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0일, 홍종인 유성기업아산지회장이 굴다리에 오른지 10일 째다. 1평 남짓한 공간에 움직일수도 없고, 도로를 지나다니는 차 소리에 잠 조차 편히 잘 수 없다. 그 곳에서 열흘을 보낸 홍 지회장은 현장 조합원들과 부대끼며 얘기하고 같이 움직일 수 없는 것을 더 안타까워했다. 지회 조합원들은 매일 밤 굴다리 아래 텐트를 지키고, 출근투쟁에 결합하고 있다
10월17일 저녁,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울산공장 송전탑에 올랐다. 10년을 끌어온 불법파견 투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피맺힌 절규를 하며 20미터 철탑에 자신의 몸을 묶었다. 모든 것을 건 고공농성, 반드시 이기고 싶다는 외침. 이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 투쟁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앞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이 지난 8월 13일 첫 파업을 벌였다. 이는 르노삼성자동차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13일에 이어 17일과 22일, 9월 3~5일 내내 르노삼성자동차지회는 1~3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희망퇴직 철회와 단체협약 체결.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에게서 터져나온 구호다. 내 일터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몰라볼 정도로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번뜩였다. 단식 10일째인 22일 오후 충북 청원군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 공장 앞에서 만난 박윤종 콘티넨탈지회장은 심신이 지쳐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지난 7월말 만도와 에스제이엠 직장폐쇄로 떠들썩할 때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같은 시기 이 회사에도 금속 지회에 대한 비슷한 탄압
초조함이나 두려운 기색 따윈 찾을 수 없었다. 용역깡패의 폭력 침탈과 공격적 직장폐쇄로 일터를 빼앗긴 노동자들답지 않았다. 경주 발레오만도에서 시작해 KEC, 상신브레이크, 유성기업 등에서 최근 몇 년간 연이어 벌어진 기획된 노조 탄압. 이런 탄압 앞에 금속노조 지회들은 대부분 소수노조로 전락하거나 심지어 와해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일 경기 안산에서
보고 또 봐도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몇 번이고 종이를 들춰보고 손으로 매만진다. 19일 코스파 음성공장에서 만난 대전충북지부 코스파 음성지회 황병윤 지회장은 18일 회사와 조인식까지 마친 임금 및 단체협약안을 그렇게 손에 쥐고 있었다. “우리는 대만족입니다. 단체협약 이것만 보고 있으면 안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코스파 노동자들은 지
현대기아차 그룹 내 금속노조 미전환 사업장의 산별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제철노조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금속노조로 조직전환을 성공한데 이어, 지난 17일 지역의 비앤지스틸노조가 산별전환을 일궈냈다.18일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박창순 현대비앤지스틸노조 위원장(49)은 “회사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조합원들이 이를 극복하고, 금속노조를 선택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발바닥 곳곳에 생겼던 물집은 두꺼운 굳은살로 변했다. 얼굴은 까맣게 그을리고 수염은 덥수룩해졌다. 지난 5월 11일부터 경남 통영에서 서울까지 오로지 두 다리에 의존해 걸어온 이들이기에 당연했다. 그런데 표정만큼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았다.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리겠다며 국토대장정을 완주한 금속노조 신아SB지회 국토대장정 대원들 얼
16일 찾은 유성기업 아산공장. 용역깡패도, 정문을 가로막던 컨테이너도 없어졌지만 정문 앞 세워진 천막과 가득 걸린 현수막이 여전히 투쟁이 계속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년 전 5월 18일, 유성기업은 합의했던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불법적인 직장폐쇄를 강행, 용역깡패를 투입했다. 그리고 2011년 8월 22일 법원 중재로 현장에 복귀하기까지 석 달이 넘도록 조합원들은 비닐하우스 농성 투쟁을 벌였다.어느덧 1년을 맞았다. “32년 전 광주에서 민주화항쟁이 있던 날, 유성에서는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탄
