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6일 18시30분, 인천지부 핸즈코퍼레이션지회 간부들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공장 정문 앞에 음향시설을 설치한다. 출퇴근하는 조합원들을 만나는 선전전을 위해서다.핸즈코퍼레이션은 인천에 핸즈코퍼레이션 1, 2, 3, 5공장과 핸즈썸, 핸즈메카닉 등 여섯 개 공장을 두고 있다. 지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핸즈메카닉을 제외한 다섯 개 공장을 돌며 두 시간씩 선전전을 진행한다. 현수막을 들고 선 지회 간부들은 정문을 오고가는 노동자들에게 “수고하세요. 안전하게 일 하세요”라고 쉴 새 없이 활기찬 인사를 건넨다.박광일 지회장은 매일 선전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일을 할까? 아니 이 질문에 답하기 이전에 우리는 왜 사는 것일까? 더러 일부는 안타깝게도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무심하게도 죽지 않아서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죽지 못해 사는 경우가 아닌 바에야 사는 이유를 때때로 되새길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공민(公民)의 권리와 시민(市民)의 자유를 구성하는 기초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공동체에서의 권리 또는 의무, 자유와 투쟁의 명분, 제도와 법은 ‘인간은 왜 사는가’라는 의문에 답하고 따지면서 형성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당신은 왜 사는가? 당
지난 10월15~16일 이틀 동안 경남지역 조선소 세 곳의 노동조합을 방문해 조선소에서 행해지는 작업중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부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에서 조차 ‘기술력은 1등, 안전은 미흡’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유해위험요인이 많은 조선소에서 치열하게 조합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노조 경남지부 STX조선지회, 성동조선해양지회, 대우조선해양노동조합 노동안전 활동가들의 작업중지 이야기를 전한다.① “안전, 보건은 타협이 없다” - 경남지부 STX조선지회10월15일 STX조선을 방문했다. 박용운
2007년 12월4일, 대구 달성공단 AVO카본코리아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노동조합은 한국노총 소속이었다. 3년이 지나 이 곳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대구지부 AVO카본코리아지회로 노조 조직형태를 변경했다.노조 설립 다음해부터 AVO카본코리아 노동자들은 12월4일이면 노조 창립 휴일로 쉬었다. 금속노조에 가입하고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부터 이 날 쉬지 않는 이들이 있다. 2011년 7월 회사 직반장 중심으로 기업노조를 설립했다. 기업노조 조합원들은 노조 창립일이 아닌 기업노조 설립일을 창립 휴일로 정했다.한국노총에서 금속노조로, 다
자본은 2010년 복수노조를 지렛대 삼아 금속노조에 대한 노조파괴 공격을 몰아쳤다. 전 조직이 나선 대응투쟁으로 노조파괴 대표 주범인 창조컨설팅을 해체시키기까지 노조와 조합원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은 물론이다. 특히 대전충북지부(지부장 조민제)는 유성기업 영동, 보쉬전장, 콘티넨탈 등 지부 대표 사업장이 공격을 받아 그 피해를 복구하는데 현재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 중요한 축 중 하나는 조직확대 사업이다. 최대 주력 사업장을 잃고도 공격적인 조직사업으로 위기를 극복한 경주지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조직에
경남지부는 금속노조에서 큰형님과 같은 존재다. 역사적인 맥락에서 뿐만 아니라 규모와 역할로도 그렇다. 40여 개 지회, 1만2천여 조합원에 이르는 경남지부 규모는 평균 10여 개 지회, 3천여 조합원인 여타 지역지부를 압도하며 금속노조 대표 지역지부로서 든든한 토대 역할을 하고 있다.마산 수출자유지역과 창원공단 노동자는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있던 바로 그 해 마산창원노동조합총연합(마창노련)을 창립했다. 마창노련은 전노협과 민주노총 건설 주역이 됐고 이후 금속연맹을 거쳐 현재 금속노조에 이르기까지 ‘한다면 한다’는 금속노조 정신을
