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경 01.그날 4‧20 ‘장애인의 날’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학로를 막고 하는 행사라 동분서주하고 있는 와중이었음에도 멀리서 팔짱을 끼고 걸어오는 노년의 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보며 ‘저렇게 늙어 가면 좋겠다. 참 곱게 늙으셨네’라고 느끼며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그들의 한마디에 얼어붙었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 가지고 저들 좋은 일만 하라고 하네. 세금 한 푼 안 낸 것들이 양심도 없어.”# 풍경 02.“이제 그만 우려먹어라.” 영화 ‘친구’에 나오는 대사인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가 뒤따라 나올 거 같은
취재를 하다 보면 유독 전화를 피하는 취재원들을 만나게 된다. 물론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화를 해오거나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전화를 걸면 받는다. 그런데 유독 연결이 닿지 않는 취재원들이 있다. 이들은 열 번 전화를 걸면 열 번 다 피하는데, 대부분 자신에 대해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기사를 써온 기자들이 그 대상이 된다. 이런 취재원들은 그간 기피해 온 기자들이 어쩌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오면 무심코 받았다가 서둘러 끊는다.이럴 때 기자들은 기사
6월부터 국회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시민단체가 국회 앞 일인 시위를 하는 것은 보통 입법과 관련한 청원이나 의정 기간 동안 특정이슈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일인 시위는 단 한 명의 국회의원을 향해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시작했다. 아무리 만나자고 해도 약속을 안 잡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 의원을 상대하기 위해, 결국 아침마다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섰다.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그 의원의 태도는 그대로다.강원도 홍천에 구만리라는 마을이 있다. ‘구만 가지’라는 재미난 상표의 가지를 재배하고 오이 농사,
KT는 기업의 구조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늘 관심의 대상이다. 대한민국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고 수직계열화를 통한 몸집 키우기, 즉 ‘재벌’이라는 독특한 기업구조를 중심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왔다. ‘소유자’ 없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는 총자산 34조원의 KT라는 기업은 그 활동 하나하나가 재벌기업들과 비교
언론인 출신 인사들을 고위인사에 발탁할 때마다 정권에서 수사처럼 붙이는 말이 있다. 마침 최근의 몇 가지 사례가 있다.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는 소신 있고 강직한 언론인 출신으로 그동안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인 대안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6월10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윤두현 신임 홍보수석은 오랜 언론인 생활
2014년 4월16일. 그 날 이후로 시간이 멈춘 듯합니다. 안녕들 하셨습니까? 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 2014년 4월16일은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예기치 못한 순간에 터지는 눈물에 당황하고 때론 악몽을 꾸다 벌떡 일어나곤 합니다. 이 원고를 쓰면서도 한 줄 써놓고 멍하니 정신줄 놓고 있다는 걸 깨닫고 지우고 또 쓰고 또 정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는 근래 보기 힘든 충격으로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사고와 직접 연결돼 있는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선원들에 대한 책임론에서부터 모기업인 종교집단까지 연결되고 해양수산부와의 커넥션을 일컫는 ‘해피아’라는 단어까지 신문 지상에 떠돌고 있다. 희생된 어린 영혼들에게 끊임없이 미안해 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어른들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의자인 유우성씨를 인터뷰한 JTBC 시사토크 프로그램 (2월18일 방송)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여권 추천 위원들이 지난 3일 ‘경고 및 관계자 징계’의 법정제재를 밀어붙였다. 이는 재승인 심사에서 벌점 4점이 부과되는 중징계다. 이 방송심의규정 제9조
