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연 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 여성부장은 5월25일 생애 두 번째 대만 땅을 밟았다. 아홉 명의 동지들, 그리고 배재형 열사의 부인과 함께.이번 원정은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정하지 않았다. 배재형 열사가 죽고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서연 지회 여성부장은 “배재형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할 때까지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원정투쟁, 대만에 도착한 다음날 부터 영풍위그룹 호쇼우추안 회장 집 앞에서 대만의 비와 무더위를 온몸으로 맞으며 노숙하고 있다. 어려움이 뻔한 길을 택하게 한 이유는
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의 상경투쟁이 5월22일 현재 일주일을 넘기고 있다. 양우권 열사가 노동탄압에 맞서 항거한 지 13일째다.상복을 입고 포스코센터, EG그룹 본사, 박지만 EG그룹 회장 집 앞, 청와대까지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아직 밤바람이 찬 날씨지만 인도에 깔판 하나 깔고 노숙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있는데 우리 힘든게 대수입니까”라고 대답한다.하태도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대의원은 5월19일 박지만 회장 집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성광분회 소속인
“지회를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조합원들이 기적이다.” 임금만이 아니다. 노조를 포기하지 않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일상이 차별과 왕따, 괴롭힘이다.조합원은 진급 대상에서 늘 제외다. 김정기 지회 미비부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한 조합원은 30년 일하고 퇴직할 때도 평사원이다”라며 “아무리 일 잘하고 실력이 뛰어나도 진급한 조합원이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한다.하청업체 정년은 55세다. 회사는 비조합원을 정년퇴직 이후 촉탁직으로 재고용한다. 조합원은 고용하지 않는다. 김정기 미비부장은 “정년 1년 정도 남으면 지회를 찾아와 하소연
“포스코 해도 너무한다. 악질도 이런 악질이 없다.” 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하나같이 하는 얘기다. 포스코 하청업체인 EG테크분회장이었던 양우권 열사도 10년 가까이 치졸하고 악랄한 노조탄압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더는 못하겠다”는 얘기를 남긴 채 5월10일 자결했다.지회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이 그렇게 큰 죄냐. 포스코에서 노조활동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열사의 죽음으로 덕산과 성광기업 두 업체에 금속노조 조합원이 남았다. 열사가 일했던 EG테크의 50명이 넘던 조합원들은
발레오만도지회(아래 지회)는 경주지역의 대표적인 장기투쟁사업장이다. 2010년, 회사가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한 후 기업노조가 들어서면서 금속노조 조합원은 소수가 됐고, 끊임없는 회사의 차별과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와 기업노조를 비판하며 금속노조로 돌아온 조합원들이 있다. 이강식 대의원도 이 조합원들 중 한 명이다.오랜 투쟁의 시작은 한 통의 문자였다. 2010년 2월16일, 회사는 직장폐쇄를 한다는 문자를 조합원들에게 보냈다. 회사는 99일 동안 직장폐쇄를 하면서 ‘회사로 들어와서 일하라’고 조합원들을 회유했다. 끝까지 버틴
노동자들이 기타를 매고 전국 음악투어를 떠났다. 4월19일, 해고자 복직과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며 2007년 투쟁을 시작한 콜트, 콜텍지회 노동자들의 싸움이 3천일을 맞았다. 방종운 노조 인천지부 콜트지회장과 이인근 대전충북지부 콜텍지회장, 임재춘, 김경봉 조합원은 4월20일 2주 동안 음악투어를 시작했다.“세상에 아픈 곳이 너무 많다. 서민들을 힘들게 하고 투사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4월30일 음악투어 마지막 일정인 강원도 홍천 골프장 반대 문화제에서 만난 임재춘 콜텍지회 조합원은 지난 음악투어를 떠올리며 말한다.
“13년 동안 군산공장에서 일했습니다. 월차도 한두 번 밖에 안 썼죠. 이정도면 정말 열심히 일하지 않았나요?”4월22일 노조 전북지부 군산지역금속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지엠 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는 13년 만에 해고 위기를 맞았다. 이날 만난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짧게 4년, 길게 13년 동안 군산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었다. 누구 하나 열심히 일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회사는 이들에게 공장에서 나가라고 통보했다. “죽도록 일만 했는데 한국지엠은 헌신짝처럼 버리려 한다.” 한국지
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들이 공장 정문에서 아침 출근 선전전을 시작했다. 지회에서 결정한 투쟁이 아니다. 조합원들은 지회 간부들에게 다른 일을 하라며 선전전 결합을 만류한다.지난 3월 기업노조가 생기고 회사가 노조파괴를 위해 계획적으로 전직 경찰 출신 등을 신규 채용했다는 제보가 잇따른 뒤였다. 처음 두 세 명의 대의원과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정문에 나왔다. 4월20일,어느새 150명이 넘는 조합원이 선전전에 참여하고 있다. 김우태 대의원은 “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자
4월16일 경주 발레오전장시스템(아래 발레오)의 ‘금속노조 탈퇴 조직형태 변경 총회 무효 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린다.앞서 1, 2심 법원 모두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지회 단위의 조직형태변경이 불가능하다’며 탈퇴 총회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고등법원 판결 이후 3년 가까이 시간을 끌어온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서 이 사건을 다루겠다고 통보했다. 발레오 본사 프랑스인 회장은 “금속노조가 대법원에서 승리한다면 공장을 청산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는 3월2일 대법원 앞 1인시위를 시
