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품목은 ‘기업PR’이다. 제품의 특장점을 설명하고 잘 팔리나 안 팔리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품목보다 일단 폼이 난다. 기업철학이나 비전을 설명하거나 장기적 약속을 하는 것이 보통의 기업PR이다. 광고계 용어로는 소위 ‘지른다’는 표현이 있는데 기업이 광고를 통해 약속을 하더라
5월8일 저녁, 뉴스 시청을 위해 TV를 켰다. 지난 1월 공정방송 회복을 주장하는 방송·언론인들의 파업이 시작된 이후 마음 편히 뉴스 본방 사수의 의무를 제쳐둔 터라, 제 시간에 뉴스를 시청한 건 실로 오랜만에 일이었다. 하지만 괜한 수고였다. 그래, 솔직히 기대한 건 아니다. 하지만 무려 32번째 죽음이었다. 1997년 18살의 나이로 삼성
다이제스트판으로 읽은 장편 소설은 책 제목이라도 나오면 아는 척은 할 수 있으나 읽었다고 하기는 찜찜하다. 줄거리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읽기도 쉽지 않다. 강화도는 다이제스트판으로 읽은 소설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아닐까. 수학여행으로 다녀오기도 하고, 배를 타고 석모도에 다녀오다가, 마니산 산행 뒤에 몇 곳을 둘러보기도 했을 것이다. 아니면 수련
MB정권도 서서히 끝나간다. 늘 전임 대통령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한국 정치의 특성상 야댱과 여당 모두에게 버림받은 MB정권은 사실상 식물정권으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정권이 바뀌는 시즌에는 기존 권력자와 함께하던 청와대의 비서진과 국무위원 등 소위 ‘스텝’들은 새로운 정권에서도 살아갈 가능성을 찾는 사람들과 기
며칠 전 후배 기자와 대화 직후 떠오른 기억이다. 아마 2010년 1월께였을 게다. 오랜만에 점심이나 하자며 여의도에서 만난 MBC의 한 PD는 식당으로 가는 도중 길에서 마주친 아주머니들이 나누어주는 전단을 싫은 기색 없이 모두 받아들고 있었다. 한겨울, 빼곡하게 들어선 빌딩들 사이로 불어오는 강바람. 누가 만 원쯤 내민다면 모를까, 어지간하면 주머니에
250만 년 전의 모습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동물, 산양.암벽화의 고무창 같은 발바닥으로 바위를 잘 타며 한번 사는 곳을 정하면 그 자리에서만 잠을 자고 똥을 누는 자기 영역 밖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동물이다. 깍아지른 절벽이 많은 바위산에 주로 서식하고 있지만 원래는 해안가 가까이 낮은 지대에서도 살던 동물이었
이경규, 차태현, 김장훈, 김하늘. 이들은 모두 유명한 연예인이라는 것 이외에 공통점이 있다. 같은 질환을 앓고 있거나 앓은 바가 있다는 점이다. 공황장애다. 물론 방송매체에서 직접 밝힌 사실이다. 스스로 자신의 병에 대해 토크쇼의 소재로 삼기도 하고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드러내 이야기한다. ‘스타들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아
다산 정약용(1762-1836) 유적지를 둘러보고 떠나는데 뭔가 허전하다. 빼놓고 가는 것 같아 돌아보아도 두고 온 물건은 없다. 다산의 생애에서 중요한 또 다른 발자취가 빠져서 그렇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는 다산이 태어나서 묻힌 곳이지만 그의 학문이 무르익은 곳은 여기가 아니다.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했던 강진이다. 1801년 40세 때부터 1818
휘발유 가격이 날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높아가는 기름값만큼 한숨 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서민경제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유가 안정대책을 전혀 구사하지 않고 있다. 고작 나온 것이라곤 “두바이유 가격이 5영업일 이상 배럴당 130달러를 넘으면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다양한 조치를 할 예정이며, 5부제를 시행하거나 유류세
2009년 아이폰3GS 국내에 상륙 이전의 한국 IT생태계를 빗대어 “한국은 IT세상의 갈라파고스 군도다”는 말이 있었다. 전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져 있는 현상을 다윈의 진화론에 빗댄 표현인데 당시 대한민국 휴대폰 시장은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와이파이(wifi)’를 통한 자유로운 인터넷 연결이 거대통신사의
정치의 계절을 맞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객관성 조항을 앞세워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출연시킨 방송, 특히 시사를 주로 다루는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 대해 잇달아 중징계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명진 스님(CBS-AM )과 팟캐스트
