했다”라며 “사업장 노사가 직접 결정해야 할 내용이 분명히 있다. 지금까지 나온 제시안 정도로 노·사가 같이 토론할 수 없다”라고 못 박았다.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6월 15일 전주에서 9차 중앙교섭을 벌이고 있다. 박향주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6월 15일 전주에서 9차 중앙교섭을 벌이고 있다. 박향주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6월 15일 9차 중앙교섭에 제출한 4차 제시안.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6월 15일 9차 중앙교섭에 제출한 4차 제시안.

이날 사용자협의회는 ‘기후 위기 대응 금속산업 노·사 공동선언’ 요구에 관한 추가 제시안을 제출했다. 노조 요구를 반영해 ▲노·사 공동으로 탄소배출 저감 정책의 신속·일관된 추진 ▲탄소 중립 환경 구축 과정에서 일방적 희생 방지 등 내용을 더했다.

사용자협의회는 지난 7차 교섭에서 노조 요구를 발췌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기후 위기 취약계층 보호 방안과 산업전환 과정에서 피해 보는 노동자·사업주 지원책 수립을 요구하자는 내용을 제출했다.

노조는 금속산업 사용자들에게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사업환경 구축과 재원 마련에 나서고, 이를 노·사 공동으로 논의·집행·점검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사업환경 구축 시 사용자는 ▲비정규직 포함 전체 노동자 고용보장 ▲공정·기술 개편 대응 교육훈련 마련 ▲안전·쾌적 노동환경 구축 ▲기후변화에 따른 고위험 작업군 우선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는 노조 요구는 이날 사측 추가 제시안에서 빠졌다.

사용자협의회는 산업전환 협약 요구에 관한 추가 제시안을 내지 않았다. 8차 교섭 때 산업전환 관련 미래 계획의 구체 의제와 방향을 노사공동위에서 논의·결정하자고 주장했다. 금속산업 노·사가 정부에 공동으로 ‘산업전환 대응’ 산업·업종·지역별 협의체 구성과 노·사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자는 노조 요구는 받아들였다.

금속산업 최저임금 추가 제시안도 없었다. 사용자협의회는 지난 6차 교섭 때 최저임금 적용 대상 현행 유지 의견을 내고 이를 고수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금액은 내부 의견수렴 중이라고 전했다.

박근형 회장 직무대행은 4차 제시안을 제출하며 “기후 위기 대응 요구에 들어 있는 고용보장 등에 관한 내용이 산업전환 협약 요구와 상당 부분 겹친다. 산업전환 협약과 같이 고민해야 하기에 그 부분은 담지 않았다. 그 외에 노조 요구 원안을 수용했다”라고 주장했다.

박근형 회장 직무대행은 “지난 교섭에서 노사공동위를 통해 산업전환에 통일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개별 사업장으로는 어려우니 노사공동위에서 산업전환의 전체 흐름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회원사들 의견이다. 현재로서는 추가할 내용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정원영 금속노조 사무처장이 6월 15일 9차 중앙교섭에서 사용자협의회에 일괄 제시안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박향주
정원영 금속노조 사무처장이 6월 15일 9차 중앙교섭에서 사용자협의회에 일괄 제시안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박향주

정원영 노조 사무처장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사용자 노력은 필수다. 사용자협의회가 그 내용을 받아들였다는 데서 오늘 제시안은 의미가 있다”라면서, “안타깝게도 고용보장 등 기후 위기 대응에 관한 구체 준비 사항은 전혀 담지 않았다. 산업전환과 마찬가지로 각 사업장 노·사가 기후 위기 대응에 직접 대처해야 할 사안들이 분명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원영 사무처장은 “오늘 제시안은 의미를 둘 지점이 있지만, 노조 눈높이에 여전히 턱없이 낮다”라며 “이제 사용자협의회가 결단할 시간이 왔다. 2021년 중앙교섭을 올해 끝내려면 차기 교섭 때 일괄 제시안을 내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김호규 노조 위원장은 교섭 마무리 발언에서 “노동이 참여하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라며 “한국 제조업에 큰 파도가 몰려온다. 금속노조에 속해 있는 조직노동자들과 제조업·금속노동자 모두 함께 살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올해 금속노조는 반드시 변화의 물꼬를 트겠다. 미래산업으로 가는 과정에서 정부와 사용자의 역할을 촉구하고 노동자 고용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라며 “사용자협의회는 다음 교섭에 제대로 토론할 수 있는 제시안을 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박근형 회장 직무대행은 “공감도 하고 위기의식도 갖고 있다. 노·사가 함께 준비하고 채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노·사가 생각하는 방법의 차이가 크다.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고민하겠다”라고 답했다.

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10차 중앙교섭을 6월 22일 세종시 홍익대 국제연수원에서 열기로 합의하고 이날 교섭을 마쳤다. 10차 중앙교섭은 사용자협의회가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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