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9개월 옥쇄 파업.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이 기록의 주인공은 노조 역사가 오래된 대기업 노동자들이 아니다. 조합원 수 1백여 명에 불과했던 충남 아산 대성엠피씨 노동자들이 지난 2004년 벌인 투쟁이다. 그것도 금속노조 가입 직후 3개월 만에. 당시 한 경제지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 회사 노조는 신출내기답지 않게 과감한 투쟁성과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
2011년 여름. 골목길 중턱 모퉁이에 자리한 술집에 옹기종기 앉아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세 명의 중소사업장 노동자들. 직장 동료 허리디스크가 터졌다. 벌써 두 번째다. 첫 번째는 허리통증이 심해 부서장에게 말을 했더니, 부서장이 무조건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몇 개월 뒤 허리디스크가 완전히 터졌다. 부서장 얼
10년을 매일 현대차 공장으로 출근했다. 주야 맞교대에 특근까지 해가며 자동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회사는 아직 “당신들은 현대차 직원이 아니”라고 우긴다. 그 탓에 △△업체, □□업체를 옮겨다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 중 더 열악하고 취약한 노동자를 꼽는데 빠지지 않는 것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다. 현대차아산
시작부터 눈시울이 붉어진다. 듣는 사람도 자꾸 천장을 쳐다본다. 한마디로 처절한 현실을 가르는 찬연한 로맨스다. 조영만 센트랄지회장, 올해 마흔 일곱 나이에 아이가 셋이다. 5년 전 부인과 재혼해 다섯 식구가 됐다고 한다. “저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우리 지회 유일한 여성조합원이고, 제 힘의 원천이 우리 부인입니다.” 부인에게 항상 고
“산 너머 붉게 타오르는 태양~ 우리네 가슴 속에 피는 희망~” “시커먼 굴뚝에 가려진 세상~ 조금만 더 전진하면 내일은 해방~” 9일 저녁 기아차 광주공장 문예패 동아리 방에서 흥겨운 노동가요가 울려 퍼진다. 기아차지부 광주지회 소속 노래패 패원들이 연습 중인 ‘내일은 해방&rsq
대구 한국게이츠지회(지회장 채붕석)는 역사가 오랜 지회도, 수천 조합원의 대공장도 아니다. 하지만 회사와 맺은 단체협약은 금속노조 모범 단협안으로 꼽힐 정도다. 대구지부 간부가 이 지회를 추천한 것만 봐도 ‘우리 지회가 사는 법’에 소개할 곳이다. 지회사무실은 회사 사장실 옆에 있었다. 민주노총 마크와 금속노조 마크가 함께 붙어 있는
광주역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자마자 박주민 광주지역금속지회장은 조직사업이 한창인 서남지역지회가 낫지 않겠냐며 난감해했다.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대단한 투쟁담이 아니라 지회의 일상 얘기를 들려달라고 하니 그제야 잠시 기다려달란다. 설을 앞둔 지난 20일 광주지역금속지회 간부들은 재정사업으로 바쁜 와중이었다. 지회 사무실 앞으로 양손과 옆구리에 재정사업 물품을
금속노조 조합원이 있는 사업장 중 여성이 많은 곳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다.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 경주지부 현대아이에이치엘(현대IHL)지회. 조합원 3백 여 명 중 2백 여 명이 여성조합원인 곳이다. 자동차 램프를 만드는 이 곳은 여성 노동자들이 제품 조립을 담당하고 있다. 여성들이 많아 소소한 재미도 있고 수다 떨 상대가 많아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속
겨울비다. 메마른 겨울을 적셔주는 겨울비. 경주 보문단지의 차갑고 비릿한 비 내음이 감성을 자극한다. 기분 좋은 예감을 간직한 채 대우버스사무지회 대의원회의장에 도착했다. 지회대의원회의가 얼마나 길까라는 짐작으로 기다렸지만 김화수 지회장은 함흥차사였다. 사업보고를 마친 김 지회장이 대의원들에게 휴식시간을 길게 준다. 그 틈에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화수 지회
첫 무대. 머릿속이 하얘진다. 박수소리, 함성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이쿠, 게다가 연습했던 게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음악이 시작되니 거짓말처럼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천 동광기연지회 율동패 ‘비상’ 패원인 최영진, 신혜경 조합원이 지난해 말 대우자동차판매지회 해고 조합원들 앞에 섰을 때의 경험이다. “관중이라