지난달 13일 노동, 시민, 사회단체 대표와 사회원로들이 나서 쌍용차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범국민추모위원회를 대규모로 구성했다. 이들은 쌍용차 참사를 “구조적 폭력의 극단적 형태인 구조적 타살이자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범국민추모위원회에는 영화감독, 만화가, 소설가, 시인, 미술가, 방송연예인 등도 참가 의사
“정말 이런 시위 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현장에서 배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싶을 뿐입니다.” 25일 낮 서울 광화문 한국무역보험공사 앞에서 회사 살리기를 위해 1인시위에 나선 강기원 금속노조 신아에스비지회 대의원이 하소연을 했다. “2003년 입사할 때부터 신아에스비에서 뼈를 묻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일만 했는
현대제철 인천공장과 포항공장 노동자 3천4백여명을 대표하는 현대제철노동조합(위원장 문상기)이 지난 5일부터 이틀 동안 조합원 총회를 열어 83.7%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금속노조 인천지부와 포항지부 운영위원회에서 승인절차가 마무리되면 두 공장은 현대제철인천지회와 현대제철포항지회로 재편된다.애초 현대제철노조가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누릴 수 없는 노동자들, 노조에 가입했다는 낙인 때문에 살던 지역을 떠나야 하는 노동자들. 세계 1등 조선소 현대중공업, 그곳 사내하청 노동자들 이야기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준 후보에게 노조활동 보장과 하청노동자 권리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상경투쟁을 벌인 하창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을 5일 만났다. 하 지회장은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2010년 25일간의 현대차 울산 승용1공장을 점거하고 싸웠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였다. 당시 투쟁의 도화선이 됐던 7월 22일 대법원 판결도 올 2월 재상고심에서 최종 확정됐다. 그 뒤 현대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정규직화 쟁취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싸움을 벌일 결의를 다지고 있다. 4일 울산의 현대차비
“딸이 복직 축하한다고 써준 메모 잉크도 안말랐는데 또 짤렸네.” 포항지부 진방스틸지회 정진명 조합원의 말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정 조합원은 지난 해 8월 3년 여의 투쟁 끝에 복직했다. 아빠가 복직하던 날 정 조합원의 딸은 “아빠는 아빠 일 할 때가 제일 멋있다”는 응원의 메세지를 보냈다. 하지만 일터에 돌아
한국지엠지부와 한국지엠사무지부로 따로 있던 두 조직의 통합 성사는 한국지엠에서 묵혀온 문제였다. 지부 대의원대회 안건 통과 여부에 대해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조직 통합 안건은 지부 대의원 만장일치로 지난 11월 29일 통과됐다. 이 지회장은 “사무직 노동자들의 장점까지 결합된다면 더욱 강력한 노조가 될 수 있다고 생산직 조합원들 정서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야 맞교대로 24시간 ‘풀가동’되는 주조공장. 한밤중 섭씨 7백도가 넘는 알루미늄 용탕이 흘러가는 라인이 또 고장 났다. 용해된 알루미늄이 뭔가에 걸려 바닥으로 쏟아진다. 현장 작업자들이 이미 여러 차례 위험요소 개선 건의를 했지만 회사는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이십 년 세월 회사를 위해 기계를 돌렸다. 이제 머리카락 희끗희끗해진 노동자들은 회사가 잘 돼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믿었던 경영진은 말 한마디 없이 어느날 갑자기 회사를 팔아버렸고, 새로 들어온 경영진은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을 들이밀었다. 부당한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현장을 지키겠다며 한 달째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부산양산지
금속노조 새 집행부 임기가 시작된 지 두 달 지났다. 금속노조 출범 11년째를 맞이하고 15만 명으로 덩치가 커진 것도 5년 됐다. 세월의 깊이만큼 노조를 이끌겠다고 새로이 나선 노조 위원장의 고민도 깊다. 전국 현장을 누비느라 노조사무실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박상철 위원장을 30일 만났다. 정기대의원대회를 닷새 남겨둔 날이다. “15만 명이
세진 공장 한켠에 마련된 노동조합 사무실에는 세진지회와 세진분회(세진글라스) 노동자들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 준비에 정신이 없다. 점심시간에는 투쟁가가 울리고 식당 앞 휴게실에는 당당히 세진지회 깃발이 꽂혀있다. 한 달 사이 많이 달라진 공장 모습이다. 경주지부 세진지회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이렇게는 못살겠다며 금속노조 새 식구가 된 지 한 달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