빗방울이 뿌린다. 다행이 비는 내리는 듯하다 그쳤다. 시커먼 사내 단 둘이서 청승맞게 겨울비를 맞으며 역사기행을 할 뻔했다. 신동준 국장과 서울 시청 앞 재능노동조합 텐트 앞에서 만났다. 함께 역사의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글도 쓰고 사진도 찍을 요량이었다. 첫 번째 가 볼 곳은 서울에서 가까운 두물머리 다산 정약용 유적지, 운길산 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깨닫지 못한다면, 유사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리 멀지 않은 30년이 채 안되는, 아니 당장 1년 전의 일인데도 애써 외면하거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그렇다. 1986년 4월 26일과 2011년 3월 11일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주는 교훈을 우리
몇주 전 토요일 오전, 밭은기침 소리와 함께 노년의 노동자가 진료실에 들어섰다.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은 젊은 여성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뒤이어 들어왔다. 40년간 석공으로 일했다는 그는 보기와 달리 노년이 아닌 50대 초반. 단정한 용모의 여성은 딸이란다. 몇 년 전부터 조금만 힘든 일을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더니 이제는 두세층 계단도 한 번에 오르기
지난 12일 연합뉴스는 10대 기업 중 8개 재벌그룹의 임직원 수가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증가율의 5배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일부 언론은 “10대 그룹, 작년에 일자리 많이 늘렸다”는 제목으로 연합뉴스 보도를 그대로 베꼈다. 기사 전반의 논지는 지난 한 해 동안 재벌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충분히 기여했다는 것이다. 현재 재벌대
무려 93.9%가 ‘좋다’고 평가했다. 평가에 소극적인 6.1%의 ‘보통’을 포함하면 완벽하게 100%가 만족했다. 지난 3일 금속노조 교육선전활동가 교육수련회의 첫 번째 특강 에 대한 평이다. 무려 155명의 교육선전활동가들이 들었다. 참가인원 중 80명의 설문결과지만,
최근 민주통합당이 재벌 규율 방안을 내놨다. 이어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실은 맞춤형 재벌개혁 로드맵을 제시했다. 현재 재벌개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새누리당까지 재벌문제에 대한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하필이면 총선과 대선을 코앞에 둔 때라 그 진실성에 의구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 계산이야 어떻든 간에 재벌대기업 개혁논의가 촉발된 것은 일
올해 전 세계의 경제적 상황은 지난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와 달리 저금리, 재정수지 악화, 인플레이션 부담 등으로 주요 국가들이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수단을 거의 소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로존 재정적자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각각 70%, 100% 이상 증가하는 등 재정부실이 심각하다.
그동안 정부와 삼성 등 반도체자본은 삼성반도체 백혈병으로 알려진 반도체 전자산업 집단 직업병의 문제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2007년 최초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백혈병 사망 이후 현재까지 반올림에는 백혈병 등 희귀질환 사망자 50여명, 피해자 150여명의 제보가 이어졌다. 그동안 정부와 자본은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은폐․왜곡에만 몰두했다. 특히
고백할 게 있다. 오늘(2월 6일) 아침 눈을 떴을 때만 해도 이 원고의 주제는 민주화 운동의 막차를 타는 방송언론 노동자들을 향한 불편한 시선에 대한 것이었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치열한’ 순간이 끝나갈 즈음인 90년대 초반에야 방송 민주화 운동이 시작됐던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MBC 등 방송·언론사에서 반복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