172일이었다. 대구 달성공단 대동공업 노동자들이 지난 2002년 5월 부분파업을 시작할 때 싸움이 그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회사는 같은 해 8월 직장폐쇄에 돌입해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노동자들은 정문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였다. 싸움이 길어졌지만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커피 배달, 쌀 배달, 주유소 아르바이트에 막노동까지 하며 172일을 버텼
질문: 최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생 김00군이 70시간이 넘게 잔업, 특근 근무를 하다 기숙사 정문에서 뇌출혈로 쓰려진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현장실습생에 대한 산재보상법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지 궁금합니다. 현행 현장실습생은 직업교육촉진법에 의한 실습생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실습승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특례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영남지역의 한 지회 취재를 위해 탄 기차 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충북 영동의 엔텍지회 사무장입니다. 우리 지회장님 소개해 주십시오.” 나의 머릿속에 엔텍은 대전충북지부 소속 작은 지회, 몇 년 전 본사 점거투쟁으로 관심을 끌었던 지회 정도로 기억돼 있었다. 에 소개할 네 번째 지회장을 대구나 전북에서 찾고
1년 반 전. 교대 근무하고 일 끝나고 쉬는 날이면 친구들 만나 놀러 다니던 이들. 하지만 이들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한 차장은 “전국에 있는 맛 집 찾아다녀봤지만 우리가 언제 유치장 사식을 먹어 보겠어요”라며 웃는다. 이들은 그동안 천막에서 자고 일어나 물티슈로 얼굴 닦고, 공장 점거 당시 주방세제로 머리도 감았다.
초전박살. 주말 저녁을 틈타 기세 좋게 공장을 침탈했던 용역과 구사대 수백명은 순식간에 불어난 조합원들 기세에 눌려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공장 한 구석에 고립됐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만에 공장 밖으로 모두 쫓겨나야 했다. 지난 2006년 3월 11일 구미 한국합섬(스타케미칼의 전신)에서 벌어진 일이다.“긴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문자를 받은 후
회사의 금속노조 탈퇴공작과 복수노조의 위협. ‘탈퇴’냐 ‘사수’냐 나뉜 노동자들 간의 갈등. 최근 간혹 볼 수 있는 회사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지만 2005년 이미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한 뒤 ‘현장조직력 강화’에 주력하는 지회가 있다. 주인공은 충남지부 안에서도 비교적 젊은 곳인 엠시트지회다. 그
* 15만 금속노조 조합원 가운데 여성조합원이 대략 7천 여 명에 이릅니다. ‘금속’ 하면 남성노동자만의 조직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 전국을 돌며 여성노동자나 그 모임을 재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그를 통해 금속노조 뼈대를 이루는 여성노동자나 모임을 발굴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본 기획은 계속 연재됩니다.
“뭐라고요? 관리부로 부르더니 노조 탈퇴서를 들이민다고요?” 홍종인 지회장이 농성천막에 들어서자마자 전화벨이 연달아 울린다. “발악을 하는구만. 아휴.” 애초부터 무리였다.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을 인간적으로 알아보고 파헤친다는 시도는. 세 번째 취재는 어쩌면 스스로 위안을 삼기
금속노조 인천지부에 ‘우리지회가 사는 법’ 기획 취지를 설명하고 방문할 사업장을 문의하자 한국TRW를 추천받았다. 역사도 오래되고 과거 유명한 투쟁을 주도했던 사업장도 많은 인천지부로 보자면 비교적 ‘신규’ 사업장에 속하는 한국TRW를 소개해준 이유가 궁금했다. 인천의 남동산업단지(아래 남동공단)는 국가산업단지로
주야 2교대로 근무할 시절 지친 몸 추스르느라 잠자기 바빴던 두원정공지회 조합원들. 하지만 지난해 9월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하면서 이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다. 퇴근 후 여가시간이 늘자 최근 두원정공지회엔 ‘운동 붐’이 불고 있다. 축구, 등산, MTB, 베드민턴, 탁구, 족구, 볼링 등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노동으로 지친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