‘금연사업장 D-49일’. 11월13일 찾은 인천 두산인프라코어 정문 앞 안내문이다. 노조 인천지부 두산인프라코어지회 간부들은 이러한 캠페인도 복수노조가 생긴 뒤 바뀐 모습 중 하나라고 말한다. 회사가 원하는 바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공장. 민주노조가 소수인 사업장 현주소다.2011년 10월 두산인프라코어 인천공장에 기업노조가 생겼다. 앞서 진행한 7기 지회 임원선거에는 세 개 조가 출마했다. 결선투표에 이어 다득표한 후보조에 대한 찬반투표까지 세 차례 투표를 진행했지만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 선거가 무산됐다. 다시 선거를 진행해야
“저는 자판기노조라는 말이 참 이상하더라구요”경기지부 에스제이엠지회 이주일 노동안전부장은 조합 모든 활동이 그렇듯 노동안전(아래 노안) 활동도 조합원 참여가 있어야 바로 선다고 강조한다. 노안 활동은 사고가 벌어졌을 때 사고수습과 산업재해(아래 산재) 신청을 대행해줄 뿐만이 아니다. 조합원 스스로 현장을 다시 보게 하고 아프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과정이라는 것. 에스제이엠은 자동차와 선박, 플랜트에 들어가는 벨로우즈를 만드는 사업장이다. 벨로우즈는 배기 시스템의 진동과 소음을 잡아주는
경주는 대공장 접경지역, 선후배로 엮인 오랜 지역사회, 금속노조 중심 전투적 노동조합 기풍 등 여러모로 충남과 비슷한 조건이다. 왕성한 조직확장 시기 조건을 따질 겨를이 없겠지만 요즘과 같이 파쇼에 가까운 탄압 시기 꼼꼼히 조건을 따질 수밖에 없다. 같은 조건은 같은 결과를 낳을까. 두 지역 금속노동자들이 처한 조건은 독일까, 약일까.국내 최대 완성차 조립공장인 현대차가 울산과 아산에 들어서있다. 중소자본은 울산에 인접한 경주에 이어 충남에 완성차 부품 제조공장을 세웠다. 완성차 공장과 맞붙은 지역인 만큼 이른바 ‘직서열 업체’라는
경주 외동공단 코레스에 세 개 노동조합이 있다. 이 곳 노동자들이 2013년 1월8일 금속노조 경주지부 코레스지회를 설립한 이후 1년10개월 동안 기업노조,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뒤이어 생겼다.11월5일 만난 코레스지회 조합원들은 하루아침에 현장 노동자들이 두 갈래, 세 갈래로 나눠지고 나쁜 일만 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노조다운 노조, 하나의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3월 첫 복수노조를 설립하는데 앞장선 사람은 당시 8기 지회 사무장이었다. 지회 설립 초기 여성부장을 맡기도 했
부동산 투기꾼들이 최근 관심을 집중하는 곳이 있다.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맞은편 땅. 부동산 업자들은 이곳 논밭이 4년에서 5년 뒤면 서울 압구정이나 경기도 분당처럼 금싸라기 땅으로 변해 땅값이 폭등할 것이란 광고기사를 내보내며 투기를 유혹하고 있다.당진 일대에 현대제철, 동부제철, 동국철강 등 대형 철강업체 여섯 곳이 입주해 있다. 당진이 2012년 시로 승격하면서 철강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한 이래 공장이 매년 1백여 개씩 몰리고 있다. 부동산업자들은 “대규모 배후 주거단지가 들어서고 연구와 교육기능까지 갖춘 국내 최대 ‘철강
노조 부산양산지부 르노삼성자동차지회는 올해 지회 설립 4년째다. 설립 1년 만에 복수노조가 생겼고 현재 기업노조 조합원 10분의 1 수준 조합원이 있는 소수노조다. 아직 지회 사무실도, 회사와 합의서 한 장도 만들지 못했다.그러나 르노삼성자동차지회 간부들은 “현장에 변화가 생겼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들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힘은 지난 3년 동안 쏟은 헌신과 열정, 이것을 통해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는 현장 조합원들의 신뢰다.김병도 지회 수석부지회장(지회장 직무대행)은 2011년 8월 겁 없이 노조에 가입했다. 르노삼성자동차에
1980, 90년대 인천은 또 다른 의미로 노동운동의 메카였다. 인접한 수도권의 수많은 학생운동 출신 활동가들이 인천의 대규모 공업단지와 공장을 찾아 취업했다. 인천지역 노동자는 이들과 결합해 일찍이 민주노조 건설운동을 벌였고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시기를 맞아 폭발하듯 전투적인 노동운동의 기풍을 만들었다.군부독재 권위주의 정권아래 이 노동자들은 인천지역의 굵직한 투쟁을 뒷받침하며 언제라도 서울로 진입해 투쟁할 수 있는 상비군이었다. 남동공단 대우중공업, 부평공단 삼익악기, 주안공단 영창악기와 경동산업 등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대
