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행을 하다보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유물 유적이 생긴다. 관심과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관하는 측 표현으로 “이 곳에 들려 이 것 하나만 봐도 본전은 뽑았다”고 하는 것이다. 부여의 정림사터 5층석탑, 경주의 석가탑 또는 감은사탑, 지리산 자락 연곡사의 동부도, 이현상 아지트, 1894년 농민전쟁의 백산 같은 곳이 떠오른다.
다이제스트판으로 읽은 장편 소설은 책 제목이라도 나오면 아는 척은 할 수 있으나 읽었다고 하기는 찜찜하다. 줄거리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읽기도 쉽지 않다. 강화도는 다이제스트판으로 읽은 소설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아닐까. 수학여행으로 다녀오기도 하고, 배를 타고 석모도에 다녀오다가, 마니산 산행 뒤에 몇 곳을 둘러보기도 했을 것이다. 아니면 수련
다산 정약용(1762-1836) 유적지를 둘러보고 떠나는데 뭔가 허전하다. 빼놓고 가는 것 같아 돌아보아도 두고 온 물건은 없다. 다산의 생애에서 중요한 또 다른 발자취가 빠져서 그렇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는 다산이 태어나서 묻힌 곳이지만 그의 학문이 무르익은 곳은 여기가 아니다.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했던 강진이다. 1801년 40세 때부터 1818
빗방울이 뿌린다. 다행이 비는 내리는 듯하다 그쳤다. 시커먼 사내 단 둘이서 청승맞게 겨울비를 맞으며 역사기행을 할 뻔했다. 신동준 국장과 서울 시청 앞 재능노동조합 텐트 앞에서 만났다. 함께 역사의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글도 쓰고 사진도 찍을 요량이었다. 첫 번째 가 볼 곳은 서울에서 가까운 두물머리 다산 정약용 유적지, 운길산 수
백산성터 1894년 농민전쟁 역사기행은 전라도 부안 백산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백산은 부안군 백산면 용계리에 있다. 동으로는 김제 태인을 거쳐 전주로, 서쪽으로는 부안, 남쪽으로는 고부 정읍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에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 부안 나들목이나 호남 고속도로 태인 나들목에서 접근하기가 좋다. 백산은 높이가 47m 정도 밖에 안 된다. 실제
역사의 현장을 찾는 역사기행이 책보다 더 생생하게 역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현장에 가보면 안다. 그런 곳으로 내가 가장 먼저 꼽는 곳이 전라북도 부안군에 있는 백산이다. 높이는 47m 정도 밖에 안 된다. 언덕 같이 낮은 산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배들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쪽으로는 김제 만경평야가 끝을 찾을 수 없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처음 백
실제 역사기행을 준비하면서 무엇을 짚어보아야 할까? 차분하고 세심하게 준비해야 기행에 참여한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고 제대로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아래 준비과정이 꼭 번호순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1) 참가주체와 대상 : 누가 중심이 돼 추진하고, 누구랑 갈 것인가? 역사기행을 추진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내가 사람을 모아 역사기행을 진행하는 주체인가
먹고 살기 바쁘고 힘들어도, 가족이나 동료들과 함께 어디론가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을 때가 있다. 모처럼 떠나는 여행, 좀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을 때 역사기행을 떠 올리게 된다. 그냥 무작정 역사의 현장을 찾을 것이 아니라, 가기 전에 준비해서 알고 가면 더 많은 것을 얻고 느낄 수 있다. 역사기행,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보아야 할까? 옛 사람들은 역사를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었다. 1945년 8월 14일 변절한 사람도 있었다. 일제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무엇을 생각했을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어제만 알았어도 하루를 더 버텨 당당하고 가슴 벅차게 해방을 맞이했을 텐데 하며 후회했을 것이다. 하루만큼의 희망이 부족했고 역사의식이 짧았던 것이다. 아무리 아쉽고 후회스러워도 과거의 일들을 없앨