충남 당진 면천면 대한솔루션 당진공장. 이 곳에 세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이 있다.2월10일 퇴근한 오복환 충남지부 대한솔루션지회장을 공장 안 지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60명의 현장 노동자 중 세 명 있는 지회 조합원. 회사는 이들에게 노조 사무실을 내주기 못마땅해 사무실 위치를 이리저리 옮기다가 회사 교육실 한켠에 책장을 세우고 노조 사무실이라고 공간을 내줬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임단협 교섭이 진행 중이다. 교섭 상황을 묻자 오 지회장은 “조합원이 세 명이라고 무시하고 시간만 끌고 있다”고 대답한다.오복환 지회장이 입고 있는 노조
지난 5월20일 김려화씨는 충남 서산 동희오토 정문 앞에 피켓을 들고 섰다. 이제 막 첫 돌이 지난 아들을 등에 업은 채였다. 김려화씨는 동희오토에서 일하다 뇌출혈로 쓰러진 황재민씨의 부인이다.김려화씨가 외롭게 시작한 싸움에 이제는 동희오토 노동자들과 노조 충남지부 조합원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11월25일, 어김없이 18개월 된 아들을 안은 김려화씨와 충남지부 조합원들이 동희오토 정문 앞에서 ‘황재민씨 산재사고 동희오토가 책임져라’라는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출근 투쟁을 벌였다. 황재민씨는 지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수리 공구를 챙기고 서비스센터에서, 지역 곳곳을 뛰어다니며 제품을 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진주센터 조합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들은 10월6일 일방적인 센터 폐업 이후 유니폼이 아닌 ‘폐업 철회, 생존권 사수’가 적힌 빨간 조끼를 챙겨 입고 거리로 나선다.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 폐업 철회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진행한 22일 진주센터분회 조합원들을 만났다.센터를 폐업한다는 회사 공고를 본 조합원들 반응은 황당 그 자체였다. 이미 지난 8월18일 진주센터를 포함해 통영, 마산, 김해, 창원 등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지난 달 31일 회사와 2014년 임금, 별도요구안 조인식을 진행했다. 앞서 29일까지 진행한 의견접근안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75.58%가 찬성한 결과다.조인식을 하루 앞둔 30일 쟁의대책위원들이 지회 사무실로 모였다. 이날 모인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올해 투쟁의 가장 큰 성과라고 말한다. 장용관 수석부지회장은 “지난해까지 원청이 일방적으로 인상 금액을 책정해 지급했다. 올해는 지회 조합원들의 힘으로 임금 인상과 성과금 지급 등에
한 조합원이 노조 교육연수원 건립 비용으로 사용하라며 1백만원을 보냈다. 박육남 인천지부 개별조합원 그 주인공이다. 박육남 조합원이 보낸 돈은 아들이 추석 용돈으로 준 것.“평소 아들이 용돈을 주지만 명절이라고 큰 돈을 줬어요. 부모님 좋아하는 것 하시라면서 준 소중한 돈이죠.” 박 조합원은 왜 이 소중한 돈을 금속노조 교육연수원 건립 비용으로 냈을까. 10월14일 인천지부 사무실에서 박 조합원을 만났다.“아들이 준 돈을 소중한 곳에 쓰고 싶었어요. 노조에서 교육연수원을 짓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들의 소중한 마음을 그 일에 보태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서면 멀리 수묵화 같은 북악산을 배경으로 청와대의 푸른 기와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북악산 밑 광화문을 건너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상이 늘어 선 광화문 광장 끄트머리에 가면 ‘세월호 참사 유가족 단식 00일째,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노란색 현수막을 두른 천막이 서있다.천막 주변에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거나 혀를 차는 사람들이 천막을 응시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유민 아빠를 병원으로 모시고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기도 한다. 천막 안에 뼈만 앙상히 남은 유족 한 사람이 형형한 눈빛으로 앉아 끊
지난 6월 한국경제,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등 경제지들은 경주 발레오전장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를 전국 최초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노사 상생’, ‘조합원들의 결단과 양보’, ‘5년 무분규가 만든 합의’ 등으로 이 합의를 포장하는데 앞장섰다.회사의 뜻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째로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데 합의한 노조는 ‘발레오경주노동조합’, 2010년 금속노조 탈퇴 후 다수노조를 점하고 있는 기업노조다.발레오 경주 현장 분위기는 언론 보도와 달랐다. 정연규 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 비상대책위원장(아래 비대위장,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세요.” 35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세요.” 7월15일로 35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스물다섯명 조합원이 임태수 사장에게 전하는 말이다. 스티커, 견출지 등을 만들고 포장하는 일을 하는 레이테크코리아 여성노동자들은 6월11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2013년 5월10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전로 보수작업을 하던 노동자 다섯 명이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제철소 내 설비 시공, 유지, 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내화 노동자들이었다. “명백한 인재다. 참사로 다섯 명의 동료를 허망하게 잃었다.”
5월7일 경남 창원 케이비알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았다. “회장은 경영이 아니라 장사만 하려고 합니다. 장사꾼 회장의 거짓말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5월14일, 전면파업 8일째인 케이비알 노동자들을 만났다. 케이비알지회는 아직 2013년 임금 교섭을 끝내지 못했다. 흑자 공시를 하고도 적자라고 우기며
3월31일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가 문을 닫았다. 경기 이천센터가 같은 날 폐업했고, 앞서 지난달 8일 해운대센터도 문을 닫았다. 센터 사장은 떠났지만 이 곳 노동자들은 센터를 떠나지 않았다. 짧게 10년, 길게 20년 일한 일터를 다시 찾기위한 투쟁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