지난 2월 26일에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이하 ‘손잡고’)가 정식 출범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조국 교수는 “파업으로 감옥에 가게 되면 몸으로 때울 수라도 있지만 손배가압류는 임금, 전세값 등 모든 걸 앗아간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위협이 되
어떤 사람들의 뇌구조는 정말 궁금하다.출생의 비밀과 복수와 불치병이 시간과 장소, 인물만 달리한 채 무한 반복되는 드라마를 쓰는 작가나 연예인 뒷 꽁무니를 하루 종일 쫓아다니며 시시껄렁한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그렇고 국정원 직원들의 뇌도 궁금하다.배울 만큼 배워서 아마도 처음엔 사명감도 좀 있었을 자신들의 직업을 갖고 하는 일이라는 게 수준 이하의 댓글을 쓰는 거라니. 하지만 요즘 가장 궁금한 건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는 사람의 뇌다. 연설문을 대통령이 직접 쓰지는 않을 테고 나름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글을 쓸 텐데, 그는 어떤 사
지난 2월22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평소 관심도 없던 스피드스케이팅에 관심이 생기고 존재조차 몰랐던 ‘컬링’이라는 종목의 게임규칙까지 알게 되는 것을 보면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이벤트의 힘은 대단하다. 이는 국가별 대항의 이미지가 더 강력한 월드컵도 마찬가지.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일주일 전 노란봉투 캠페인 홈페이지(www.socialants.org)에 접속해 4만7000원의 후원금을 결제했다. 이 캠페인은 파업 이후 회사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쌍용자동차 노조와 철도노조 등을 돕기 위해 1만 명이 4만7000원씩 내 4억7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으자는 운동이다. 1차 모금을 시작했을 때부터 내용은 알고 있었다. 멋진 아이디어라고
“우리 조카는 커서 뭐가 되고 싶은가?” “담뱃가게 주인이요?” 거창한 직업이 아니라 담뱃가게 주인이 되고 싶다는 조카의 특이한 소원에 대화를 듣고 있던 부모님과 올케가 참견했습니다. “고작 담뱃가게 주인이 뭐냐? 대통령이나 장군, 판검사까지는 아니어도 그건 아니지”로 시작하여 조카의 소원에
현대자동차는 1976년 최초의 한국형 승용차 포니를 시판한 이래 1989년 단일차종(엑셀) 수출 누계 100만대를 돌파했다. 미국 시장에서 누렸던 일본차들의 지위를 현대자동차가 차지하면서 2012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매출액기준 9위를 차지하는 양적 성장을 했다.미국시장에서 빈민층이나 사는 ‘저렴한 자동차’라는 인식에서 중산층이 선택
마케팅업계에서 세상에 수많은 상품이 존재하고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보통 의미가 있는 경쟁구도는 2각 혹은 3각 구도라고 한다.한국시장의 단적인 예를 들자면 가전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각 구도로 이루어져 있고, 스마트폰의 경우 애플, 삼성, LG 등 3각 구도다. 많아봐야 자동차처럼 현대기아, 한국GM, 르노, 쌍용 등 4각 구도다. 대부분의 제품과
광고와 정치의 공통점은 어떤 ‘약속’을 판다는 점에 있다. 광고는 어떤 상품을 구입하려고 하는 소비자에게 약속을 한다. “2배 더 빠른 LTE속도를 경험하게 될 거야” 라던가 “삼성 냉장고를 구입하면 전지현 처럼 살 수 있다” 혹은 “엘라스틴 샴푸를 쓰면 그녀처럼 비단결 같은 머릿결을 얻을 수 있다”는 약속을 던진다
요즘 ‘갈라쇼’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셨을 거다. ‘갈라(gala)’라는 말은 이탈리아 전통 축제의 복장 ‘gala’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축제’, ‘잔치’, ‘향연’, ‘흥겨운’이라는 사전 의미를 지니고
최근 업계의 지인들과 방송 보도를 놓고 품평(?)을 할 때마다 결국 마지막에 등장하는 얘기는 JTBC 뉴스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수년째 각종 조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꼽혀온 손석희씨가 지난 5월 보도총괄 사장을 맡으며 JTBC로 출근하기 시작했을 당시 복잡한 심경으로 유보했던 평가들을 하나씩 꺼내놓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필자 주
밀양 송전탑 공사가 다시 시작된 지 여러 날이 지났다. 밀양 어르신들의 거센 반대 속에서도 경찰의 호위 아래 52개 공사현장 중 14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평생 농부로 살아온 어르신들이 논밭을 돌보지 못하고 투사가 되어 계절을 보낸 지도 8년 째다. 며칠 전 신문에 실린, 추위를 피하느라 얼굴 전체를 덮는 모자를 쓰고 눈만 내놓은 밀양 할머니들의 사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전후 언론, 특히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뉴스를 보며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내용은 하나밖에 없다. 주민들이 “내 시체를 밀양시청 광장에 놔 달라”(10월 1일 MBC )라고 울부짖고 “죽는 한이 있어도 (송전탑을) 막아 내겠다”(10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