올해 4월21일 15시50분 무렵. 현대차 전주공장 안 소재공장에서 거대한 폭발과 함께 불기둥이 치솟았다. 두꺼운 철제 뚜껑이 날아갔고 쇳물이 튀기면서 날카로운 철조각과 화염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폭발음은 소재공장에서 500미터 떨어진 노동조합 사무실에서도 들렸다. 이 사고로 화상을 입은 조합원 3명과 폭발음으로 두통을 호소한 1명을 병원으로 호송했다. 사람이 더 가까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사망사고로 이어졌을 큰 폭발이었다.사고는 뜨거운 쇳물을 옮기는 용기에 구멍이 뚫리면서 발생했다. 구멍은 용해로에서 받은 10톤에 가까운 쇳물 무게
‘지키자. 그리고 준비하자.’ 2012년 복수노조 설립 이후 노조 경기지부 경기지역금속지회 대한솔루션분회의 목표이자 다짐이다. 지난 6월 기업노조 조합원 30여 명이 금속노조 분회에 가입했다. 분회는 아직 기업노조보다 조합원 수가 20여 명 적은 소수노조다.하지만 분명 현장이 달라지고 있다. 회사는 최근 분회장과 분회 사무장, 기업노조에서 금속노조로 넘어온 조합원에 대해 탄압에 나섰다. 정재황 대한솔루션분회장은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회사가 느낀 것 같다. 이전과 달리 탄압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고 진단했다.대한솔루
노조 경기지부(지부장 정규전, 아래 지부)는 드러난 조건으로 보면 조직 확대 사업에 유리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안산지역에 시화공단과 반월공단 등 큰 규모의 국가산업단지가 있다. 안산 아래 화성지역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과 소규모 산업단지 중소업체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화성 남쪽에서 평택까지는 포승공단이다. 완성차 대공장과 중견기업, 이들의 배후에 산재한 중소영세기업이 광활한 경기 남부, 서부지역에 공단을 형성하고 있다.안성 두원정공, 안산 에스제이엠과 대원산업, 군포 케피코 등 중견 사업장들이 오랜 기간 지부의 든든한 기둥역
금속노조 사업장 53곳에 복수노조가 있습니다. 이 중 10여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소수노조 사업장입니다. 2011년 7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제도 시행 이후 복수노조 설립을 통한 민주노조 탄압이 전국 곳곳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복수노조시대 금속노동자 분투기]는 금속노조 깃발을 지키고, 다시 현장을 조직하기 위해 싸우는 복수노조 사업장 조합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노조 대전충북지부 보쉬전장지회와 콘티넨탈지회. 두 사업장은 세종시 부강공단 이웃이다. 두 곳 모두 구 만도 계열사다.지난 2012년 이들
” 서울지부(지부장 서다윗)는 조직체계에서 사업내용까지 지역 노동자 조직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지부다.사업장이 전국에 흩어진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등 기업단위 지회 두 군데를 제외하면 서울지부 전 조합원은 지역지회 세 곳 소속이다. 이들 지역지회는 노동자 조직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삼아 지역일반노조 역할을 수행하며 각자 독자적인 역량을 구축했다.구로공단(구로디지털단지)이 거점인 남부지역지회(지회장 구자현)는 급격히 변모하는 구로공단 환경에 맞춘 ‘전략조직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중소영세사업장이 밀집한 구로지역에서 어렵사
깜깜한 밤. 심각한 표정을 한 노동자 수십명이 전남 광양 백운산 모처에 모여들었다. 펜을 잡았다. 각자 유서인지 편지인지 모를 글을 썼다. 목숨 건 크레인 농성을 하루 앞두고 가족들에게 남길 말이었다. 편지를 쓴 노동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또 해야 하나? 6개월 전 올랐던 그 곳에 또 오를 수밖에 없나?’ 크레인에 오르기로 한
다스. 이명박과 관련 있다는 세간의 소문에 유명해진 회사다. 박진표 다스지회장은 “공장에서 정신없이 일하는 조합원들은 그런 소문 못 느낍니다”라며 주야 맞교대 현장의 고된 노동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언론에 여러 번 떠서 유명한 회사 노동자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박 지회장을 통해 들어보았다. 박진표 지회장은 첫인상이 속된말로 &lsq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